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4B VF-103 제작기 05

보통은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작업을 하는데, 주중에 휴일이 끼어있으면 하루를 더 작업할 수 있어 좋다. 시간을 많이 들여 집중해서 넘어야할 고비가 있던 차에 잘 됐다 싶다. “고비”라는 것은 바로 사출좌석의 시트벨트 붙이기를 포함한 포토에치 부품 가공작업과 패널라인 되파기 작업이다.

비행기 모형, 특히 1/72 스케일에서 굳이 포토에치 부품을 사용한 디테일업 작업이 필요하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워낙 크기가 작아서 가공하기 어려울뿐만 아니라 디테일업한 효과도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탑승용 사다리를 연 상태로 작정한 마당에, 키트의 부품이 너무 투박해서 별매 포토에치 부품을 써보기로 했다. 중국 DreamModel의 Hasegawa F-14A/B용 제품(#DM0504)과 Trumpeter(Hobbyboss??) F-14B용 제품(#DM0540)을 적절히 섞어 썼다. #DM0540 제품의 구성이 훨씬 다양하고 디테일도 낫지만, 하세가와 키트와 하비보스 제품의 사이즈가 다르기 때문에 #DM0540을 하세가와 키트에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한편, 이번 현충일 휴일에는 패널라인 되파주기 작업 중 가장 난감한 두 부분(기수와 주익)의 작업을 끝냈다. 이 두 곳은 패널라인이 섬세하고 키트의 인상이 좌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들여 집중적으로 작업하지 않으면 안된다. 휴일 전날 밤부터 휴일 당일까지 맥이 끊기지 않고 쭈욱- 작업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출좌석은 Aires의 레진제 사출좌석을 기본으로, Aires와 DreamModel, 하세가와 키트에 든 기본 포토에치 등을 적절히 섞어 시트벨트를 재현해주었다. 별매 사출좌석에서 가장 귀찮은 게 이렇게 포토에치로 시트벨트 만들어 붙이는 제품인지라 선뜻 손이 가질 않았는데, 이 역시 이번 휴일을 이용해서 조립을 완료했다.

Verlinden이나 True Details의 GRU-7 사출좌석은 시트벨트가 몰드되어 있어 편하다. (그래도 페이스커튼 핸들은 구리선 등을 이용해서 스스로 만들어 붙여줘야 한다) 하지만 크기가 조금 커서 Aires 콕피트에 잘 안 들어가는지라 어쩔 수 없이 Aires 사출좌석을 쓸 수밖에 없었다.

페이스커튼 핸들은 자동차 모형에 쓰이는 0.3mm 노란색 와이어를 써볼까 했는데, 실제로 구입하고 나서 살펴보니 너무 작아서 가공이 곤란하더라. (원래 계획은 그 노란색 와이어에 마스킹을 하고 검은색을 뿌려 한번의 색칠작업만으로 노랑-검정 띠를 쉽게 재현하는 것이었음) 그냥 하세가와 키트의 기본 포토에치로 갈음했다. 돌고돌아 순정부품이라니…ㅠㅠ

DreamModel의 포토에치를 산 이유는 사실 이 탑승용 사다리 때문이다. 키트 부품은 너무나 투박해서 쓰기가 곤란하다.

키트와의 궁합문제로 #DM0504를 쓰긴 했지만, 이 제품은 탑승용 발판(맨 위 2개)에 구멍이 뚫려있지 않아 실제와 다르다. 하비보스용인 #DM0540은 발판에 구멍이 제대로 뚫려있으니 약간만 가공해서 fitting을 맞춰준다면 그것을 써도 무방하리라 생각한다. (디테일도 그게 더 낫다)

탑승용 사다리 위, 전방석과 후방석 바로 밑의 탑승용 발판도 하비보스용인 #DM0540의 해당 부품을 사용했다. 발판 부품 자체의 디테일도 뛰어나지만, 수납부 안쪽면도 디테일이 살아있어 그대로 이식해주었다. 그릴식의 신형 기관포 냉각구도 #DM0540에서 따온 것.

