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하룻밤 묵은(?) 본가(아버지 집)에서 지난 2004년에 참가했던 제2회 네오 컨벤션 관련 물품을 발견한 데 이어 오늘(일요일)은 MMZ에서 주최한 하비페어 2009를 갔다온 여파로 오랜만에 덕심에 불이 붙었다. (참고로, 덕심은 ‘(오)덕후心’의 준말이다. 집사람은 이걸 ‘德心’ 정도로 이해했다가 본뜻을 알고 나서는 왕실망을…;;;)
불 붙은 덕심은 ‘내 앞에 불가능이란 없다!’라는 얼토당토 않은 자신감까지 끌어올려버렸다. 이미 결정 내린 차기작 후보(CF-188)를 마치 2MB 세종시 뒤집듯 뒤집어버리고, 재현하기가 조금 껄끄러워 포기했던 원래 후보를 밀어부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 녀석은 바로…
바로 이 녀석. 1998년의 일본 아츠기 기지의 VFA-192 호넷이다.
아마도 내 기억이 맞다면, 이 기체야말로 이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이른바 ‘야쿠자 스타일’이라고 부르는 주일 미군의 일본색 나는 스페셜 마킹의 원조격이었던 것 같다. 부대 상징물인 금색의 용이 수직미익을 힘차게 휘감은 듯한 저 화려하고도 유머러스한 도장은, 단조로운 로우비지 스킴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는 여타 부분의 경직성과 함께 묘한 대조를 이룬다. 신체 건장하고 절도 있는 미 해군 파일럿이 팔 한 쪽을 문신으로 채운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 부대는 최근에도 이와 비슷한 마킹을 선보인 바 있지만, (Superscale #48-1189 데칼이 재현한 것은 바로 이 최근의 마킹이다) 수직미익 전체를 짙은 파란색으로 칠하고 용 그림을 그린 느낌이어서 용이 수직미익을 ‘힘껏 휘감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1998년의 디자인보다는 어딘가 엉성한 기분이다.
어쨌거나 이 녀석을 처음에 고려했다가 포기했던 이유는 데칼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었다. 하세가와 한정판과 Eagle Strike #48003을 둘 다 갖고 있지만, 하세가와제는 용의 색깔이, 이글 스트라이크제는 수직미익의 색깔이 완전히 틀려있기 때문이다. 결국 제대로 된 마킹을 위해서는 수직미익에 스텐실을 한 뒤 이글 스트라이크 데칼의 용 그림을 ‘이식’하는 수밖에 없는데, 가볍게 만들기 위해 하세가와를 잡는 걸 고려하면 괜한 일거리만 늘어나는 셈이다.
그래서 캐노피와 스피드 브레이크를 열고 윙폴딩까지 한 해군형 호넷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처음의 바람을 접은 채 캐나다 국방군 호넷(CF-188)으로 결정하고 이 키트 저 키트를 헐어가며 무장부품들까지 조달했던 것인데, 앞서 말한 대로 오늘 덕심이 최고조에 올라버리는 바람에(…) 다시 마음을 고쳐먹게 되었다.
제작컨셉(?)은 앞서 말한대로(‘데로’는 틀린 말이다) 캐노피와 스피드 브레이크를 열고 윙폴딩을 할 예정이다. 따라서 (별로 쓰고 싶진 않았지만) Aires제 콕피트 디테일 세트를 쓰게 될 테고, 윙폴딩은 울프팩 디자인이나 G-Factor의 별매품을 쓸까 한다.
무장조합은 아직 미정. 뭘 써야 윙폴딩했을 때도 멋있어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