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만의 포스팅이다. 사실 그 동안은 바빠서 제대로 된 작업은 거의 못했고, 시간이 날 때마다 퍼티 + 사포질 + 리스크라이빙 정도만 살짝살짝 하는 정도였다. 그래도 최근 며칠 사이에 여유가 생겨 인형 둘, 사출좌석 하나 색칠을 끝냈다는 점이 큰 진전이랄 수 있겠다. 사출좌석과 인형 칠하기는 그 크기에 비해서 시간 소모도 많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 중 하나라 이렇게 미리 끝내두면 무척 편하다.

전체적인 모습. 레드퍼티 자국이 곳곳에 보이면서, 엊그제 색칠을 끝낸 인형이 세팅돼있다.


이번에는 쉽게쉽게 만들자 다짐했는데, C형 중기~후기형으로 만들기 위해 조사를 거듭하다보니 결국 또 고증의 바다에 빠지게 되더라. Zone-Five.net 포럼 등에서 찾은 Dave Roof의 포스팅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일례로, C/D형에서 좌우 점검창 일부가 폐지되었다는 사실(http://www.zone-five.net/showthread.php?p=147367)을 처음 알게 되어 사진과 같이 퍼티로 패널라인을 메워주었다. (울프팩디자인 C/D 후기형 업데이트 세트 #48076의 기수는 이를 반영하고 있다)

기수 아래쪽의 가스벤트도 중기~후기형의 메시 타입으로 하기 위해 메워주었다. 이후에 울프팩디자인 업데이트 세트(#48076)에 든 데칼을 붙여줄 예정이다.

이 부분도 중기~후기형으로 하기 위해 일단 퍼티로 메워준다. 역시 울프팩디자인 업데이트 세트에서 데칼로 제공된다.

키트에서 재현한 공기흡입구 아래의 ECM 안테나는 A/B형에서만 보이는 사양으로, C/D형에서는 폐지되었다. C/D형 중기형부터 도입된 듀얼 채프발사기는 역시 울프팩디자인 부품.

하세가와 키트의 동체 상, 하판은 위와 같이 저명도편대등 자리에서 만난다. 내 경우에는 위 아래로 쪼개서 엉성하게 몰드돼있는 저명도편대등 자리를 아예 싹 밀어내고 플라스틱판을 붙이는 방법을 선호하는데, 이번에는 약간 더 공을 들여봤다. 저명도편대등 몰드를 붙이기 전에 더 얇은 플라스틱판으로 보강판을 재현해준 것이다.


가급적 별매품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갑자기 마음이 동해서 덜컥 사버린 Aires제 F/A-18C 배기노즐(#4267). 키트의 것도 ‘못난이’는 아니지만, 옆에 놓고 보면 갑자기 ‘플라스틱 덩어리’가 되어버린다. (…) 특히, 정밀한 노즐 끝단과 세라믹으로 돼있다는 노즐 안쪽의 디테일을 생각하면 이쪽으로 손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캐노피는 중간의 파팅라인을 긁어내고 사포와 연마제로 곱게 다듬은 후 퓨처 코팅. 노란색은 마스킹테이프인데, 나중에 내측부품 등과 접착되는 부분에 붙여둔 것이다.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마루바닥 코팅제라는 퓨처의 특성상, 퓨처 코팅을 한 캐노피는 웬지 접착력이 크게 떨어질 것 같아 염려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퓨처 코팅을 할 때는 퓨처에 투명부품을 푹- 담갔다가 뺀 후 잘 마를 때까지 위와 같이 도시락통(?)에 보관해둔다. (바닥에는 키친타올을 깔아둔다) 공기 중에서 그냥 말렸다가는 먼지가 앉을 테니까.

캐노피 안쪽 부품은 플라스틱판과 에폭시 퍼티를 사용해 투명부품과 붙을 부분에 접착면을 넓혀주었다. 가동부는 황동봉을 심어서 동체에 끼웠다 뺐다 할 수 있게 했다.

