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 / Academy / 제작기간 : 2013. 1. 15 ~ 2013. 4. 10
1/72 A-10A 23rd TFW 제작기 #1
1/72 A-10A 23rd TFW 제작기 #2
1/72 A-10A 23rd TFW 제작기 #3
1/72 A-10A 23rd TFW 제작기 #4
완성해놓고도 사진 찍을 시간이 없어 한 열흘 정도 늦어졌는데, 오늘 다행히 여유가 있어 잽싸게 사진 찍고 완성기를 올린다.
덩치가 큰 A-10도 3개월만에 끝이 나는 걸 보면 나 같은 주말모델러들에게는 1/72 스케일이 딱이다 싶다. 그래서인지 서양 모형포럼에서는 1/72를 Gentlemen’s scale이라고 부르더라.
아카데미 1/72 Operation Iraqi Freedom 키트를 기본으로, 하세가와 개수판과 여러 별매데칼을 써서 완성시켰다. 자세한 제작기는 기존에 올렸던 포스팅으로 갈음하기로 한다.
기본 제작방향은 1차 걸프전(Operation Desert Storm)에 참가했던 3색 위장(차콜리저드 스킴)의 샤크마우스 기체를 재현하는 것이었다. 중학생 시절 창간된 국내최초의 모형지 취미가 2호에 실린 이대영 선생의 모노그람 1/48 A-10A를 오마쥬하려는 욕심이 컸다.
걸프전에 참전한 차콜리저드 무늬 + 샤크마우스 A-10은 전술공군사령부(TAC; Tactical Air Command) 휘하 제23전술전투비행단(23rd TFW; Tactical Fighter Wing) 소속 기체들이다. 이중, 수직미익 끝단이 파란색으로 칠해진 제74전투비행대(74th FS; Fighter Squadron)의 AF80-0224 기체를 재현해보았다. 이 기체를 재현할 생각이라면 모노그람 1/72 A-10A Desert Storm 패키지를 구입하면 그만인데, 제작에 돌입할 당시에는 정보가 부족해서 이런저런 데칼들을 참 많이도 모았더랬다. (제작기 #4 참조)
이번에도 역시 캐노피는 앞뒤 부품을 붙여 한 덩어리로 만들어주고 본체와는 접착하지 않았다. 캐노피 색칠이 끝난 뒤, 윈드실드 앞유리에 노란색 고무실링을 재현해보려고 노란색 데칼을 이리저리 꼼지락거려보긴 했는데, 크기도 작고 자칫하면 캐노피 피막도 다치겠기에 중간에 그만뒀다.
콕피트는 간편하게 데칼로 재현했다. 조종석 부품과 데칼은 모두 아카데미 키트의 것인데, 데칼은 가급적 하세가와의 것을 권하고 싶다. 아카데미 키트의 콕피트 데칼은 콘솔면(面)보다 조금 크기가 작다.
3줄로 된 파일럿 네임보드는 모노그람 키트의 데칼을 썼다. 사실 폰트가 노란색이어야 하는데, 그냥 흰색으로만 되어 있어 아쉽지만 파일럿 이름이 3줄로 된 데칼 자체가 드물기 때문에 그냥 썼다. (파일럿 이름이 3줄이고, 폰트가 노란색으로 된 데칼은 Superscale #72-644가 유일한데, 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탑승용 사다리 도어 안쪽에는 “Hog Heaven”이라는 노즈아트(?)가 그려져있다. AF80-0224의 별칭이기도 하며, 모노그람 1/72 Desert Storm 패키지에 데칼로 들어있다. 인쇄 핀트가 어긋난 것이 조금 아쉽다. 탑승용 사다리는 하세가와 개수판에 든 신형 사다리 부품을 사용. 요새 쓰이는 사다리는 사실상 이것이 대부분이며, 아카데미 키트(= 하세가와 구판)에 든 구형 사다리는 최근에 거의 보기 힘들다.
공을 많이 들인 기수의 모습. GAU-8 어벤저 기관포와 기수의 돌기(RWR; 레이더 경계 수신기)는 100% 자작이며, 샤크마우스는 어렵사리 구한 Twobobs #72-025 데칼로 재현.
샤크마우스의 경우, 위로는 기수 양쪽의 RWR 중간을 가로질러 걸치고, 아래로는 GAU-8에 반쯤 걸쳐 있는 것이 표준적이다. RWR의 높이가 조금 위로 올라간 감이 없지 않은데, 샤크마우스 데칼을 기름종이로 본뜬 후 가장 적당한 자리에 RWR (자작)부품을 붙여주는 식으로 위치시켰기 때문에 (키트와 데칼의 궁합 차원에서) 저 위치가 최선이라고 판단한다.
