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7L VAQ-34 The Aggressors

1:48 / Hasegawa + RVHP Conversion Kit / 제작기간 : 2004. 7. 25 ~ 12. 26

LTV(링 템코 보우트; 제작사 이름) A-7 코르세어는 그 높은 신뢰성을 기초로 자잘한 파생형들이 많이 생겨났다. 이번에 손댄 복좌형기체는 EA-7L이라는 전자전 어그레서기로서, 미해군 전자전 작전부대인 VAQ-34에서 6기(총 제작대수는 초도기 포함 7기)를 운용했다고 한다.

EA-7L 뿐 아니라 A-7 시리즈의 복좌형은 모두 동체가 연장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콕피트의 대형화로 인해 등이 좀 불룩해졌고 그에 따라 수직미익의 기부까지 이어지는 라인이 단좌형과는 좀 달라졌다.

일전에 소개한 바와 같이 체코 RVHP사의 컨버전 키트를 사용했다.

연장된 동체와 불룩해진 주익등판, 수직미익 등이 들어있는데 가공도 가공이지만, 무엇보다도 기존 하세가와 키트의 그 멋진 몰드를 포기할 수 없어서 주요 개수포인트만 따다가 기존 키트에 합성하는 생고생을 자처하게 되었다. 사진에서 보이듯, 잘라내야 할 부분을 빗금으로 표시해두고 톱질을 쓱싹쓱싹…

복좌형이기 때문에 후방좌석이 새로 들어있는데 전면계기판은 그냥 그런대로 쓸만하지만 사이드콘솔은 키트의 것을 그대로 복제 뜬 거라 좀 황당하다. 게다가 제작 도중에 사이드콘솔을 하나 잃어버려 네오 필진인 윤성희님께 긴급히 도움을 받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즉, 4개의 사이드콘솔 중 1개는 영광스럽게도 네오에 나간 댐버스터즈 A-7E 키트의 것이라는 말씀~)

레진 연장동체를 쓸 때는 문제가 없지만 이 경우에는 키트 동체를 섞어 쓰기 때문에 공기흡입구 상하판이 서로 길이가 다르다든지 하는 시시콜콜한 문제들이 종종 발생한다. 플라스틱판, 퍼티, 순간접착제 등을 이용해서 틈이 안 나도록 재주껏 손봐줘야 한다.

완성된 콕피트. 사출좌석은 예전 정승찬님께서 제공해주셨던 Aires제 2개를 세팅했다. 실기가 이 구형좌석을 쓰는지 신형좌석을 쓰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후선부대, 파생형 기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구형 사출좌석인 게 더 옳을 것 같다.

키트와 레진부품이 결합된 기수부분. 접합부의 흰 물체(?)는 넓은 틈에 플라스틱판을 박아서 다듬은 것이다. 이 기수부분의 패널라인을 파는 데 무척 고생을 했는데 그 이유는 이 키트의 레진이 표면은 좋지만 속은 완전히 기포덩어리이기 때문이다. 도저히 P커터로 선을 팔 수가 없어서 순간접착제로 코팅하고 에칭톱으로 ‘표면톱질’을 하는 악전고투를 거듭해야 했다. (에칭톱은 하세가와 템플릿세트에 든 반원톱을 이용했다)

등쪽에 단차를 상쇄하기 위해 플라스틱판을 넓직히 붙인 것과 주익이 잘 꽂히도록 하기 위해 런너를 가로질러 박은 것이 보인다. 조립할 때도 이렇게 부품이 붙는 강도를 생각해주며 작업하면 나중에 한결 수월해진다.

캐노피는 버큠폼으로 들어있는데 버큠폼 캐노피는 처음 써보는 거였다. 그런데 몰드된 프레임이 약하고 해서 프레임을 완전 자작하기로 했는데 순간접착제보다도 더 강한 에폭시접착제를 쓰면 된다던 잡지의 말과는 달리 에폭시접착제를 써도 플라스틱부품이 후두둑- 떨어져나가는 게 아닌가. 결국 고민끝에 꼼수를 쓰기로 했는데 이 기회에 이 자리에서 공개하도록 한다. 문방구에서 파는 3M 매직테이프가 바로 그것인데 이것은 그 구조가 얇게 썬 플라스틱에 접착제를 묻힌 것이라 모델링에 무척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먼저, 위에서 보듯 테이프를 버큠폼 캐노피의 프레임에 붙이고 유성마커펜으로 본을 뜬다.

