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17/22M4 제작기 01

주말에 여유가 생겨 조금 달렸다.

ARC에 올라온 Juan Solorzano씨의 SU-17M4 완성작. 색감이 다소 ‘튀어보인다’는 면은 있지만 그래도 잘 만든 작품.

이 양반의 Su-17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무래도 무장 조합 때문이다. 레이더망을 제압하기 위한 Kh-58 (NATO AS-11 Kilter) 대레이더 미사일과 BA-58 뷰가 포드, 지상목표물 섬멸을 위한 UB-32 로켓포드에 자위용 R-60 (NATO AA-8 아피드) 단거리 공대공미사일까지.

그래서 역시 따라해봤다…;;; (따라쟁이의 본성은 어디 가지 않는다!) 맨 윗줄부터 Cutting Edge제 AS-11, 아카데미 MiG-29에 든 R-60, 솔모형제 UB-32. BA-58은 역시 자작해야할텐데, 질 좋은 도면들이 꽤 있어 크게 걱정은 하지 않는다.

무장과 디테일업에는 Yefim Gordon씨의 Soviet / Russian Aircraft Weapons since World War II와 4+ Publications의 Su-22 M-4, UM-4K 자료집을 사용했다. 왼쪽의 ‘Soviet / Russian…’ 책은 예전에 리뷰를 한 바도 있는데, 사진보다는 자세한 설명 위주의 자료집이다. (책값도 비싸다) 이에 반해 오른쪽의 ‘Su-22’ 책은 체코공군의 Su-22를 중심으로 적당량의 텍스트와 워크어라운드, 다양한 도면 등, 싼 값에 비해 풍부한 내용이 특징이다.

‘Su-22’ 자료집 맨 마지막에는 이처럼 Su-22 탑재무장의 도면과 무장조합이 실려있어 큰 도움이 된다.

어쨌거나 실제 무장으로 옮겨가보자. 먼저 R-60.

지금은 구식이 되었다지만 R-60은 냉전시대 구 동구권 기체들의 단거리 미사일로 폭넓게 쓰였다. 그래서 아카데미 MiG-29, Su-27 키트를 비롯하여 몇몇 키트에도 들어있는데, 품질들이 영 만족스럽지 못하다. 결국 Eduard 포토에치를 써서 디테일업(이라고 하지만 실은 ‘자작’에 가깝다)을 하긴 했는데, 2발 중 1발이 완성 직전에 방바닥에 떨어져 찾으려고 의자를 뒤로 미는 순간, 의자 바퀴에 바로 깔려버려 운명…ㅠㅠ 토요일 저녁에 코딱지만한 부품들을 갖고 5시간 동안 씨름하며 만든 것인데 이렇게 허무할 데가 있나…

사진 중, 위의 것이 런너와 Eduard 포토에치로 디테일업한 ‘제대로 된’ R-60(부서지지 않고 살아남은 것)이고 아래 것이 아카데미 MiG-29에 든 R-60이다. 비극적 사태로 인해 자포자기하고 아카데미 R-60을 쓰긴 하는데, 영 마음이 개운찮다.

다음은 R-60을 매다는(?) APU-60 파일런. Su-17/22 후기형에는 주익의 양 파일런 사이에 단거리미사일을 달기 위한 소형 파일런이 신설되었기 때문에 거의 필수적인 부품인데, 아쉽게도 Kopro 키트에는 이 파일런이 들어있지 않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데서 업어와야 한다.

위로부터 1:72 도면, 아카데미 MiG-29에 든 파일런, Kopro(OEZ) Su-25에 든 파일런이다. 두 부품은 모두 불필요한 돌기들을 밀어내고 순수히 APU-60 파일런만 남겨둔 것. 아카데미 키트 부품은 길이는 맞지만 모양이 뚱뚱하고 디테일이 부족하며, Kopro 키트 부품은 그 반대다. 내 경우, 벼룩시장에 팔아치우려다 못 팔고 그냥 쓰게 된(;;;) Kopro Su-25 키트의 파일런을 사용할 계획.

