오늘 우편함에 며칠전 주문했던 데칼이 도착해있었다. 바로 캐나다 Mike Grant Decals에서 발매한 Macchi C.202/205용 스모크링 위장무늬 데칼. (제품번호 #48-043)
Mike Grant Decals는 다른 별매데칼업체들과 달리, ALPS 프린터로 인쇄한 일종의 ‘자작데칼’을 만들어 파는 회사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나 역시 이전에 Mike Grant Decals을 써서 완성한 비행기가 한 대 있다. 바로 하세가와 1:48 F/A-18D VMFA(AW)-225 Vikings. 캐나다 어학연수 시절 구했던 이 회사의 Vikings 데칼은, 같은 마킹을 재현한 다른 회사들의 데칼들이 색 표현의 한계로 바이킹 얼굴을 1~2색으로 간략화 시켜버렸던 데 반해 실감 나는 그라디에이션과 도안으로 나의 어설픈 F/A-18D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주었던 그런 제품이었다.
어쨌거나 근 7년만에 Mike Grant씨에게 메일을 보내 두번째 주문을 넣어봤다. (물론, 그는 나를 기억하진 못했다. 단지 내가 7년 전 구입한 그의 데칼을 써서 만든 호넷을 보여주었더니 ‘멋지다!’라고 했을 뿐…^^;) 7년전에는 평생 제트기만 할 것 같았는데, 이번에 주문 넣은 제품은 2차대전물, 그것도 비교적 마이너 아이템인 이탈리아군이다. 한편으로는 7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 취향이 변해왔구나 싶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그 시간 동안 ‘망하지 않고’ 잘 영업해와준 Mike Grant씨에게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다시 제품으로 돌아가보자. 이 제품은 이탈리아 전투기 특유의 스모크링(또는 아메바) 위장을 데칼로 손쉽게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아이디어 상품으로, 선이 또렷또렷하게 나오는 일반 오프셋 인쇄데칼로는 나오기 힘든 아이템이다.
표지(?)는 Macchi C.202의 멋진 완성사진인데 역시 칼라프린터로 인쇄한 것이다. (표지 뒷면에는 ALPS 인쇄 데칼의 취급방법이 적혀있다) 오른쪽 위 귀퉁이의 스케일 표시가 하나는 1:72, 1:48, 1:32를 다 적어두고 있고, 다른 하나는 1:48, 1:32만 적어두고 있어서 같은 표지라도 서로 제작로트(?)가 다름을 추측할 수 있게 한다. 나는 1:48 스케일용으로 2장을 구입.
느닷없이 웬 Macchi C.202 Folgore냐… 싶긴 하지만, 사실 Folgore에 대한 나의 관심이 아주 뜬금없는 것은 아니다. 수냉식 엔진을 장착해서 기수가 날렵한 프로펠러 전투기라면 국적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개인적 취향은 이미 꽤 오래된 것인데다, 예전 일본출장 때 MC.202 Folgore와 MC.205 Veltro를 사온 적도 있으니까.
그래도 이 스모크링 위장무늬 데칼을 살 정도로 ‘필이 꽂혀버린’ 계기는 여기 있으면서 심심할 때마다 뒤적거리던 이탈리아산 계간모형지 Sky Model 때문이다. 2005년 4월호(제4호)에 실린 Folgore의 어느 완성작을 보고 ‘이건 꼭 만들어야해!!!’라는 마음이 불끈불끈 솟아났던 것이다.
내 가슴에 불을 당긴 문제의 완성작품. 오른쪽 날개를 다른 기체에서 이식하는 바람에 (오른쪽 날개의 에일러론은 또 원래의 위장무늬 그대로다) 한 기체 내에서 2개의 위장무늬가 공존하게 되었던 ’84-1′ 기체를 재현했다. 이 기체는 1942년 가을 북아프리카 푸카(Fuka)에 전개했던 이탈리아 에이스 프랑코 루키니(Franco Lucchini) 대위의 탑승기로 알려져있다. (유명한 기체라서 하세가와 한정판으로도 나온 적이 있다던데, 나는 이제야 알았다우~ ㅠㅠ)
모형제작자는 Arrigo Babini이며 스케일은 놀랍게도 1:72(!!!)다. 저렇게 1:72 스케일에서도 프리핸드로 스모크링 위장무늬를 그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48 스케일로도 데칼처리를 해버리는 (나 같은…^^;) 사람도 있으니, 재주라는 것은 참 불공평한 거다.
어쨌거나, 데칼 자체는 표지 1장과 데칼 1장의 단촐한 구성이다. 데칼은 중복되는 모양 없이 다양한 패턴을 고루 담아놓았다.
앞에서도 살짝 얘기했지만, 이 Mike Grant Decals의 제품군은 기본적으로 특수 프린터로 출력한 ‘출력물’이다. 잉크 위에 보호필름(대지)이 입혀져있는 일반적인 습식데칼(물에 불려 쓰는 데칼)과는 달리, 보호필름(대지) 위에 출력을 한 ‘출력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물에 담그기 전에, 데칼의 모양에 맞춰 잘라내어 사용해야 한다. 이후의 사용법은 일반 습식데칼과 크게 다를 바 없으나, 긁힘에 굉장히 민감하다는 점 때문에 다룰 때 특별한 주의를 요한다.
출력물이다보니 자세히 보면 서로 다른 잉크들이 망점을 구성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치 신문에 실린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망점이 보이는 것과 같다) 하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 같고, 모형 위에 붙여놓은 다음 에어브러시로 약간씩 터치업을 해주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그보다는 오히려 실제 스프레이건으로 뿌린 듯 테두리를 희미하게 처리한(feather라고 한다) 도안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마음이다.
가격은 1장당 미화 16달러로, 2장 32달러에 송료는 별도로 받지 않았다. (PayPal을 통해 결제) 물론, 직거래가 여의치 않은 분들은 Sprue Brothers Models 등 몇몇 유명 웹스토어를 이용해서 구입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