그냥 무턱대로 본을 뜨지 말고 저렇게 캐노피의 모양을 그려놓고 순차적으로 해나가면 된다. 5조각을 각각 내측, 외측 만들어야 하므로 10조각을 만든다. 모두가 곡률이라든가 모양이 다 다르므로 주의해야 한다.

일단, 본을 떴으면 테이프를 떼내어 얇은 플라스틱판 위에 붙이고 잘라낸다.

그리고 다시 테이프를 플라스틱판에서 떼어내어 버큠폼 캐노피 위에 다시 붙인다. 이제 잘라진 플라스틱판을 테이프 위에 놓고 무수지접착제로 붙여주면 된다. 3M 매직테이프의 플라스틱면은 모형용 접착제와 아주 잘 반응하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버큠폼 캐노피 → 테이프(접착면) → 테이프(플라스틱면) → 무수지접착제 → 플라스틱판 이런 모양의 단면이 형성될 것이다.

단, 곡면에는 사진처럼 클립이나 집게로 잘 고정되도록 해줘야 한다. 버큠폼 캐노피 위에는 순간접착제가 안 묻는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테이프 접착제가 떨어져나간 부분에 조금씩 쓰면 그럭저럭 괜찮긴 하다. 궁극적으로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프레임들이 서로 연결되어 버큠폼 캐노피를 프레임 속에 ‘가두는’, 그런 형국이 되어야 한다. 즉, 프레임을 다 붙인 뒤 프레임과 프레임이 만나는 곳을 순간접착제와 퍼티 등으로 단단히 고정시켜서 원래 한 부품이었던 것처럼 해야 한다는 얘기다.

완성된 캐노피. 내측에 백미러를 비롯한 각종 구조물을 적절히 추가해주었다. 내외측을 모두 마스킹하여 외측은 동체색으로, 내측은 무광검정으로 칠해준다.

아참, 윈드실드는 키트의 부품을 그대로 쓰게 되어 있다. 내가 여기서 쓴 A-7E 키트는 장세형님에게 싸게 구입한, 투명부품이 분실된 제품이라 고민했는데 일전에 ‘구경합시다’에서 소개해드린 ESCI A-7E 키트의 윈드실드가 의외로 딱 들어맞아 그대로 썼다. 하세가와제보다 모양이 조금 투박하긴 하지만 못봐줄 정도는 아니다.

드래그슈트인가? EA-7L 컨버전 키트에는 수직미익 꼬리부분(?)과 폐쇄형 노즐이 들어있다. 일반형 A-7E와는 역시 다른 부분이다.

전자전 어그레서 기체라 그런지 증설/폐쇄된 안테나가 많다. 실기사진을 참고해줘야 하며, 노즈기어에 캐터펄트 런치바가 없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비무장기체이긴 하지만 사이드와인더 런처가 달린 모습이 많아서 붙여주었는데 단면에는 Eduard 에칭을 발라주었다.

아무튼 조립이 다 끝난 뒤에는 캐노피 마스킹을 잘 하고 목욕을 깨끗이 시켜준다. 서페이서나 레진프라이머를 칠해주는 것도 좋다. 피막이 강한 락카라고는 하지만 어쩐지 레진 위에서는 에나멜보다도 피막이 약한 것 같다.

마킹은 VAQ-34의 4번 기체인데, 키트에서 제공하고 있는 데칼을 사용했다. 키트의 데칼은 품질이 좋긴 한데, 실기사진(구글 이미지검색으로 찾음)과 비교했을 때 고증성이 많이 떨어진다. 정승찬님이 주신 밸리언즈(로우비지) 데칼을 이용할 걸 그랬지 싶다.