상어의 ‘눈’은 캐노피 위 패널라인에 걸쳐 그려지는 것이 상례(常例)다. 실기(實機)에서는 그 패널라인을 기점으로 호(弧) 2개와 선(線) 1개를 작도하여 그리지 않을까 싶다.
Hobby Design제 스테인리스 튜브(지름 0.6mm였던가?)로 재현한 GAU-8의 7연장 포신은 끝단에 은색을 살짝 칠해 눈에 띄게 해주었다.
날개 뒤에 위치한 엔진나셀 부품은 색칠이 다 끝난 후에 붙여주었다. 조립할 때 붙여놓으면 여러모로 간섭이 생겨 색칠할 때 불편하다. 수직미익 역시 마찬가지로 맨 나중에 붙여주었다.
전술공군사령부(TAC) 마킹은 제작기 #4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eBay에서 구입한 개인 자작데칼이다. 그림 자체는 괜찮지만 벡터 프로그램으로 도안한 기성품보다는 아무래도 좀 부족하다. 흰색 데칼용지에 인쇄된 것이라 테두리를 잘 잘라내야 한다는 것도 단점. 하지만, 이 TAC 마킹 자체가 1/72로 제대로 나온 게 잘 없기 때문에 나름 쓸모는 있다.
이번에도 데칼을 완벽히 밀착시키는데 조금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는 데칼 붙이기 전에 유광코팅을 필수로 해야할 것 같다. 코팅하는 것을 귀찮아 했던 이유가 넓은 면적에 에어브러싱하는 것이 번거로와서였는데, 1/72라면 에어브러싱도 그리 어렵지 않으니까.
적군에게 ‘죽음의 십자가’라는 별명을 얻었다던 A-10의 특징적인 실루엣. 한 치 타협도 없을 것처럼 쭉 뻗은 날개 밑으로 주렁주렁 달린 무장들이, 과연 그러한 별명을 얻을만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사실, 날개 밑의 그 무장들이 발사되기도 전에, GAU-8의 열화우라늄탄이 먼저 작렬하겠지만.
앞서 언급했던대로, 취미가 2호에 실렸던 이대영 선생의 모노그람 1/48 A-10A 완성작을 오마쥬하는 차원에서 무장은 최대한 유사하게 달아보았다. 걸프전에서 쓰이지 않은 BLU-27 네이팜탄, GBU-8, GBU-10, 그리고 동체 중앙의 연료탱크를 달아준 것은 그 때문이다. 취미가 2호의 A-10A에서 비워두었던 2번, 11번 파일런에 Mk.83 통상폭탄과 AIM-9를 달아준 것은, “파일런은 비워두지 않는다”는 개인적인 취향 때문. (5번, 7번 파일런은 뭐…)
AGM-65 매버릭은 걸프전에서 A-10이 제일 많이 사용한 무장이라고 한다. 흰색의 B형과 올리브드라브의 D형을 3개씩 달아주었으며, Superscale #72-708 데칼에 든 AGM-65 스텐실을 붙여 디테일업해주었다.
GBU-8은 색칠하기가 좀 까다로왔지만 실물사진을 보면서 다양한 금속색을 이용해 최대한 알록달록하게 칠해주었다.
AGM-65 매버릭의 경우, 시커(seeker) 바로 뒤에 빨간색으로 테두리(?)가 그려져있다. 이건 Superscale #72-708에서도 재현돼있지 않고, 설령 재현돼있다 하더라도 탄체(彈體) 부품 자체가 완벽한 원(圓)이 아닌지라 조금 난감하다. 하는 수 없이 빨간색 에나멜 페인트를 써서 세필로 그려주었다. 총 6기를 그렇게 칠하느라 눈이 좀 아프긴 했지만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이라고, 나중에는 어느정도 ‘감'(요령?)이 생기긴 하더라.
GBU-10과 Mk.83 통상폭탄도 GSI크레오스 12번과 304번을 이용하여, 섹션별로 약간의 차이를 줘봤다.
Superscale #72-708의 AGM-65 스텐실은 올리브드라브의 D형에서 더 돋보이는 것 같다.