사실, 예전에 해두었던 작업이긴 한데… 스파인 부품을 붙이기 전에 황동파이프를 심어 캐노피 안쪽 부품의 황동봉을 꽂을 수 있게 해두었다.

결과물은 보시는 바와 같다. 캐노피를 연 상태에서도 튼튼하고, 아예 캐노피 자체를 탈착하는 것도 가능하다.

자, 각종 꼼수(?)는 이 정도로 하고… 이제부터는 요 며칠 사이에 내 여유시간을 모조리 앗아가버린 인형과 사출좌석의 색칠 결과를 공개한다.

사출좌석은 울프팩디자인 F/A-18C/D 후기형 업데이트 세트에 든 NACES 시트. 원래는 벨트가 몰드돼있었지만, 파일럿 인형을 앉히기 위해 모두 잘라내버렸고, 색칠도 대충대충 했다. 다만, 헤드레스트 좌우와 가랑이 핸들(??)에는 Eduard 칼라에치(#FE223)의 해당 부품을 붙였다. 특히, 칼라에치를 쓰든, 데칼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저렇게 헤드레스트 좌우에 칼라나 마킹을 그려넣으면 사출좌석 색칠을 대충 했더라도 더 ‘예쁘고’ 정밀해보이는 것 같다.


하세가와 미해군 파일럿/갑판요원 세트에 든 파일럿 인형 몸체에, 타미야 1:48 큐벨바겐 키트의 독일군 파일럿의 머리와 팔을 조합한 파일럿 인형. 얼굴은 험브롤 에나멜 페인트를 기본으로 타미야(레드브라운, 노란색)와 테스터즈(흰색, 분홍색) 에나멜 페인트를 적절히 섞어 썼다.


팔은 원래 제2차 대전 독일공군 파일럿 인형의 것이기 때문에 약간의 개조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에폭시 퍼티로 볼륨을 키워주면서, 소매의 단추구멍은 메우고 왼팔 상단의 비행대 패치와 주머니를 덧붙여주었다. 비행대 패치 부분은 하세가와 키트의 데칼을 쓰려 했으나, VFA-37의 흰색/파란색 배색에 맞는 게 없어 그냥 그려버렸다.




갑판요원은 앞서 보여드린대로 몸통과 머리를 서로 다른 인형에서 따오고, 다리와 팔은 자작한 것이다. 조립(?)은 예상 외로 쉽게 끝났는데, 색칠이 만만치 않았다.

원래는 발함장교로 하기 위해 헬멧과 조끼를 노란색으로 칠하려 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발함장교가 비행기 위에 올라가 콕피트 안의 파일럿과 얘기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 같았다. 사진을 찾아봐도, 발함장교는 대부분 함재기의 출격 직전 비행기 옆에서 고글을 쓰고 서있는 모습이었다.
논리적으로 생각해볼 때, ‘콕피트 옆에 올라가 파일럿과 이야기할 일이 있는 사람들’은 정비병이다. 정비병은 함대 소속이거나 비행대 소속인데, 함대 소속 정비병은 녹색 헬멧과 조끼, 비행대 소속 정비병은 흰색 헬멧과 조끼란다. 결국 색깔이 화사하고 다루기 쉬운 녹색의 함대정비병으로 결정.
바지의 경우, 위장무늬와 단색 두 가지가 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위장무늬는 일반사병, 단색은 부사관 이상이 입는다고 돼있다. 기왕 예쁘게 칠하는 거, 바지는 크로스델타 위장무늬 데칼(#MIL35-002)을 써서 우드랜드 위장으로 하고 싶었는데, 이 데칼이 1:35용인지라 1:48 인형에도 크기가 맞을지 자신이 없어 구입하지 않았다.


헬멧과 조끼의 반사광 띠는 모아둔 데칼 중에서 적당한 것을 잘라 사용.

정비병의 경우, 왼쪽 허리춤에 공구가방을 매고 있는 것이 자주 보인다. 원래 발함장교로 만들던 것을 급하게 정비병으로 바꾸다보니 이 공구가방을 만들지 못해 애를 태웠는데, Preiser 1:72 민간인 인형세트에 든 민간인 책가방(…)이 모양도 크기도 적당한 것 같아 해당 부품을 적당히 가공하여 붙여주었다.

