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포스팅한대로 2012년 2월 20일,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갔다. 예전 집보다 조금 넓긴 하지만, 방 개수는 똑같고 커가는 아기를 위해서 방 하나를 주기로 했기 때문에, 예전 집에서 방 하나를 독점하다시피 하며 작업실로 이용하던 호사는 더이상 부리기 어렵게 되었다.
복도식 아파트였던 예전 집과 달리 새 집은 ‘계단식 아파트’여서 베란다가 두 곳이다. 베란다 활용에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되어 베란다에 작업실을 설치하는 데 집사람의 큰 반대는 없었다. (집사람의 취미는 베란다에서 화초 기르기인지라, 베란다가 1개라면 트러블이 조금 있었을 성 싶다)
어쨌거나, 많은 아저씨 모델러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베란다로 고고씽… (어 추워…)

완성된 베란다 작업실. 기왕 베란다 작업실을 꾸미는 김에, 이것저것 장비들을 새로 갖추면서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왼쪽으로는 서재 겸 컴퓨터방이 이어지는데, 이쪽 벽면에 오래된 책장을 가져다 놓았다. 페인트, 도구, 별매품 등을 두기 위해서다. 바깥과 바로 이어지는 오른쪽 벽면은 결로(結露)현상이 심하기 때문에 (지금은 쓰지 않는) 아기용 플라스틱 욕조, 옷걸이 등으로 간격을 두어 습기가 책장에 닿지 않도록 했다. 책장이 왼쪽에 붙어있는 것이, 작업대 앞에 앉아 물건을 꺼낼 때 더 편하다는 이유도 있다.

책장의 가장 가운데 높이에는 아무래도 사용빈도가 제일 높은 래커와 에나멜 페인트를 늘어놓았다. 이사 오면서 버릴까 했던 GSI 페인트 스탠드를 적당히 보수해서 쓰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사용빈도가 낮은 험브롤과 모델마스터 에나멜 페인트는 별도의 상자에 두고 필요할 때만 꺼내어 쓸 참이다.

아래에는 플라스틱 4단 서랍장 3개로 별매품 수납장을 꾸며보았다. 서랍이 너무 많아 보이는데(…) 책장의 사이즈가 조금 미묘한지라, 저 사이즈의 서랍장 3개를 쓸 수밖에 없었다. 서랍장의 구입처는 G마켓.
예전부터 써오던 KP Shop 에어콤프레서도 계속 쓰기로 했다. 소음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동체 등의 기본도장을 올릴 때는 힘이 좋은 이 콤프레서를 계속 돌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펜스는, 예전 집의 작업실 벽에 전동총들을 거치해놓던 철제 펜스 중 하나다. 책장과 작업대를 놓은 뒤에도 니퍼나 마스킹 테이프 같은 작은 도구들을 놓을 공간이 애매하던 차에, 번득이는 아이디어(?)로 꾸며본 것이다.
현재, 전동총들은 모형 완성작들과 함께 모두 부모님 집에 가 있다. 언제 다시 들고 오긴 해야 하는데, 무게도 무겁고 디스플레이나 관리하기도 힘들어서 다 팔아치울까 하는 생각도 들고… 언제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그리고 이렇게 펜스까지 다른 용도로 유용해버렸으니…^^

작업대 왼쪽으로는 자주 쓰는 공구들을 모아놓았다.
참고로, 작업대 위에 깔아둔 정체불명의 천은 낡은 트렁크 팬티(…)다. 조금 궁상맞아보이기는 하는데, 재질이 면(綿)인지라, 저렇게 부품들 아래에 깔아두면 부품에 흠집도 안 나고 여러모로 좋다. 물론, 버리는 팬티라 하더라도 ‘걸레’ 수준은 곤란하고, 깨끗이 빨아서 새 것처럼 말린 뒤에 쓰고 있음은 당연하다. (완성작에서 냄새가 난다느니 뭐라느니 하는 사람은 그냥…ㅡㅡ;; )

오른쪽에는 전동공구와 곡자 등을 걸어놓았다. 토이스타제 Colt는 그냥 폼으로…^^

스탠드는 삼정인버터 스탠드 SS-1000. 집사람이 학교에서 학생들이 버리는 것을 주워온 것인데, 예전 집에서는 창고에서 잠자고 있다가 이번에 베란다 작업실을 꾸미면서 이렇게 멋지게 재활용하게 되었다.

