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F Harrier Gr.7 별매품 몇 가지

사무실 일이 딱히 바쁜 것은 아닌데, 날도 더워지고 하다보니 모형취미에는 크게 신경을 안 쓴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직전의 F/A-18C 완성 후에 한 달간 모형에 손을 안 대겠다고 한 약속도 너무 쉽게 지켜지게 됐고(…) 원래 집사람 소원이던 ‘3개월간 모형 안 만들기’까지 달성하게 돼버렸다.

물론 그 동안에도 페인트나 별매품 위주로 해외사이트 통해 사재기는 꾸준히 해왔지만, 딱히 손에 뭘 잡고 싶지가 않은 것을 보니 ‘모럼프'(모형+슬럼프)에 빠진 게 맞는 것 같다. 그 와중에도 새로 하나 만들어보겠다고 잡은 키트가 바로 하세가와 1:48 RAF Harrier Gr.7이다.

소소한 설명서상의 오류도 많고, 부품분할도 지나치게 많다고 하여 꽤 귀찮은 작업이 되긴 하겠지만, 크기가 작아 자잘자잘한 재미가 있겠거니 하면서 키트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내 콜렉션상자에서 몇 가지 Harrier Gr.7용 별매품도 꺼내보았다.

많이 알려진대로 하세가와 RAF Harrier Gr.7 키트에는 이른바 ‘75% LERX’만이 들어있다. 물론 Gr.7 초기에는 이 75% LERX가 붙은 것이 맞긴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AV-8B Harrier II Plus와 같은 100% LERX를 장착하게 된다. 현재 수적으로는 100% LERX가 더 많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이 100% LERX는 하세가와 Night Attack Harrier와 Harrier II Plus에만 들어있다.

(사진의 왼쪽이 Harrier II Plus에 든 100% LERX, 오른쪽이 Harrier Gr.7에 든 75% LERX)

그래서 몇몇 별매품 회사에서는 이 100% LERX를 별매품화하여 출시하기도 한다. (비싼 하세가와 키트를 하나 더 사는 것보다는 저렴하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은 비교적 최근에 나온 영국 Alley Cat사의 제품이다. (AC48002C Harrier 100% LERX for Hasegawa / Revell Kits) 하세가와/레벨용으로 나온 것은, 하세가와 키트를 재포장하여 Gr.7/Gr.9로 출시한 레벨제 키트를 감안했기 때문이다.

칼라설명서 1장과 지퍼백에 든 통짜 레진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실상은 하세가와 키트의 100% LERX를 그대로 뜬 것이다. (상단에 함께 찍혀나온 스쿠프 부품 역시 하세가와 키트의 원판부품 그대로다) 다행히 캐스팅 품질은 우수해서 원판의 섬세한 몰드도 잘 보존되어 있고 기포도 발견할 수 없다. 다른 회사의 100% LERX를 사본적은 없지만 사진으로 비교해볼 때 이 Alley Cat사의 제품이 가장 고품질군(群)에 들어가지 않나 싶다.

다음으로는 RAF Harrier 전용 무장을 재현하기 위한 영국 Flightpath사의 별매품 무장 몇 가지. 좌로부터 RAF TIALD 포드, RAF Paveway II / CPU-123B 레이저 유도 폭탄 세트, RAF BL.755 클러스터 폭탄 세트. (이중, TIALD 포드와 Paveway II는 이탈리아의 AMRAAM Line사의 제품으로도 구할 수 있다)

모두 Flightpath 웹사이트에서 이메일 주문으로 구매했다. 여담이지만, 구매할 때는 신용카드 번호를 앞 8자리, 뒤 8자리로 분리하여 2개의 이메일로 전송해야 한다. 보안서버로 돌아가는 현란한 웹스토어 하나 없이, 이런 old-fashioned한 보안방법을 사용자에게 요구하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영국인들의 보수성인가 싶어 재미있었다.

제품의 뒷면들. TIALD 포드는 단품 하나만 들어있어 뒷면에 실물해설 몇줄이 적혀있을 뿐이다. Paveway II는 뒷면에, BL.755 클러스터 폭탄은 별도문서를 통해 만드는 방법을 설명해놓고 있다.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RAF Paveway II / CPU-123B 레이저 유도 폭탄 세트. 레진으로 된 탄체, 화이트메탈제 시커, 뻑적지근한 에치부품 등으로 구성돼있다.