(도면에 적힌 APU-62-1M이라는 설명이 맞는지는 조금 더 찾아봐야겠다. 자료에 따라서 APU-60과 APU-62가 혼재되어 쓰이고 있어서…)

참고로, APU-60 파일런은 트럼페터 Su-15 키트에도 들어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가장 최신 제품이다보니 그 부품이 제일 나아 보인다. MMZone의 김성일 님께서 만드신 Su-22 제작예 참고.

다음은 UB-32 로켓포드. 구 동구권 전투기, 지상공격기의 대표적 무장이다보니 키트화 된 것도 많다. 역시 Kopro Su-17/22 시리즈에도 들어있긴 한데, 보시다시피 모양이 영 엉성하다. 계단 같다고나 할까?

이에 비해 왼쪽의 솔모형 UB-32는 별매품다운 ‘제대로 된’ 디테일을 자랑한다. 심지어 포드 본체 옆에 찍혀있는 섬세한 방열판(?) 식의 모양까지 실물과 같이 재현. 유일한 단점이라면 부품이 2분할 되어 있는데 게이트가 지랄맞게 붙어있다는 점. 애 있는 집에서 전동공구로 레진가루 날려가며 게이트 갈아대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는(?) 제품이라는 뜻이다. (자세히 보면 접합면을 레드퍼티로 다듬은 흔적이 보일 것이다)

다음은 Cutting Edge제 Kh-58. 지금은 문을 닫은데다 Aires 등 뛰어난 후발주자들이 많아서 거의 잊혀진 이름이 되다시피 했지만, 운영 당시만 해도 벨린덴을 위협하는 차세대 주자로 각광받던 별매품 업체였다.

이 Kh-58(제품명은 이 미사일의 NATO 코드인 AS-11 Kilter)은 Cutting Edge의 초창기 작품이다. 크림색의 레진으로 사출되어 동사 제품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진회색 레진과는 다른 느낌을 주지만, 원형의 섬세함이나 기포 없는 뛰어난 캐스팅 상태는 여전하다.

미사일에 붙는 AKU-58 파일런(밝은회색)은 Kazan제 Kh-29 미사일에 든 것이다. 지금은 모조리 절판이긴 하지만, Kh-29, Kh-31, Kh-59 등 Kazan제 공대지 미사일 키트들은 꽤나 쓸모있는 제품이었다. 파일런용 데칼도 들어있는데다, 일반적인 AKU-58 파일런 외에도 MiG-29에 붙는 약간 짧은 AKU-58M도 함께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 미사일이나 파일런은 이제 ‘한물 간’ 물건이다. 두 부품 모두 이제는 트럼페터 Su-24 키트를 통해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모형에 불붙기 시작하던 한창 때, 캐나다에서 혹은 인터넷으로 구해서 애지중지 ‘쟁여놓고’ 있던 추억어린 제품이어서 쓰긴 했지만. (마음이 웬지 센치해지네…-_-)

비단 Kh-58 뿐만 아니라, 레진제 별매무장을 조립할 때 어려운 점이 핀(fin)을 붙이는 것이다. 다행히 Kh-58의 경우는 핀의 접착면이 조금 넓어서 핀(pin)을 박아 단단히 고정시켜줬다. 전후방 안정익 모두 핀을 박았으니 1기당 총 8개의 핀을 박은 셈이다.

핀(pin)은 이른바 ‘곤충핀’을 이용했다. (구입처 : 곤충샵 충우) 00호는 지름 0.3mm 의 가장 작은 핀인데, 원래 곤충핀의 용도가 곤충표본을 꽂기 위한 핀인지라, 곧고 잘 부러지지도 않아서 이럴 때 쓰기에는 안성맞춤이다. 한 봉지를 사면 100개가 들어있기 때문에 가격도 크게 비싸다는 생각이 안 든다. 본체와 핀, 양쪽에 구멍을 뚫고 순간접착제로 곤충핀을 꽂아주면 된다. (핀바이스 드릴날도 보통 0.3mm가 최소지름이다)

Cutting Edge제 Kh-58은 게이트가 노즐부분에 붙어있다. 미사일 본체가 통짜로 뽑혀나와 좋긴 하나, 노즐부분 디테일이 전혀 없다는 단점이 있는데, 자료집을 보면서 구멍을 뚫고 플라스틱 파이프로 약간의 디테일업을 해주었다. (왼쪽의 흰 부분은 자료집을 잘못 봐서 깎아냈다가 플라스틱 각재로 되살린 부분이므로 무시해도 된다)