베란다 작업실 완공이 늦어지게 된 가장 큰 주범인 신형(?) 스프레이 부스. 베란다 작업실은 부엌쪽 베란다와 바로 연결이 되는데다 공간의 폭이 (방 하나를 통째로 쓰던) 예전에 비해 크게 좁아져, 기존에 쓰던 스프레이 부스를 그대로 쓰는 것은 무리였다. 좀더 (앞뒤로) 슬림하고, 풍량도 강력한 스프레이 부스를 만들어보자 싶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어쨌거나, 신형 스프레이 부스의 제원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본체 : 플라스틱 김치통 (상품명 : 싱싱점보밀폐 / 제조사 : 용궁프라스틱 / 가격 : 12,000원)
- 팬 : 만승전기 MVD-150S (Main) / 혜성전기 HV-10P (상부)
- 덕트호스 : 타포린 덕트호스 Φ100mm (5m x 2)
- 기타 : 팬 고정용 MDF 판재-각재 구입, 전원스위치-배선은 기존 스프레이 부스 부품 재활용

김치통의 장점 중 하나는, 페인팅 작업을 끝낸 후에는 이렇게 뚜껑(!)을 씌워 냄새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눈썰미가 좋은 분들이라면 덕트호스 끝단을 평평하게 만든 것을 눈치채셨을 것이다. 요새 유행하는 오리주둥이형 배기벤트를 써보고 싶었으나 토출구 지름이 달라 쓰지 못했는데, 아쉬운대로 이렇게 덕트호스 끝단을 평평하게 만들어주면 비슷한 효과가 나지 않을까 싶다.


만승전기 MVD-150은 시로코팬의 형태를 띄면서도, 팬이 플라스틱으로 되어있어 소음이 적다. 모 모형공구 판매사이트에서 판매중인 자체제작 스프레이 부스에도 이 MVD-150이 들어간다. (사실 그 제품을 구입할까 생각도 했으나, 팬을 2개 돌리려는 내 계획과 맞지 않아 구입하지 않았다)
다만, MVD-150은 원래 천장용 환풍기이므로, 이렇게 ‘세우는’ 경우에는 아래에 지지대가 필요하다. 그 모형공구 판매사이트의 스프레이 부스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소했는지 모르겠지만, 내 경우에는 필요한 판재의 크기를 재서 MDF 판재를 따로 주문하여 MVD-150 아래에 괴어두었다.

상부의 혜성전기 HV-10P는 제원상으로 볼 때 동종 10파이(토출구 지름 Φ100mm) 환풍기 중에서 풍량이 가장 센 제품이다. 동종 다른 제품들은 분(分)당 풍량이 1.0~1.5 m³이나, 이 HV-10P는 2.5 m³ 이다. 모양이 크게 다를 것도 없는지라 이 수치가 정확한 것인지 의심은 들지만, 일단 제원상의 수치를 믿기로 하고 시중에서 그리 물량이 많지도 않은 이 제품을 낑낑대고 구해 장착시켜보았다.
참고로, 만승전기 MVD-150은 크기도 크고 무게도 상당한지라(2.4kg) 이처럼 김치통 상부에 장착시켜 쓰기에는 무리다. (HV-10P의 무게는 0.4kg에 불과)

작업대는 G마켓 등에서 꽤 잘나가는 상품인 ‘무인도 절탁자’를 구입했다. (‘무인도’가 브랜드 이름이다) 원래는 중고 학원책상(2인용)을 구했으나, 스프레이 부스를 올려놓고 보니 작업공간이 너무 좁아 더 폭이 넓은 이 제품을 다시 구입했다. 15,000원 주고 구한 중고 학원책상보다 3배나 비싸지만(신품 6만원선)이지만, 작업공간이 넓어져 무척 마음에 든다.

작업대 아래로는 새로 구입한 미라지콤프가 보인다. 고급사양으로 사느라 역시 돈이 좀 깨졌는데, 이사 온 새 집이 층간소음이 심해서 조용한 보조 콤프레서가 반드시 필요했다. On/Off 스위치는 작업대 다리에 묶어두었으며, 클램프식으로 되어있는 에어브러시 홀더는 작업대 귀퉁이에 고정시켜 두었다.
미라지콤프의 작은 소음은 만족하지만, 탁상용이어서 그런지 에어브러시 호스가 너무 짧다는 생각이다. 원래는 KP Shop 콤프레서와 함께 작업대 왼쪽에 두고 쓰고 싶었는데, 에어브러시 호스가 너무 짧아 지금의 위치로 옮겼다.

이것이 원래 작업대로 쓰기 위해 구입했던 중고 학원책상(2인용). MMZone에 공짜로 내놓기도 했으나, 배송이 난감해서 그런지 아직까지 팔리지 않고 있다. 집에서 다른 용도로 쓸 방안을 찾아봐야겠다.