차콜리저드 3색 위장은 GSI크레오스의 301(회색), 302(진녹색), 303(녹색)을 그대로 사용하여 별도의 지형을 만들지 않고 3호 에어브러시를 최대한 가늘게 뿜어 프리핸드로 그렸다. 그 위에 검정색 먹선넣기, 데칼링을 끝내고 덜코트로 코팅한 뒤, 파스텔로 웨더링했다. 웨더링은 검은색 파스텔을 패널라인 위에 묻힌 뒤 면봉으로 곱게 뭉개주는(?) 전통적인 방법을 썼다. 이후 IPP 무광클리어로 무광코팅을 했는데 비오는 날에 에어브러싱을 했기 때문인지 허옇게 백화현상이 나고 난리도 아니었다. 뻣뻣한 붓으로 허연 입자들 털어내고 전열기를 세게 틀어 습기를 제거하는 등 난리를 피우고서야 간신히 수습. (이번에는 왜 또 사고 안 내나 했다…)
중학생 때 취미가 2호의 A-10을 보면서 ‘우와, 멋있다…’ 하던 때가 벌써 22년전이다. 그 책을 지금 들춰보면 오류도 있고 제작상의 부족한 점도 눈에 띄지만, 어린 시절 워낙 강렬한 인상을 받았기에 2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꼭 만들어보고 싶은 기체’로서 내 마음 속에서 잊혀졌던 적이 없다. 비록 스케일은 다르지만, 이렇게 오늘도 20여년간 간직한 꿈이 또 하나 이루어졌다.
차콜리자드 + 샤크마우스 A-10에 대한 나의 동경이 20여년 동안 달라지지 않은 것이라면, 분명 달라진 것도 있다. 중학생 때였다면, 내가 만든 A-10을 한 집에 사는 저 두 사람(실은 세 사람이다)이 신기하게 바라보며 사진 찍는 모습을 상상할 순 없었을 것이다. 회사일도 그렇고, 요새 여러모로 마음이 좀 힘들지만, 비행기와 가족이 있어 하루하루 즐거울 수 있는 것 같다.
자, 이제 완성기까지 올렸으니, 당장 (마음 속에 정해둔) 다음 작품을 시작해봐야겠다.
와… 아주 좋은 작품입니다. 잘 봤습니다. ^^
손이 많이 간 작품이다보니 역시 완성후에도 느낌이 뭔가가 있네요.
AGM-65B와 D의 시커 색이 다른 것까지 꼼꼼하게 재현하셨네요. 🙂
저는 그냥 회색 A-10으로 만들어야 비교가 안 되겠습니다. ㅋㅋ 주말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
P.S – IPP 제품 요즘 몇종 잘 쓰고는 있는데 역시 입자가 날리는 문제가 좀 거슬리더라구요. 저는 표면코팅용으로는 그냥 GSI나 테스터 제품을 쓰기로 했습니다.
포스팅 올리자마자 댓글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A-10은 아무래도 주렁주렁 달린 무장이 매력이기 때문에 무장에 신경을 좀 써봤습니다. 사실 제가 실제 무기나 고증에 크게 얽매이는 사람은 아닌데, 모형 만들 때만큼은 스스로 ‘허들’을 조금씩 높이고 그걸 깨우쳐가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타입이다보니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게 되네요. 즐겁게 잘 보셨다니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
기대를 버리지 않고 멋진 작품을 보여주세주셨군요.
가족과 즐겁게 모형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부럽기도 합니다.,
혹시 이번에 시즈오카 호비쇼 가실 계획은 없으신지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가족도 대개는 제가 비행기 붙들고 있으면 싫어합니다. ^^ 보통 주말 2~3일을 가족과 함께 보내면 주말 밤에 조금 깨작대는 선에서 용인해주는 것이 패턴인 것 같네요.
시즈오카 호비쇼는 7년전쯤인가…예전에 한번 갔던 적이 있지요. (http://hjmodeling.com/blog/664) 정말 즐거운 추억이어서 다시한번 가보고 싶습니다만, 요새 회사일이 좀 많아서 휴가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쉽습니다.
무장에 위장무늬에 꽤 손이 많이 갔었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 빨리 아주 멋지게 완성하셨네요.
A-10은 저도 워낙 좋아하는 기체이고(사실 에어로 모델러 중 A-10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못 본 것 같습니다. ^^) 모형 처음 시작하던 무렵에 어디서 굉장이 좋은 킷이라는 이야기를 주워 듣고는 부족한 실력에 덜컥 제작까지 한 놈이 바로 모노그램 A-10이라 감회가 남다릅니다. 언제 트럼페터 A-10을 제작해보고 싶기는한데 워낙에 악명이 높아서 아직 섣불리 손을 못대고 있네요.
그나저나 마지막의 사모님과 따님 모습이 참 좋아보입니다. ^^ 수고 많으셨고 그럼 다음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저도 시간 오래 걸린 줄 알았는데 따져보니 3개월 밖에 안 걸렸더라구요. 저도 놀랐습니다. ^^;
석주님이 A-10 만드신 것은 본 기억이 없습니다. 아무리 초기작이라 하더라도 블로그에 한 번 올려주심이 어떠할런지요? 아니면 트럼페터 A-10을 새로 잡아보셔도 좋겠습니다. 말씀대로 악명이 높긴 하지만 TRS 2의 노즈콘을 뜯어고치신 꼼꼼함이라면 기대가 됩니다. (그런 고난이도의 작업기는 저같은 구경꾼에게 큰 즐거움을 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