비무장기체이므로 연료탱크만 달아주었다. 실은 그 외에도 처음보는 포드 같은 걸(?) 많이 달고 다니던데 뭔지 몰라서 자작도 안하고 그냥 관뒀다.

색칠은 일반적인 H307, H308이 아니라 H338의 단색도장이다. 이건 거의 흰색에 가까운 밝은회색인데 에어브러시로 칠해놓고 보니 겁이 덜컥 났다. ‘아이고… 이 흰둥이(?)를 어떻게 웨더링 시키나…’

위장무늬인 A-7K 키트(주방위군이 사용한 A-7D의 복좌형)를 안 사고 이걸 산 것은 A-7E를 로우비지로 만들 계획이 없기 때문에 이놈을 로우비지로 만들어보자는 생각 때문이었지만 막상 밝은회색 단색만으로 칠해놓고 보니 웨더링시킬 엄두가 안났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최선호님의 모노그람 호넷 – 금룡이 버전의 얼룩덜룩 웨더링을 보고 이거다 싶어 용기를 내어 흉내를 좀 내보기로 했다. 단색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동체도색을 제외하고 실기사진을 참고하여 웨더링에만 하루(12시간)가 투자되었다. (이런 걸 보면 일주일에 하루만 빠삭하게 모델링하는 주말모델러가 좋긴 하다…^^) 색칠과정 사진은 없지만 다음과 같은 순서로 웨더링이 행해졌다.

  1. 다양한 색깔의 유화물감으로 동체전체에 붓자국이 남도록 도포. (용제 : 유화용 용제)
  2. 적당히 건조한 후, 1.에서 썼던 유화용 용제를 화장지에 적셔 표면을 두드리듯 닦아낸다.
  3. 두드려 닦아내서 얼룩이 박힌 표면을 거즈수건으로 가볍게 쓸어준다. (용제 : 붓빨이) (이상을 ‘응용필터링’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4. 동체색 페인트(여기서는 H338)를 에어브러시로 뿌려 다시한번 패널라인 강조. (정기영님이 네오에 소개했던 ‘밝은 패널라인 강조법’이다)
  5. 에나멜 저먼그레이를 묽게 타서 동체표면에 거칠게 흘려넣는다. (용제 : 라이터기름)
  6. 적당히 건조한 후, 평붓에 라이터기름을 묻혀 5.의 에나멜자국을 ‘처리’한다.

‘처리’한다고 표현한 것은, ‘닦아’내거나 ‘블렌딩’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어릴 때 수채화 그리듯, 용제를 표면에 적당히 흘리면 먼저 묻어있던 페인트가 나중에 침투한 용제에 부드럽게 녹아 희미해지는…그런 효과를 노린 것이기 때문이다. 유화용 용제, 붓빨이, 라이터기름 등 미묘하게 다른 용제들의 특성을 다양하게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면 방법이겠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웨더링은 김덕래님의 방식에서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인데 실제로 김덕래님도 이렇게 작업하시는지는 모르겠다. 페인트 자국을 남긴다는 점에서 공통되긴 하지만 우연의 효과를 이용하는 내 방식과 달리 김덕래님은 직접 ‘그려넣는’ 방식을 이용하시는 것 같던데… (작업과정을 직접 본 적은 없다)

어쨌거나 기본적으로 이 방식은, 예전부터 써오던 유화물감 필터링 → 에나멜 먹선넣기 → 블렌딩의 순서를 지키고 있다. 페인트 자국을 많이 남긴다는 점에서 김세랑, 최창흠, 김덕래님의 과감한 방식과도 맥이 닿아있는데 소심한(…) 나로서는 하나의 모험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가 그럴듯해보여 기분은 좋구만…

웨더링을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다가 2주를 흘려보냈지만 그럭저럭 마무리 되어 기쁘다. 마지막으로 감사함을 표시해야할 분들을 적으며 제작기를 마무리 짓고자 한다.

