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ickbuilding the Monogram 1/48 F-4J

2024년은 미국 미시간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작년 12월 하순에 왔으니 어느덧 두 달이 되어가는데, 그 사이에 여행도 다니고, 모형 구경도 하고 그러면서 잘 지내고 있다. 이곳의 모형 이야기는 차차 나눌 기회가 있을 거라 믿고…

얼마전, 지역내 모형 콘테스트를 구경 갔다가 벼룩시장에서 단돈 10달러에 모노그람 1/48 F-4J 키트를 구했다. 주말 저녁에 시간 여유도 있고 적적하기도 하여 키트를 뜯어봤다.

1년 생활이니 에어브러시 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고, 1시간 거리의 모형 전문점에 가서 구한 Tamiya 무수지접착제가 모형용품의 전부다. 그리고 책상 겸 밥상에서 노트북으로 Loudness의 80-90년대 음악을 들으며 작업 시작…

고색창연한 박스를 열면, 오늘날의 화려하고 정밀한 키트와는 비교할 수 없이 소박한 플라스틱 덩어리(…)가 나온다. 하지만 그 옛날의 키트들은 모두 이랬다. 오늘의 작업목표는, 손톱깎이와 ‘뽄드’로 조립만 하면서도 즐거워하던 그때 그 시절의 ‘갬성’을 느껴보는 것.

비닐을 뜯고 큼직큼직한 부품을 뚝뚝 잘랐다. 간단히 만들 생각이었지만, 파팅라인이나 플라스틱 거스러미가 보기 싫어 커터칼로 긁어내가며 작업하다보니 콕피트 만드는데만 20분 이상이 소요됐다.

그래도 동체는 부품이 적어 그보다는 빨리 걸렸다. 15분 정도 소요.

하지만 동체처럼 큼지막한 부품들은 저렇게 스프루(sprue)와의 연결부위(게이트)가 넓적해서 작업이 느려진다. 내가 가진 손톱깎이로는 자르기가 쉽지 않다.

문구용 가위로 게이트를 ‘썰어가며’ 작업해야 한다. 날개 조립까지 또 20분 정도 소요.

동체와 주익을 결합하는 것으로 오늘의 작업은 마무리. 상자를 열고 여기까지 1시간 남짓 걸렸다. 한국에서 디테일에 천착(穿鑿)하며 1/72 스케일 만들던 때였다면 여기까지 오는 데 2-3달은 걸렸을 것 같다. 내 작업철학이 그러한 걸 확 바꿀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러다보니 쉬 지치고 열정을 꺾는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가끔 이렇게 디테일업이나 색칠 없이 스피디하게 진행하는 작업으로, 꾸준함을 유지하는 게 필요한 것 같다. 종종 가보는 일본 웹진 Nippper.com이 ‘조립만 한 완성작’을 계속 포스팅하는 이유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 이 포스팅부터 그림파일의 원본크기를 1200 x 900으로 키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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