기수쪽의 패널라인을 죄다 되파준 것이 보인다. 자(尺)를 대지 않고, 얕은 패널라인 위에 스크라이버를 그대로 긁었음에도 매우 번거로운 일이었다. 앞으로 F-14는 후지미 키트로만 만들겠다는 다짐을 수도없이 했다.

다른 비행기들도 다 이런지는 모르겠는데, F-14 주익의 스포일러(공기흐름을 흩뜨리는 부품)는 패널라인이 매우 복잡하게 돼있다. 항상 쓰는 스크라이버(위의 흰색, 1/48용)로는 이 복잡하고 섬세한 선들을 제대로 파주지 못할 것 같아, 평소에는 보조적으로만 쓰는 1/72용 스크라이버(아래의 검은색)를 사용해서 선을 파주었다. 흰색 스크라이버는 키트의 패널라인 위에 가볍게 올려놓고 긋는 작업이 가능하지만, 이 검은색 스크라이버는 그러한 리터칭 작업이 거의 불가능하다. 칼날이 더 얇고 뾰족해서 기존의 패널라인에서 이탈하여 “제갈길”을 가기 때문이다. 흰색 스크라이버가 “파낸다”는 느낌이라면, 검은색 스크라이버는 “날카롭게 자국을 낸다”는 느낌이랄까? 그만큼 다루기 힘들었지만, 그로 인해 살아난 섬세한 선(線)들 때문에 고생이 보답받는 느낌이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후지미 키트로만 만들테야…)

아직 갈길은 멀었지만, 역시 ‘덩어리 붙이기’ 놀이를 한 번 더 해봤다. 빨리 패널라인 되파기 작업과 퍼티작업이 끝나야 이 ‘덩어리’들을 진짜로 붙여줄 수 있을텐데… 아니, 그 전에 캐노피 작업과 무장작업도 해야하는구나. 정말 하세가와 1/72 F-14는 사람을 너무 힘들게 해…ㅠㅠ

6 comments

  1. 꾸준히 작업하셔서 벌써 동체 조립까지는 끝내셨군요. 굉장히 멋진 비행기임에도 정말 톰캣은 스케일을 불문하고 쉬운 킷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워낙에 꼼꼼하게 제작하시니 원래도 정밀한 킷이 더 빛을 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48, 72 모두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지난 번 32 작업의 후유증(?)으로 당분간은 엄두도 안나네요. ^^;
    더운 날씨이지만 무탈하게 원하시는대로 척척 제작되기를 바래드립니다. ^^

    1. 저는 속도가 느려서 그런지 1/32로 톰캣을 척척 뽑아내는 분들 보면 놀랍더라구요. 더구나 이제는 기온까지 높아져서 작업시간이 더 늦춰질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비오고 선선하니까 저녁에 일찍 들어가서 조금 깨작대볼까봐요 ^^;;

  2. 오호~ 못 들어와본 새 포스팅 한 번마다 진도가 쭉~쭉~ 부럽습니당 b^^d
    한국 많이 덥다죠? 여긴 해나면 여름, 흐리면 가을 그렀답니당…ㅎㅎ
    고비라…한번 손 대면 마무리까지 가야 하는…많이 공감이 되네요…그럼~

    1. 오랜만이십니다!!! ^^ 한동안 댓글이 없으셔서 열공 중이시겠구나 생각했답니다. 가끔 AviationMegastore에 주문 넣을 때 어떻게 지내시나 생각이 나기도 했구요.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

    1. 어이쿠…바쁘기도 하지만 더워서 영 진도가 안 나가네요. 그래도 조립과 목욕은 다 끝나서 (색칠 전에 항상 하던대로) 디테일업 포인트 정리한 포스팅을 한 번 올려볼까 고민하던 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일단 날씨가 좀 괜찮아야 사진을 찍을텐데… 베란다 작업실이 완전 한증막이어서 못 살겠네요. ㅠㅠ 중간 포스팅을 올리긴 해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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