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17/22M4 제작기 04

총각 시절에는 크리스마스 때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모형작업이나 열심히 하고 했던 것 같은데, 결혼한 후에는 가족 때문에 그렇게 여유를 부리기가 어렵다. 그런데, 올해는 기록적인 12월 한파가 크리스마스 연휴를 강타한데다 아기가 감기가 걸려 외출을 엄금하라는 소아과의사의 엄명이 있던지라 뜻밖(?)에도 모형작업에 손댈 짬을 낼 수 있었다.

제작기를 꾸준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Su-17/22 작업은 여태 동체 접착도 못한 상태였다. 이유는 역시 콕피트 때문. 진득하니 앉아 콕피트 색칠에 매진할 기회를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조립단계에서 이런저런 꼼수만 부릴 뿐이었는데…

마침내 토~일요일 크리스마스 휴일을 맞아 콕피트와 몇몇 내부 부품 색칠을 완료.

바스터브형으로 된 Cutting Edge제 콕피트 세트(#CEC48079 Su-22M Super Detailed Cockpit Set)를 기본으로 사용하고 부분적으로 Kopro/Eduard 키트의 포토에치 계기판을 따다 쓴다는 점은 말씀드린 바와 같다.

구 소련기의 콕피트 색깔(고려청자색?)은 모델마스터 에나멜로 나온 제품이 있다. (#2135 Interior Blue/Green) 캐나다에서 어학연수할 때 2개쯤 구해두고 MiG-23이나 MiG-27 만들 때 사용했던 적이 있는데, 색감이 무척 좋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Kopro/Eduard 키트 설명서의 지정대로 GSI크레오스 115번(RLM65 Light Blue)을 썼다. 모델마스터 #2135 에나멜보다 다소 창백해보이는 색감인데… 각종 포토에치를 따다 붙이는 등 ‘후가공’이 많기 때문에 우선 피막이 얇고 튼튼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

전면 계기판의 세팅모습. 원래 평평하고 넓직한 포토에치 부품을 3등분으로 잘라 붙여서일까? 다소 밋밋해보이는 감이 있는데, Cutting Edge 제품을 그대로 썼을 때보다 확실히 편하고 효과도 낫다는 생각이다.

오른쪽 위의 CRT 모니터는 실기사진을 참조로 타미야 에나멜 X-9 유광갈색으로 색칠했다. CRT 주변은 테두리 일부만 고무제이므로 무광검정색을 칠할 때 주의할 것.

조종간(‘조종관’이 아님)은 역시 디테일 발군의 Cutting Edge 부품. Kopro/Eduard 키트는 키트 부품을 그대로 쓰게 돼있어 실망스럽다. 실기사진을 보면서 버튼류의 색깔도 달리 해주고, 코딱지만한 접착돌기를 잘라내고 황동봉으로 교체해주는 등 신경을 썼다.

색칠이 끝난 콕피트의 모습. 깨알만한 Kopro/Eduard 키트의 포토에치 조각들을 붙이는 작업과 함께 (이 각도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복잡한 뒷격벽 배선을 칠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또한, 실기사진에서 올리브 드라브임을 확인한 콕피트 바닥도 똑같이 칠해주었다. (설명서에서는 모두 115번으로 칠하라고만 돼있다)

아직 완벽한 상태는 아니지만, 전면 계기판 커버(??)도 일부 색칠. Cutting Edge제 부품을 기본으로 전방의 콘솔만 Kopro/Eduard 키트의 포토에치 부품을 사용했다. 원래의 레진부품보다 입체감이 죽긴 했지만, 좀더 정밀해보이니까, 뭐…

노즈콘 뭉치. 전체가 은색이고 끝단만 유광녹색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중간의 카메라 수납부가 유광노랑으로 칠해진 경우도 있다. (주로 폴란드 공군 기체)

잘 만들었다고 우쭐하던 노즐은 색칠에서 별볼일 없어졌다. ㅠㅠ SMP 건메탈을 칠하고 어디서 본대로 흰색 유화물감을 발랐는데 원체 깊은 원통형 부품이어서인지 손대기가 어려워 세밀하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 조립 때 들인 노력에 비해 그냥 평범해진 수준.

자, 어쨌거나 이래저래 동체 접착 전의 모든 단계가 완성됐다. 원통형의 동체를 가졌기 때문에 노즐, 콕피트, 노즈콘 등의 ‘뭉치’가 들어가는 동체 격벽에도 색칠을 해줘야 한다.

가조립을 해봤다. 이제부터 또 여러가지가 더 붙어야하지만, 일단 ‘동체접착’이라는 첫 단계를 마쳤다는 데 의의가 있겠다. (여기까지 오는 데만도 두 달이 걸린 셈이네…-_-)

동체만 붙여보긴 아쉬워서 날개도 살짝 가조립. ^^ 이제 슬슬 ‘자세’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어떠신지? 구 소련기들 특유의 단순/무식해보이는 터프함이 살짝 엿보이는 것 같다.

5 comments

    1. 고민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불을 질러주시네요 ^^; 유광락카 표면에 유화물감이 미끌거려 잘 표현이 안된 것을 포기하고 있었는데, gmmk11님 말씀 듣고 바로 작업대로 돌아가 무광에나멜물감으로 초벌 올렸습니다. 뭐니뭐니해도 락카에 에나멜 조합이 (적어도 저에게는) 제일 무난한 듯 하네요. 오늘밤에 작업 다시 해보고 계속 제작기 올리겠습니다.

    1. 가서 읽어보았습니다. 역시 영어로 된 자료보다 한글로 된 자료가 읽기 편하군요 ㅡㅡ;;;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참, 오늘 퍼티작업하는데 그동안 쓰던 테스터즈 레드퍼티가 굳어있어서 고생 좀 했습니다. 아마 깨진 뚜껑 사이로 용제가 휘발돼서 그런 것 같은데요, 급한대로 타미야 광경화퍼티라는 걸 써봤더니 당췌 마르지도 않고… 어렵사리 말라봐야 촛농 수준이어서 미련 없이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간신히 레드퍼티를 라카시너에 녹여가며 작업을 완성하긴 했지만요) gmmk11님은 무슨 퍼티를 쓰시나요? ^^

  1. http://cfile1.uf.tistory.com/image/15355B284D0398A9052F20

    10~20%쯤 남아서 붓끝이 안닿는 무수지 병에 퍼티와 삼화신나 고급형(녹이는 성질이 모형용보다 강합니다.)을 적당히 넣고 잘 섞어서 필요할때마다 열어서 씁니다.
    농도는 진하게, 중간, 엷게 3종류 만드시면 그때그때 편하게 쓰실 수 있습니다.
    락카를 베이스로 하는 타미야 베이직, 군제 화이트, 3M레드 다 사용가능합니다.

    무수지 남은 것과 삼화신나가 락카퍼티류를 모형에 척 들러붙게해서 나중에 떨어지는 일이 많이 줄어듭니다. – 척 들러붙는다기보다는 무수지와 신나가 프라/퍼티 접촉면을 녹여서 융화시켜서 그런 것 같습니다만;ㅎㅎ

    단점은 무수지가 접합선으로 흘러들면서 바른 후 순간적으로 접착강도가 약해지고 신나가 녹아들면서 푸욱 꺼질 수 있습니다만 이건 완전히 마른 후에 퍼티질하고 얇게 여러번하면 별 문제 없습니다.

    http://gmmk11.tistory.com/1822
    저는 이런식으로 씁니다. 뚜껑 열면 락카냄새가 좀 심하게 나지만 쓸때마다 콘크리드 개듯 신나에 풀어쓰는것보다 준수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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