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 / Hasegawa
하세가와 1:48 F/A-18D 복좌형 호넷으로, 군제락카 307(상면), 308(하면)의 전형적인 로우비지 기체다. 원래 에어울프를 만들고 난 뒤 레진 컨버전 키트를 이용한 깜짝아이템(?)을 제작하려 했는데 의외로 지지부진하여 중간에 머리 식힐겸 하나 뜯은 것이 이 복좌형 호넷이었다. 어쩌다보니 깜짝아이템보다 더 일찍 완성을 보게 되었다.
원래 단좌형으로 개발된 것을 복좌형으로 개조한 기체치고 우아한 실루엣을 잃지 않은 기종은 많지 않은데 이 호넷은 그런 드문 기종 중 하나다. 복좌형임에도 캐노피를 억지로 늘인 느낌이 들지 않아 기수에서 스파인(Spine)으로 이어지는 곡선이 대단히 유려하다. 캐노피를 닫은 상태로 제작한 것도 이 유려한 곡선을 살리고 싶어서였다.
이번부터는 디지털카메라를 종전의 쿨픽스2500에서 디미지Xt로 교체하였다. 동생의 출가를 핑계삼아 하나 장만한 것이다. 모형제작뿐 아니라 완성작 촬영에도 큰 도움을 주던 동생이 없는 게 아쉽지만 나만의 디지털카메라가 생겼으니 모형제작과 함께 촬영에서도 홀로서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키트의 조립은 그리 어렵지 않다. 단차가 심한 부분이 꽤 있다고 예전부터 들어왔지만 그에 대한 공략법도 그만큼 많이 들어왔고, 무엇보다도 ‘즐겁게’ 만들자는 신조로 모형을 하는 나로서는 접합선이나 단차수정 같은 조립단계에서의 스트레스는 가급적 피하자는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레진 컨버전 키트를 만들며 사포질에 지쳐 머리 식힐겸 잡은 놈한테 또 조립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주객전도가 아닐까.
비교적 최근 키트라 그런지 조종석은 별매품 없이도 꽤나 근사하다. 조립을 건성건성 넘어가겠다 마음 먹더라도 콕피트 도색만큼은 조금 느긋한 자세로 임하는 것이 좋다. 타미야 아크릴 XF-19 스카이그레이로 밑색을 에어브러싱하고 완전히 마른 후 에나멜로 세부색칠 및 부분워싱을 행하였다. 사출좌석은 볼륨이 조금 부족한 감이 있으므로 다소 과장된 색칠로 볼륨을 키워주었다.
무장은 D형을 주로 쓰고 있는 해병대의 전선항공통제 컨피규레이션에 맞춰보았다. LAU-10 즈니로켓런처 2조, GBU-10 레이저유도폭탄 2개, 연료탱크 1개다. (사실 GBU-10은 모양이 멋있어서 달아본 거다 ^^) 연료탱크를 제외한 이상의 무장은 모두 하세가와 별매세트에서 가져왔는데 데칼이 몽땅 갈라진 상태라 고생 좀 했다.
그러나 주익 끝의 사이드와인더는 새로 만들기가 귀찮아 예전에 만든 모노그람 F/A-18C VMFA-232에서 떼왔다.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그놈은 본인이 외국나갔다온 동안 반파돼있어 이처럼 다른 놈들이 필요로 하는 부품이 있으면 Donor(장기기증자)로서의 역할을 하다 폐기될 예정이다. ㅠ_ㅠ (뭐, 사실 그 VMFA-232 기체는 다시 ‘제대로’ 만들어 보고 싶기도 했다) 아무튼 ‘업어온 자식’이라 그런지 새로 칠한 동체보다 조금 색이 바래보이지만 원래가 모노그람 키트 무장이다보니 디테일, 볼륨감 만빵이다.
이번 제작의 주안점은 ‘필터링’ 연습이었다. 필터링이라는 기법이 소개되었을 때 나는 이것이야말로 내가 몇번의 삽질을 거듭하면서 구현하고 싶어했던 바로 그 표현이라고 환호했었다. 이제까지 락카밑칠 위에 에나멜, 아크릴, 파스텔 등을 덧칠하고 지워내고 했지만 좀처럼 효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유화물감을 과감하게 ‘쳐바른’ 뒤 닦아내는 필터링은 나에게 하나의 혁명처럼 받아들여졌다.
사실 이 작품에는 유화물감 필터링 외에도 내가 아는 웨더링기법이 총동원 되었다. 필터링 이후에 저먼그레이 에나멜을 다양한 농도로 묽게 하여 먹선넣기 겸 워싱을 또한번 행해주었으며 (이때에는 인형색칠할 때 쓰이는 블렌딩까지 시도하였다) 최종적으로 갈색, 회색, 검은색의 파스텔의 마지막 터치로써 패널변색 및 기름때를 표현해주었다.
매 단계마다 직전단계에서 행한 웨더링의 밸런스를 맞춰주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 웨더링은 전체적인 ‘느낌’이지, 디테일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이번 웨더링이지만 그런 점에서 볼 때 다소 과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이 있다.
데칼은 Mike Grant Decals의 ALPS인쇄데칼을 이용했다. 긁힘에 대단히 민감하다는 점만 빼면 일반 별매데칼과 성질이 비슷한 것 같다. 단, 락카계열인 수퍼클리어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위에 인쇄된 도안은 녹지 않지만 밑에 깔린 필름이 녹는 바람에 위의 도안까지 들고 일어나버리는(‘쪼개지는’) 현상이 가끔 발생한다. 해결방법은 ‘얇게 여러번’ 스프레이하는 것 외에는 없을 듯 하다.
등(스파인)을 장식하고 있는 도끼와 철퇴 역시 멋지게 디자인 되어 있다. 워크웨이의 더럽혀진 표현과 패널변색효과는 파스텔로 처리한 것이다.
데이터마크는 에어로마스터 #48-486에서 데이터부분만 따서 썼다. (하세가와 키트 데칼에도 있는 것이지만) 안테나의 Do Not Paint 까지 적혀있을 정도로 고증성이 좋다. 참고로, 이런 ECM안테나처럼 짙은 동체색을 칠한 뒤 나중에 흰색 에나멜을 칠하고 싶다면 모델마스터 에나멜 흰색을 사용하시길 권한다. 타미야 에나멜보다 입자가 훨씬 고와서 붓칠에는 최적의 도료로 알려져있는데 색칠하기 까다롭다는 흰색 색칠도 문제 없을 정도다.
2004년 설날 연휴를 심심치 않게 보내게 해준 녀석이다(물론 반어법 ㅡ_ㅡ;;).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처음 시도한 웨더링(필터링)이 잘 되어 가슴 뿌듯했던 경험을 선사해준 놈이기도 하고 정기영님 웹사이트의 호넷 콘테스트에서 뜻밖에도 3위에 입상하여 내 생애 최초 콘테스트 입상작이 된 작품이기도 하다.
정말 최고입니다~ ㅋ
볼수록 새롭워요…
전 언제 이런걸 만들런지 … 크흑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