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4A VF-124 Gunfighters ‘Bicentennial’

1:48 / Hasegawa / 제작기간 : 2004. 8. 18 ~ 12. 4

F-14가 몰고다녔던 그 엄청난 인기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모델링에 한해서는 나와 지지리도 인연이 없는 것 같다. 이 F-14 갤러리에 올라온 이제까지의 톰캣 완성작들은 완성도도 바닥인데다가 그 최후 역시 비극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하세가와 톰캣 역시 마찬가지다. 지지리도 싫어하는 원색의 스페셜 마킹(미국 건국 200주년 기념기)인데다가 다른 분(회사 상사)의 의뢰로 만든 것이라 쉽게 쉽게 만들자는 주의였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하세가와 톰캣을 잡기 전, 워밍업을 해보자는 심산도 있었고…

키트값을 포함한 실비만을 받고 만들어드리겠노라 응했던 것은 하세가와 VF-154 블랙나이츠 히스토리 키트를 하나 더 사기 위해서였지만 (그 속에 든 신형 사이드와인더 런처와 랜턴파일런을 한벌 더 갖기 위해서였다) 의뢰를 받고 이 요란한 키트를 만들자니 ‘내것’을 만들때만큼의 정성이 들어가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이놈의 완성도는 거의 바닥에 가깝다. 접합선수정을 해준 곳은 손에 꼽을 정도고 붙이지 않은 자잘한 부품도 몇 개 있다. 마스킹보다는 데칼을 위주로 스페셜마킹을 처리해주었으며 세부색칠 역시 미흡하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기존의 ‘검은 톰캣’의 부품들을 대량 이식하는 방법으로 작업량을 많이 줄였다는 것이다. 키트를 처음 제작할 때부터 기가 빠지지 않도록 언젠가 폐기처분하고 다시 만들어야지 싶던 그 검은 톰캣을 도륙(!!)하여 콕피트를 통째로 이식했다. 사진에서처럼 D형에 쓰이는 신형 사출좌석이 붙은 이유는 그 때문이다. 의외로 레벨/모노그람제 바스터브와 계기판 등이 하세가와 키트에 잘 맞긴 하지만 역시 하세가와 키트의 기수폭이 더 날씬하므로 적절히 갈아내고 잘라내어 잘 세팅시켜줘야 한다.

그래도 기존 것을 재활용(?)하면서도 덜 부끄러웠던 것은 당시에도 콕피트 도색만큼은 정말 꼼꼼하게 했기 때문이다. 의뢰작품을 만들면서도 과연 이렇게 열심히 콕피트를 칠했을지는 의심스럽다.

레벨/모노그람제 기수를 이식했던, (그래서 더 뜯어내기 쉬웠다 ㅡ_ㅡ) 지금은 유명을 달리하신 검은 톰캣님의 영전에 삼가 조의를 표한다. 그때도 속을 썩이던 표면의 페인트층은 아직도 회떠지듯 잘 박리되더라. 끝까지 정을 못 받고 가는구만…

도색은 하면 C1, 상면 C315의 하이비지 도색이다. 마스킹처리해준 유일한 부분인 기수의 짙은 파랑 안티글레어는 C326 썬더버드 칼라였나? (C328 블루엔젤스 칼라일 가능성도 있으나 손에 잡히는대로 썼기 때문에 기억 안남) 스페셜마킹기라는 핑계로 웨더링은 전혀 하지 않았고 깔끔하게 저먼그레이 먹선만 넣어주었다. 금형 노후로 패널라인이 얕다는 평가를 받는 하세가와 톰캣이지만 패널라인을 다시 파주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깊이는 보장되는 것 같다.

마킹은 1976년 11월 15일, 미라마 해군기지에서 공개된 VF-124 건파이터즈의 미국 건국 200주년 기념마킹이다. 코드레터는 NJ, 기체일련번호는 159616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원색의 스페셜마킹기는 무척 싫어하지만 수직미익에 그려진 이 별 문양만큼은 정말 멋있다고 생각한다. 이 부대는 권총 홀스터를 차고 있는 껄렁껄렁(?)한 수고양이의 마킹으로도 유명한데 (참고로, 수코양이, 숫고양이 모두 틀린 말이란다. 수고양이가 맞단다) 이 기체에도 역시 노즈기어 커버, 랜딩기어 커버에 예의 그 수고양이 마스코트가 그려져있다.

윙팁의 3색띠는 데칼로 처리한 것. 끝단이 키트부품보다 약간 넘치게 처리되어 있기 때문에 라운드 처리를 잘 해주어야 한다. 마크소프터, 마크세터, 무수지접착제 등을 적절히 이용했고 그래도 처리가 곤란한 부분에 한해 같은색 에나멜페인트를 살짝살짝 덧칠해줬다.

주익상면 리딩에지의 은색은 좀더 넓게 칠했어야 했던 것 같지만 과감하게(헉…) 그냥 내버려뒀다.

무장류는 대개 검은 톰캣의 것이라 제식규정의 도색과 많이 어긋난다. 단, 스패로런처와 스패로는 레벨/모노그람 키트에 든 스패로+런처 일체형 부품을 썼다. 이럴 때 그거 써버려야지 언제 또 쓰겠는가. ㅡ_ㅡ 단, 연료탱크는 하세가와제 그대로.

생각해보니 사용한 별매데칼 소개가 빠졌다. Eagle Strike Productions의 #48040 Tomcats Part IV다. 내가 마킹을 지정해달라는 말에 부탁하신 분이 직접 고르신 것이다. 크기 비교를 위해 휴대폰과 같이 놓아보니 그 떡대가 가히 장관이다.

개인적으로 톰캣이라는 기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 톰캣이라는 기체에 매료될 때는 먹잇감을 앞두고 뛰쳐나가기 직전 털을 한껏 세운 날카로운 살쾡이처럼 그 엄청난 떡대로 위압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이같은 실기의 각도에서다. 하늘로 치켜벌려진 널찍한 동체상판과 길고 거대한 기수를 보고 있자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전투기에 열광하는지 알 듯도 한데…

어쨌거나 이놈은 이제 다른 곳으로 시집갈 놈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정을 주는 것은 금물일 테다. 지금 만들고 있는 ‘나의 톰캣’에 공을 들여보겠다.

3 comments

  1. 아,,, 회사상사분께 상납하기로 되었다던 그 톰캣이군요,,,^^ 그래도 깔끔하게 멋진데요~
    근데,,, 고생해서 만드신 모노그람&아카데미 톰캣의 참수,,, 충격이었습니다. ^^;

  2. 아…이 작례 한번도 본 적없기에 하세가와 한정판(?)으로 구입해 두었는데…사람들 기억속에 현중님 작례가 사라질때까지 그 기일이 미뤄지겠네요.ㅠㅠ
    멋진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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