발함장교 인형을 위해 만들던 소품. 플라스틱판과 포토에치 부품 쪼가리, 에나멜선으로 만든 무전기다. 애써서 만든 것인데, 정비병으로 선회하면서 필요가 없게 됐다.

원래 계획대로 발함장교를 만들었다면 왼쪽 허리춤의 공구상자 대신 오른쪽 엉덩이 위에 이렇게 무전기가 달렸을 것이다. 나름 신경쓴 소품인데 용처를 잃어버려 아쉬운 마음에 이렇게 사진으로나마 남겨본다.



접사를 하니 조금 신통찮아 보이는데, 약간의 자아도취를 해보자면 이 인형들은 내가 칠한 인형 중 가장 잘 칠한 녀석들이다. 그간 많은 1:48 인형들을 칠해오면서 항상 얼굴의 색칠에서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그러한 아쉬움 없이 내 스스로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나왔다.
좀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인형색칠의 ‘감’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부끄럽지만 나는 여태동안 인형을 칠할 때 올바른 페인트의 농도도 모른채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붓을 놀려왔다) 앞으로는 인형색칠이 그렇게 부담스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어쨌거나 색칠이 귀찮아 평상시에는 가장 나중에 칠하곤 하는 사출좌석과 인형의 색칠이 끝났으니, 이제는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핀바이스를 사용한 리베팅이 남아있긴 하다) 올해 내에 끝나진 않겠지만, 가급적 내년 2월말에 이사 가기 전까지는 완성하고 싶다.
느낌이 아주 좋은데요. ^^
그리고 캐노피에 사용한 황동봉과 황동파이프 테크닉은 저도 사용해봐야겠습니다. 각도 세팅이 좀 까다로워보이는데, 결과물은 아주 좋네요. 이동이나 청소할 때도 좋을 것 같구요.
네, 저도 만들 때 각도 잡기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약간의 팁이라면… 캐노피 레일쪽을 먼저 작업하고 등뼈쪽 파이프를 나중에 (에폭시퍼티가 마르기 전에) 작업하는 게 수월한 것 같더군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업데이트를 항상 기다리고 있습니다… 🙂
이사 준비하시느라 바쁘신가 봅니다. ^^;
울프팩 제품 수축하고 뒤틀림 때문에 말이 좀 있던데 어떠신가요? 뜯고 갈아내고 하기 귀찮아 1/72 F/A-18용으로 몇개 사려 하는데 좀 망설이고 있습니다.
천천히 느긋하게 만드셔서 멋진 불스 완성작 보여주세요. 🙂
새해인사 주신지 꽤 됐는데, 관리자모드로 로그인하는 게 늦어 이제야 답글 답니다. 음력 설이 됐으니 새해인사를 드리는 게 반드시 틀린 것만은 아니라고 우겨볼랍니다. 😀
오늘은 설 연휴를 맞아 새집으로 들고갈 비행기를 Boxing 했습니다. 아주 속이 시원하더구만요. ^^ 부모님 댁으로 잠시 피난 보내려구요. Kfir 2점, A-7D, MiG-27 등 초창기 완성작들은 친척들을 나눠주거나 폐기처분하려고 합니다. (두둥~)
울프팩 제품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아이템이라 자주 씁니다만, 품질에 관해서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큰 부품의 수축과 긴 부품의 휨이 특히 그러한데요, 개인적으로는 별매품을 기초로 자작하는 것도 못할 바 없다는 생각이어서 큰 문제로 느끼진 않습니다. Cutting Edge나 Aires 정도의 캐스팅 수준이면 세계모형계를 평정(?)할텐데, 조금 아쉽지요. (이 두 회사의 캐스팅 수준은 Top-tier인지라 단순비교는 어렵습니다만…)
크기가 작을수록 수축이나 휨이 덜하니까 1/72 호넷용 별매품이라면 구입하셔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