설명서에 따르면 노즈콘에 10g의 무게추를 넣으라고 되어있다. 예전 창원에서 자취생활 할 때 구입해뒀던 낚시추를 썼다. 단위가 온즈(Oz)로 되어있어 휴대폰에 있는 단위환산기까지 돌렸다. ^^; (3/16온즈 2개, 1/8 온즈 1개면 8/16온즈니까 0.5온즈, 14.18g이 되는 거 같은데 맞나?) 순간접착제로 살짝 고정시킨 후 에폭시 퍼티를 가득 채워넣어 노즈콘 안쪽에서 추가 흔들리지 않게 단단히 고정.

수평미익은 접착부분이 영 못 미더워 지름 1mm의 클립을 잘라 강도를 확보해줬다.

수평미익이 붙는 본체에도 적당한 길이의 튜브/파이프형 공간이 있어야 한다. 나중에 동체 안에 노즐이 붙긴 하겠지만, 일단 동체를 가로지르도록 파이프(실은 런너쪼가리. 나중에 내경 1mm의 구멍을 뚫어줄 예정)를 꽂고 순간접착제 + 에폭시 퍼티로 고정시켜줬다.

* 모니터가 어두우면 잘 안 보일 수도 있음.

나중에 파이프를 중간에 잘라내고 길이를 줄여주어 노즐이 들어갈 공간을 확보할 예정이다.

사진을 찍어두진 않았지만, 동체 양쪽 부품의 접합돌기(‘보스’라고 한다)를 다 잘라내고 1mm 클립조각을 사용, 접합돌기를 새로 만들어주었다. (총 4곳) 접합돌기가 조금 어긋나있어서 동체 양 부품의 패널라인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주말 작업을 올려본다. 내가 요새 ‘색칠보다는 튼튼하게 만드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라는 게 이런 것이다, 소개하는 측면도 있겠고… (그래도 R-60 에치 붙인다고 토요일 저녁에 5시간 동안 고생한 게 와작! 박살났을 때의 허무함은 잊을 수 없을 거다…)

6 comments

    1. 의자를 뒤로 밀 때 바퀴 밑에서 나던 와작! 소리가 아직도 등골을 서늘하게 하네요 –;;; (요새 기가 허해졌나…)

  1. 바퀴 휠 것 같습니다..;;

    근데 레이더제압 임무에 무유도 로켓포드는 좀 특이해보입니다.

    1. 저 Kh-58 미사일은 제가 거의 처음으로 샀던 별매품인데다(사놓은지 거의 10년 넘은 듯하네요) Su-17/22 계열 아니면 딱히 쓰이지도 않는 무기여서 이번에 안 쓰면 영영 못 쓸 것 같더라구요.

      말씀대로 자료집을 보면, Kh-58을 달 경우 연료탱크와 R-60 외에는 별다른 추가무장을 달지 않죠. 그런데 파일런 놀리는 게 싫어서 어디까지나 ‘논리’에 입각해서 로켓포드를 달아보았습니다.

      다른 유도무기를 달면 Kh-58의 핀과 간섭이 생길 것 같아서 걱정인 것도 크구요. 실제로 큰 부품들이 대충 형태가 잡히면 다른 유도미사일을 시험삼아 달아보려구요. Kh-58의 큰 핀과 간섭이 생기지 않는다면 저도 잘 생긴(?) 유도미사일을 다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이륙중량의 한계가 있겠죠…흑…)

  2. 이번에 에듀어드에서 M3가 나왔던데… 사고싶은걸 참고 있습니다. 🙂 피터도 A-7처럼 은근히 매니아들의 사랑을 받는 것 같네요. 저도 물론 포함입니다. ^^ 멋진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1. 저도 M4형 기다렸다가 최근에 긴급입수(?)해서 부랴부랴 만들고 있습니다. (M3 먼저 나오고 M4형이 나중에 나왔죠) 요새 들어 이렇게 못 생긴(?) 비행기들이 좋더라구요. 이러다가 정말 영국군 함상기들까지 만드는 거 아닌지 몰라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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