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 드럼 세트

1:8 / 아카데미 / 제작기간 : 2005. 11. 26 (13:00~19:00)

디시인사이드에 가보면 토이 갤러리라고 있다. 거기 가끔 이 아카데미의 ‘크리스탈 드럼 세트’ 완성품이 올라오는데 어느 순간 필이 떠억~ 꽂혀버린 거다.

한달에 한두번 서울에 올라가 주말을 보내게 되면 기존에 만들던 스케일모형(비행기)은 시간부족으로 참 손대기가 애매한데, 이 크리스탈 드럼 세트는 그런 아쉬움을 달래줄 틈새 아이템으로도 손색이 없고… 결국 2005년 11월의 마지막 주말, 토요일 6시간을 이 녀석과 함께 했다.

대학 신입생 때 고등학교 동창들과 장난 삼아 밴드를 결성해본 적이 있다. 이름하여 ‘대일밴드'(…)였는데… 한번 연습하고 해체했던가? 아무튼 그 밴드에서 키보드를 치면서 드럼 조금 건드려본 게 내게는 전부다.

그래도 음악애호가로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드럼의 매력에 빠져있었다. 기왕 만드는 거, 이 크리스탈 드럼 세트를 서너개 이어 붙여서 위 사진에 나오는 Mike Portnoy(Dream Theater)의 ‘자비심 없는’ 드럼 세트를 만들어볼 생각도 했으나 이 키트를 만들면서 그런 생각이 쏙 들어가버렸다.

완성품 사진은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이 1만원짜리 골동품 키트는 어지간한 근성이 없으면 만들기 어려운 놈이다. 사진에서처럼 푸욱~~~ 금속칠을 입힌 부품이 두 판이나 된다. (‘멕기’라는 말은 일부러 안 쓰려고…)

베이스 드럼 하나 만드는 데 2시간 30분 걸렸다는, 디시인사이드의 어느 토이 갤러리 사용자의 푸념을 처음에는 피식- 웃고 넘겼는데 (스케일모형 한다고 깝죽대던 나의 자만심이었다) 실제로 만들어보니 정말 그 정도 걸리지 싶었다.

근성만 있다면 별 무리 없이 만들 수 있는 키트이긴 하지만, 한가지 문제가 있다. 바로 톱심벌 스탠드의 조립인데… 사진에서 보이는 D-2 부품의 가운데 구멍을 스탠드 기둥에 꽂아서 고정시키게 되면 스탠드의 삼발이가 넓게 퍼져서 베이스에 제대로 고정되지 않는 사태가 벌어진다. 즉, 스탠드 기둥과 D-2 부품 사이에 스페이서(Spacer)를 넣든지 해서 삼발이의 벌어진 각도를 좁혀야 안정적으로 세워진다.

많은 사람들이, 근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김성모 화백의 럭키짱을 보라고 권하는데 우리 모형인들에게는 이 키트가 안성맞춤인 것 같다. 6시간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금속칠 부품과 사투를 벌이는 동안 근성치가 팍팍 오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부모님께 이 완성품을 선물해드렸더니 나도 깜짝 놀랄 정도로 기뻐하셔서 기분이 좋았다. 어머니는 원래 내 전투기들도 좋아하셨으니 그러려니 하더라도 보통 내 완성품에 코멘트를 잘 안하시던 아버지까지도 이번에는 ‘야, 이거 예술이다, 예술…’ 하시며 좋아하시는 걸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비행기도 좋지만, 일반인들의 이목을 끄는 데는 이런 이런 장식성 강한 모형이 제일인 것 같다. 다음에는 히스토리컬 피겨를 만들어서 선사해드려 볼까?

사진은 마침 집에 붙어계시던 동생께서 수고해주셨다. (워낙 바쁘신 양반이라 집에 계시는 날이 드물다) 지하실에 자기 작품사진 찍는다고 미니스튜디오를 만들었다고 자랑하길래 지하실 내려가자고 하니 춥다고 그냥 거실에서 찍잔다. 흰 종이 깔아주고, 반사판 들어주고… 시다일 다 해가며 사진작가님 비위를 맞췄는데 사진 결과물을 보니 시다일도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똑딱이 카메라와는 수준이 다른 것이야…

처음에는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뜯은 키트였다. ‘하던 가락이 있지, 어디 이런 스냅타이트 키트를~’ 하면서 부품 하나하나마다 폴리싱(광내기)해가며 만들까? 이런 생각까지 먹었는데 금속칠 뒤집어쓴 부품의 접착면을 하나하나 갈아가며 접착을 하다보니 처음의 그러한 기고만장함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그저 안경 닦는 수건으로 손자국이나 닦아가며 깨끗하게 만드는 정도로 타협을 봤다.

그래도 부모님과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며 거실 장식장 제일 좋은 곳에 진열해놓으시고, 동생도 처음에 의뢰하지 않았던 아트샷까지 찍어줄 정도로 관심을 보이는 걸 보니 6시간의 고생이 헛되지는 않은 것 같아 기분은 좋다.

8 comments

  1. 오옷~~ 현중님께서도 드림시어터 좋아하시나보네요! 저도 2000년 공연가서 흠뻑 빠져버렸습니다..^^ 모형도 이쁘네요~~

  2. 윤복님도 DT 좋아하시나보죠? 저는 요즘 라인업도 좋지만 차갑고 투명한 키보드 연주를 들려주던 케빈 무어 시절이 제일 좋더라구요…^^

  3. 저랑 비슷하시네요…^^ 전 개인적으로 AWAKE앨범을 가장 좋아합니다…^^

  4. 저도 AWAKE앨범을 가장 좋아합니다. the silent man 싱글과 mind control 부틀렉 앨범도 가지고 있죠~^^

  5. The Silent Man 싱글은 구하기 어려운 건데…잘 구하셨네요. 그 안에 있는 Eve도 제가 무지 좋아하는 곡이죠. (근데 바쁘신 양반은 저랑 같이 사시는 분 아닌가요? 흠흠…)

  6. 저도 드림시어터 좋아하는데요…..^^ 그나저나 만들어 놓은걸 보니 꽤 이쁘네요. 나도 하나 구해서 만들어볼까나……..요즘 색칠도 귀찮아 죽겠는데 말입니다……^^

  7. 앗, 오랜만에 모습을 보여주시는 혁진님. 블로그 빨리 포스팅해주세요~ 보고 싶어요~ ㅠ0ㅠ

  8. 저도 고등학교땐가? 이거 2세트사다가 cozzy powll의 세트를 만들어 놓고는 히히덕거렸던적이 있는데..^^….톰톰의 크기가 똑같은것만 들어 있어서 Lars ulich꺼는 좌절했던 기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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