참고로, 이 폭탄의 정식명칭은 단순히 Paveway II라고 한다. CPU-123B는 통상폭탄 앞에 장착된 레이저 유도 키트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 눈에 보기에도 ‘만들기 쉽지 않겠구나!’ 싶다. 빽빽한 에치부품을 보면 마치 어릴 때 갖고 놀던 ‘해문출판사 종이공작시리즈’를 보는 듯 하여 한숨부터 나온다. 이런 작업에는 에치전용 가위 없으면 제작이 힘들다.

레진으로 된 탄체에도 약하게 파팅라인이 있으므로 사포로 다듬어줘야 한다. 캐스팅 상태가 좋은 편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몰드가 확실한 게 좋은 것 같아 P커터로 선을 깊게 파주고, 0.3mm 핀바이스 드릴로 리벳구멍을 다 뚫어주었다.

화이트메탈로 된 시커는 가는 꽃철사를 꽂고 순간접착제를 이용하여 레진탄체와 단단히 접착해줬다. 단순히 순간접착제로만 붙이려면 쉬 떨어진다. 시커 테두리의 링(ring) 부분은 캐스팅이 잘못되어 파팅라인이 심하다. (부품 2개가 서로 어긋나 붙어있다는 것이 맞겠다) 둥근줄 등으로 잘 다듬어줘야 한다.

실제로는 이 폭탄 만들면서 극심한 모럼프를 겪었다. 에치 부품, 화이트메탈 부품 등등 폭탄 하나 만드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폭탄 1개는 근성으로 몇 시간만에 완성시키기도 했지만, 역시 이런 건 그 자리에서 다 끝내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 퇴근하고 조금씩 며칠에 걸쳐 쉬엄쉬엄 만드는 게 속편하다.

단순하게 생겨 보이는 BL.755 폭탄도 은근히 에치부품이 많다. 이건 아직 작업 시작을 안했는데, 역시나 Paveway II처럼 여유를 갖고 천천히 임해야할 것 같다.

3 comments

  1. 오랫만의 포스팅이군요…^^

    소원이라…마나님들의 소원은 한 가지…ㅋㅋ ^^;

    플라이트패쓰 제품은 아무도 상품화하지 않는 녀석들을 골라
    가려운 바로 그곳을 긁어주는 독특한 물건이라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네요.

    영국공군 무장들은 독특하게 생겨서
    저 물건이 아니고는 ‘그럼, 자작하시든가’라…

    레진이랑 에칭 부품은 괜찮은데…
    항상 화이트메탈 부품이 문제인 것 같네요.
    1/32 Mk.84 세트를 가지고 있는데 레진은 잘 뽑았으면서
    화이트메탈 부품은 짱구…ㅡㅡ;; 에휴~
    그냥 레진으로 뽑지…
    에칭은 너무 얇아보이는데 제작하면 의외로 괜찮은 듯…

    그리고 키트 부품을 마스터로 찍은 렉스는 크기 비교해봐야 할 듯싶네요.
    보통 저런식으로 만든 부품은 크기 차이가 조금씩 있더라구요…

    그럼 얼른 모럼프를 떨치시길…^^;

    1. 현지에 눈(雪)들은 다 녹았는가요? 조금 있다가 월드컵 결승전할텐데 이길런지 궁금합니다. ^^

      날씨도 후텁지근하고… 딱히 바쁜 건 아닌데 계속 몸을 놀리고 있어서 좀처럼 장난감방(작업하는 방을 이렇게 부릅니다 ^^)에 들어갈 생각이 안 드네요.

      그러고보니 LERX는 말씀대로 크기 비교 한 번 해봐야겠어요. 크기가 작아졌으면 어떡하지…-_-

    2. 올해 여기도 아주 덥습니다…ㅡㅜ;
      영감님들 말씀으론 30년만의 더위…겨울에도 30년만이라더니…ㅡㅡ;;

      눈은 몰라도 백야는 여전…10시가 돼야 저녁 느낌이 난답니다…^^;

      매번 경기 끝난 다음 애들이 밤 늦게까지 난리였는데
      이번에 매우 조용하고 건전한 게 거의 자숙하는 분위기더군요…^^;;
      크루이프의 평에 공감하는 모양이예요…ㅎㅎ

      모형 잠깐 쉬는 동안 점수 많이 쌓아 놓으세용…
      돌잔치 장소도 물색하고 재롱 연습도 하면서…^^
      1년 육아 잘한 기념으로 마나님이 모형을 선물해줄지도…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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