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M-9P 6발을 단 F-20을 만드는 것은 가능할까?

1. 듀얼런처를 단 F-20

아직 RAF Harrier Gr.7이 100% 완성되지 않았지만 벌써 마음은 차기작 구상으로 옮겨가고 있다. ^^; (이래서 내가 끝마무리가 야무지지 못한 듯?)

해리어를 만들며 작은 기체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되어 (물론 조립은 어려웠다 ㅡㅡ;;) 다음에도 경량전투기 같은 작은 기체를 잡아볼까 했다. 마침 AFV Club에서 1:48 F-5E 키트가 발매되어 같은 F-5 시리즈인 F-20을 만들어볼까 하던 차에, 마침 웹에서 발견한 아래 그림에 ‘이거다!’ 싶었다.

Area 88만 전문적으로 파고 드는 근성의 일본 모델러가 운영하는 RAAF-Area 88라는 블로그의 대문 사진. (여기서 RAAF란 당연히 Royal Aslan Air Force를 의미) 윈도우 벽지로 쓰기 위해 만든 이미지인데, Area 88 파친코(…) 광고이미지에 자작한 Area 88 카자마 신 데칼을 “붙였다”고 한다. 모형 위에 직접 데칼을 붙인 게 아니라 데칼제작용 도안을 원래의 광고이미지 위에 덧씌운 것 같다.

애니메이션 에이리어 88을 보면, 주인공 카자마 신의 마지막 기체인 이 F-20이 공대공 미사일을 가득 싣고 근접공중전에 임하는 장면이 수시로 나온다. 애니메이션을 다시 휙휙 넘겨보니 근접공중전시 위 사진 같은 조합은 등장하지 않고 윙팁 1, 외측 파일런 1, 내측 파일런 1발씩의 조합이 전부다. 하지만 웬일인지 내 기억 속 F-20은 위와 같이 윙팁 1, 외측 파일런 2, 내측 파일런 연료탱크의 조합이 인상깊게 남아있다.

웹에서 구한 F-20의 무장조합도를 참고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내측 파일런에는 공대지 무장 일부만을 달 수 있을 뿐, 공대공 미사일 탑재는 언급돼있지 않다. 반면, 외측 파일런에는 (기본 무장은 물론 아니지만) 듀얼런처를 사용해 AIM-9를 2발까지 달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이렇게 외측 파일런에 무리한 무장을 달 경우, 기체 기동력이 현저히 저하된다고 한다. 따라서 내측 파일런에 연료탱크를 추가로 단다면 실제 기체는 경량전투기로서의 이점을 거의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무래도 ‘뽀대’를 중시하는 취향인지라 그런 것 따위는 무시하고 모형으로 재현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만 중요. 😀

결국, 외측 파일런에 듀얼런처를 달아 AIM-9를 총 6발 다는 것은 가능한 셈이다.

2. 1:48 스케일로 재현할 때 필요한 것들은?

모노그람 F-20 키트의 내측 파일런은 주둥이가 좁은 형태의, F-20에서만 보이는 신형(?) 파일런이다. 연료탱크를 달기 위해서는 F-5E 계열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외측 파일런과 모양은 같고 크기만 작은 파일런이 쓰여야 한다. 아울러 내측 연료탱크는 F-5 계열에서 쓰이는 가장 작은 150갤런 탱크가 쓰여야 한다. 동체 중앙에 연료탱크를 달자면 275갤런 연료탱크가 알맞겠다. (F-20용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330갤런 연료탱크도 가능하겠으나 최소한의 기동성 확보라는 측면에서는 지나치게 무거운 듯 하다)

이상의 3가지 아이템은 모두 새로 나온 AFV Club의 F-5E/N 샤크노즈 키트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비록 해당 키트가 미 해군 어그레서 기체를 재현하는 바람에 파일런과 연료탱크 조립설명이 쏙- 빠져있지만 이것은 기본판 설명서를 봐가며 해결하면 된다.

* AFV Club 1:48 F-5E (기본판) 설명서는 Hobby Search(일본 모형판매 웹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듀얼런처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찾기 힘들다. 추측이지만 공군형 F-4에 쓰는 AIM-9 듀얼런처를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해군형 듀얼런처는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논외다) 하세가와 키트의 그것을 쓰면 제일 무난하겠다.

AIM-9P도 하세가와 무장세트의 것을 쓰는 것이 제일 낫다는 점은 말 안해도 다들 아실 것이고… (모노그람 F-20 키트의 것은 모양이 완전히 틀려있고, AFV Club의 것도 굵기가 다소 굵다)

3. 직접 실험해보자

모노그람 F-20 키트에 파일런 구멍이 ‘맞다’고 가정하고 관련 부품들을 가조립해본 결과는 아래와 같다.

아… 아쉽게도 사진에서 보듯, 150갤런 연료탱크와 AIM-9P 안정익에 약간의 간섭이 생긴다. 붙이라면 못 붙일 것은 아니지만,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AIM-9P를 발사한다는 것이 무리다. (사진으로 찍지는 않았지만 동체 중앙의 연료탱크 역시 안정익이 너무 높아 기체 하면에 닿아버리는 문제점이 있다)

사실 모노그람 F-20 키트의 파일런 위치는 약간 틀린 듯 하다. 내/외측 파일런이 너무 가깝게 붙어있다는 것인데, 도면과 비교할 때 내측 파일런을 동체쪽으로 2mm 정도 더 당겨주는 것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연료탱크와 AIM-9P 안정익의 간섭은 해결되기 어렵다. (게다가 기체 실루엣도 가장 위의 사진처럼 멋있게 나오지 않는다!!)

내측 연료탱크를 떼어내고 외측의 듀얼런처만 붙이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때는 무장이 주익 아래에 고르게 탑재되지 못하고 외측 파일런에 집중되어 기체 실루엣이 우스꽝스러워진다. 결국, 1:48 스케일로 듀얼런처 + 연료탱크를 단 F-20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노력에 비해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이 내 결론이다.

(이 실험을 위해 만들지도 않을 AFV Club F-5E/N 키트를 하나 구입해서 꼼지락 거린 것인데, 결과가 좋지 못해 실망스러웠다. 결국 연료탱크만 조립한 채로 다시 중고시장에 되팔아버렸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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