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포스팅을 올린 것이 2014년 6월말이었으니, 벌써 1년 8개월이 지났다. 그 동안 회사일과 둘째 키우기, 다른 취미 등등으로 블로그를 방치해놓고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조금씩이라도 모형을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새로 시작할 비행기는 또다시 F-14다. (^^) 집에 있는 수많은 F-14 키트 중에서 하나를 소진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원래는 F-14A VF-111을 만들어볼까 했는데, 리서치를 하면서 고민되는 부분이 많아, 당장 만들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다.
하면에 AIM-54 피닉스를 4발 탑재한 표준적인 무장의 F-14 하이비지 기체를 재현하고 싶었는데, VF-111의 F-14는 조금 문제가 있어서 VF-143으로 방향을 틀었다. 20여년전, 아카데미 1/48 키트의 상자그림으로 봐오던 바로 그 기체다.
1976년 여름, 오시아나 해군항공기지(NAS Oceana)에서 공개된 기체란다. 리서치에 따르면, 이 기체의 기체번호(BuNo.)는 159434이고, 형식은 블록80이다. 블록80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7분할된 초기형 가스벤트 (하세가와, 후지미 1/72 일반판 F-14 키트에 불필요부품으로 들어있음)
- 초기형 수직미익 (하세가와 1/72 일반판 F-14 키트에 불필요부품으로 들어있음)
- 비버테일은 극초기형이 아닌, 일반 초기형 (하세가와 F-14의 K2 부품, 또는 레벨 F-14A형)
지난 번에 하세가와 F-14B를 만들면서 패널라인 판다고 너무 진을 뺀지라, 이번에는 패널라인이 굵은(!!) 레벨 F-14A 키트를 쓰기로 했다. 따라서, 일부 부품을 하세가와나 후지미 키트에서 조달해올 필요가 있다.
왼쪽부터 Revell 1/72 F-14A 키트(#04322), 폴란드 Master사의 F-14A 초기형 기수 팁과 AOA 프로브(AM-72-034), Eduard의 F-14A 칼라 포토에치(SS217), Superscale(Microscale)의 F-14A 초기형 데칼(72-171)이다. 그밖에도, 같은 레벨 F-14D 키트에서 AIM-54를 2개 더 조달했고, 하세가와 키트에서 초기형 수직미익을, 후지미 키트에서 초기형 가스벤트를 따왔다.
데칼은 처음에 구입했던 Superscale 데칼의 켈베로스 도안이 번져있어 Micoscale 데칼을 하나 더 구한 것이다. (둘다 같은 회사라 도안은 똑같다) 레벨 F-14A 키트에는 AIM-54가 2발 밖에 없어 F-14D 키트를 하나 더 구해 조달하였다. 초기형 가스벤트는 하세가와 키트에도 있긴 하지만, 몰드가 더 선명한 후지미 키트의 것으로 결정하였다. (역시 돈지x…)
패널라인 되파는 수고를 또 하지 않으려고 레벨제 키트를 쓰기는 하지만, 레벨 F-14 키트의 기수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더구나, 이 VF-143 BuNo.159434 초기형 기체는 레이돔 앞단이 탄(Tan)색과 흰색으로 칠해져있어 눈에 잘 띄기 때문에 레이돔이 조금 볼륨 있는 게 좋다. (실제로 F-14의 기수와 레이돔은 볼륨이 있기도 하고…) 1/72 도면과 비교해보더라도 윈드실드부터 흐르는 완만한 라인이 제대로 재현되어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고민 끝에 또 하세가와 부품을 사용하기로 한다. 왼쪽은 하세가와 구판, 오른쪽은 하세가와 신판의 레이돔이다. 하세가와 신판의 레이돔이 실제와 더 가깝다. 다만, 신판 부품은 구판 부품이나 레벨 키트와 달리, 레이돔 중간에 (탄색과 흰색의 경계가 되는) 패널라인이 없기 때문에 따로 새겨줘야 한다. (실제로 레이돔에 이런 선(線)은 없지만, 색칠할 때 구분을 지어주기 위한 모형적 과장인 셈이다)
하세가와 신판의 레이돔 부품과 레벨 키트의 기수를 비교한 모습. 원근에 따른 한계는 있지만, 하세가와 레이돔이 훨씬 볼륨이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하세가와 부품을 이식할 때 이 갭을 어떻게 부드럽게 이어주느냐가 관건일 것 같다.
버니어 캘리퍼스로 하세가와 레이돔의 크기를 재어본다. 높이는 1.61cm, 너비는 1.68cm. 즉, 레벨 키트를 위, 아래로 약 1mm 정도씩 키워줘야 하는 셈이다.
레벨 키트와 결합하기 전, 레이돔 부품 중간에 탄색과 흰색의 경계선을 만들어주었다. 레이돔 모양이 오묘하기 때문에 이 중간선을 파주는 것도 은근히 까다롭다. 위, 아래 4등분을 하여 우선 마스킹테이프로 기준점을 잡고, 그 다음에는 모덱스테이프를 붙이고 P커터로 살살 패널라인을 그으면 되는데, 선이 조금만 비뚤거나 좌우 대칭이 되지 않으면 나중에 눈에 크게 띄므로 주의해야 한다.
준비가 됐으면 이렇게 키트의 기수를 과감히 잘라준다.
짠~! 레이돔을 잘라낸 키트의 기수 부품은, 서로 붙일 때 새 레이돔 부품의 크기만큼 키워줘야 한다. 내 경우에는 모덱스테이프를 3장(아래), 또는 4장(위) 겹쳐 붙여서 하세가와 레이돔과의 단차를 최대한 줄여주었다. 윈드실드 앞부분의 부족한 볼륨은 플라스틱 판과 에폭시 퍼티 등으로 정형해줘야 할 것이다.
기수 부품이 벌어지는 것은 필연적이기 때문에 윈드실드가 잘 붙을지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크게 위화감이 없다. (실제로는 레이돔 이식을 결정하기 전에 가조립을 충분히 해보고 문제 없다는 결론을 얻은 뒤 진행한 것이다)
다음번에는 F-14 초기형의 특징인 피토관 없는 기수 팁을 이식해보려 한다.
저 외형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 참 모형인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문제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Looks like a Tomcat’이냐 ‘Looks more like a Tomcat’이냐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저도 만들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ㅋㅋ
다른 비행기는 별로 안 그런데, 톰캣은 항상 기수와 실루엣 문제가 큰 것 같아요. 보는 각도마다 모습이 달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 다들 자기 머리 속에 있는 톰캣의 이미지가 다르니까 그렇겠지요?
팬톰만 해도, 외형의 문제가 그리 큰 문제는 아니던데… 그만큼 톰캣이 인기가 많다는 증거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