위에서 살짝 언급한대로, 베란다 작업실은 결로가 심하여 자료서적이나 데칼, 캔스프레이 등은 모두 서재 겸 컴퓨터방으로 옮겼다. 기존 책장의 한 열(列)을 내 모형-비행기 자료집에 할애하면서, 베란다 작업실에 내놓을 수 없는 데칼 등도 같이 배치해보았다. 조금 중구난방이긴 한데… 살아가면서 다시 정리해보면 되지 않을까?
* PS : 이사하면서 인터넷+TV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까지 iPhone 4S로 새로 바꿨다. 모든 사진은 아이폰으로 찍은 것인데, 웹에 올리기에는 이 정도로도 충분하지 싶다. 앞으로는 작업 중간사진도 죄다 아이폰으로 찍을 것 같다. 아이폰이 내 블로그와 연동되어 아이폰에서 찍은 사진을 바로 포스팅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쉽지만, 내 블로그는 Textcube를 사용한 설치형인데다, Textcube가 구글에 넘어가면서 더이상의 성능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멋집니다. 새로운 환경이라 모든 것들이 때깔이 곱고 잘 정돈되어 있네요. ^^ 베란다든 어디든 방해받지 않는 자기만의 작업공간이 있다는 것은 모델러에게는 축복이지요. 앞으로 훌륭한 작품 더 많이 볼 수 있게되기를 기대해봅니다.
p.s. 중고 학원책상은 사진 촬영용 받침대로 써도 되겠군요. ^^ 저는 매번 사진 찍을 때마다 책상 짐 치우고 배경지 붙이고 하는 것이 귀찮아서 캠핑용 접이식 테이블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용하지 않을때는 구석에 접어서 놓고 사용할 때는 펴서 쓰면 되니 편하더라구요. 크기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구요.
꾸미는 데 소소하게 든 돈이 꽤 됩니다. 특히 이 물건, 저 물건을 인터넷으로 구입하면서 든 배송비가 참 아깝더군요. (죄다 묶음배송 해주는 데 없나…ㅠㅠ) 아무튼 이렇게 꾸미고 좀 달려보자! 싶었는데 때아닌 봄 강풍 때문에 지독한 감기에 걸려 갤갤대고 있답니다. 석주님도 건강 조심하시고, 멋진 F-14 보여주세요. 저도 벌써 다음 비행기는 F-14로 결정했답니다. 🙂
제 베란다 작업실과 90% 똑같네요. ㅎㅎ
근데 창문열어놓고 시원?하게 작업하다보면 아무리 이중창을 닫아도 방안으로 냄새가 좀 스민다합니다. 아무래도 바람이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니 공기흐름때매 그런 것 같은데요. 이점때매 온가족 다 있을땐 베란다서도 서페질이나 마감질은 못하게 되더군요.
그리고 정말로 춥습니다. 락카계 도료가 젤리처럼되고 신나가 안말라서 도료가 흐르고..;
어? 작업실, 실내 아닌가요? 블로그의 제작기 보면 항상 실내사진이던데요…^^
페인트 역류는 사실 좀 고민입니다. 저희 집 베란다가 부엌 베란다로도 쓰이는 것이어서(겸용) 작업실과 부엌 베란다 사이에 자바라를 칠까 생각도 했죠. 그런데 자바라 치면 졸지에 음식점처럼 촌스러워진다는 가족들의 반대에 수긍했습니다. 아무래도 제한적으로 뿌리고 환기시키고… 그러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네요.
페인트가 젤리처럼 된다는 것은 뿌릴 때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그냥 뚜껑을 닫은채 보관해도 그렇게 굳어버린다는 건가요? 그렇지 않아도 요새는 1년에 2~3번 페인트칠을 할까 말까 할 정도로 페인트통을 잘 안 열다보니까 페인트들이 잘 증발돼서 막상 색칠작업할 때 시너로 녹여주는 일이 여간 귀찮은 게 아니더군요.
베란다에 다 갖춰놨는데 춥고 부품날아가면 영영 못찾는지라 그냥 락카색칠만 베란다서 하게 되었습니다.ㅎㅎ
뿌릴때도 신나가 계속 안말라서 프라몰드를 녹이거나 합니다. 물론 병안에 있는것도 걸죽해지고요. 근데 이건 온도가 낮아서 그리된거라 더워서 아예 휘발해버린 것보단 낫긴 합니다. 덥히면 그냥 쓸수 있으니;
전 락앤락통에 락카도료들을 가지런히 뒤집어서 담으니 훨씬 낫더군요. 그리고 군제의 그 수지용매 보충액때매 그냥 말라도 걱정없이 씁니다. 락카마른거 그냥 신나만 타서 쓰면 나중에 표면에 사고나기 쉽다더군요.
*그 보충액만 섞으면 그냥 일반페인트도 군제급의 표면강도를 가지게 되니 참 좋습니다.
아, 날씨가 추우면 휘발이 잘 안 되니까 그럴 수 있겠군요. 다행히 이제 날씨가 따뜻해지고 있으니 조금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요? 이제 저는 베란다 아니면 물러날 곳이 없습니다 ㅠㅠ
보충액은 이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http://www.finehobby.com/FrontStore/iGoodsView.phtml?iCategoryId=537&iCategoryIdMain=537&iGoodsId=GSIT115&iCurrentPage=1
GSI나 타미야나, 모델러들이 원하는 상품을 재빨리 개발하는 데는 정말 도가 튼 것 같습니다. 하나 구해봐야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아 저도 배같이 부피가 큰건 날씨상관없이 거실로 나올수 밖에 없는데 그럼 가족들 구박이- -;;
네 보충액 저겁니다. 마른 락카에 신나만타지말고 저거도 같이 타야해요.
저는 특히 요즘 배만 만들어서 도료 감당이 안되니 삼화페인트 사다가 회색 섞고 저거도 같이 타서 뿌립니다. ;
사진처럼 도료를 멋지게 진열해놓으면 여름에 실내로 냄새가 들어오더군요;
가만놔둬도 도료가 마르는거보면 분명 바깥으로 휘발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