  • 윤성희님 : 콕피트 계기판 제공
  • 정승찬님 : Aires 사출좌석, 밸리언즈 로우비지 데칼 제공
  • 장세형님 : 투명부품 없는 밸리언즈 키트 염가 제공 (이상 물품(?) 제공)
  • 김덕래님 : 실감나는 웨더링을 시도하는 데 영감을 제공
  • 최창흠님 : 네오를 통해 웨더링에 관해서 색, 패턴 등의 지식을 전수해주심.
  • 최선호님 : 최근 발표(?)한 모노그람 호넷(금룡이)의 얼룩덜룩 웨더링으로 강한 자극을 주심. (이상 웨더링 영감(?) 제공)

모두모두 감사드립니다.

6 comments

  1. 이런 마이너한 아이템을 제작하시다니,, 정말 고생해서 만드신 흔적이 역력하군요,,
    제가 제공해드린 키트가 이렇게 멋진 작품으로 태어나니 저도 기분이 으쓱,,으쓱,, ㅎㅎ ^^;;

  2. 윤형중님, 안녕하세요.^^ 모델리카의 김덕래 입니다. 성탄절은 잘 보내셨는지요. 제작기사를 읽다가 제 이름도 잠시 나와서 좀 머쓱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나열된 모델러들의 이름을 보고 오픈 마인드된 글을 보는 듯해서 분위기 너무 좋습니다. 정말 중요한 부분은 모형을 잘 하는 것보다 마음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알게 해 주시는 군요.^^ 프라울러도 그렇고 이번 제트 콜세어도 콕피트의 작업에 많은 비중을 두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도 이 전자전 어그랫서 기체로 사용한 콜세어는 지금 보는 것이 처음입니다. 레진제 키트를 사용한 제작은 조립에 솔솔한 재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 재미를 즐기시는 것 같습니다.^^ 톰캣도 나왔고 콜세어도 나왔고 이젠 크필이 나올 차례인가요? 전 아직 크필 계획을 잡을 수 가 없는게 .. 시작해 놓은 것이 은근히 많아서 모노그람의 호넷을 계획중인데 잘 나올 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당장은 드레곤의 1/35스케일의 인형을 6명 제작하고 있는데 인형을 하면서 적용하는 색칠은 비행기나 전차의 웨더링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넓은 의미에서 블랜딩이라는 용어는 모든 장르의 모델링에 있어서 웨더링의 출발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형을 하다보면 좀더 저차나 비행기의 리얼리티를 가는데 큰 도움을 발견하곤 합니다. 많은 집중이 피곤하긴 하지만 말예요. 다음 작품이 어떤 것인지 기대해 보면서 2004년 잘 마무리 하시고 다가오는 2005년에는 더욱 멋진 모데링의 세계를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3. 오옷…정말 멋집니다 ^^ 중간에 제이름이 나와서 깜짝놀랐습니다…^^;; 캐노피 부분에서 정말 고생하신것같네요…대단하십니다 전 풀레진제 킷 하나 갖고있는것은 손도 못대겠던데….;;
    웨더링 방법은 참조해서 써보면 좋은 효과가 나올듯 하네요….멋진작품 잘봤습니다 ^^

  4. 남들과는 다르게 혹은 다른 걸 한다…현중님 스타일인것 같습니다. 작품은 말할 것도 없고 매번 느끼는 거지만 제작기가 상당히…감동적(?) 입니다. 짧은 에세이를 읽는 듯한…
    앞으로도 좋은 활동 기대하고 새해 바라시는 소망 모두 이루어지길 기원합니다. 덧붙여 제 소망은…

    하세가와에서 콜세어2 복좌형 출시되는 것ㅎㅎㅎ.

    Happy new year

  5. 멋집니다…ㅠ.ㅠ 전 겨울이라 열악한 환경때문에..빈둥거리는데..^^;
    저도 나중에 현중님이 보내주신걸로 멋진 인트루더 만들어 볼랍니다..헤헤..
    해피 뉴 이어~~!입니다…

  6. 성희님, 하세가와에서 콜세어2 복좌형 출시되면 저 쓰러질 거 같은데요…ㅡ.ㅡ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