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마지막 주말 작업

사무실에서 하루 휴가를 내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간 연휴를 가질 수 있었다. 오복이가 코감기 + 목감기에 걸려 간병하려는 (그러다가 시간 남으면 비행기도 만들고… ^^) 심산으로 휴가를 썼던 것인데, 소아과에 가보니 6개월 미만의 아기가 감기에 걸리면 큰 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주의하라길래 3일 내내 아기에게 온 신경을 다 쏟을 수밖에 없었다. 간신히 일요일 오후쯤에야 조금 진정이 되는 듯 해서 아기 자는 틈을 타서 비행기를 조금 깨작깨작…

사실은 저 사진보다 조금 더 발전한 상태이긴 한데… 토요일에 잠깐 찍어둔 사진으로 설명해볼까 한다.

원래 계획은 Aires #4237 F/A-18 Hornet Electronic Bay를 적용해서 점검창 연 모습을 재현하는 것이었는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참고로, 이 제품은 하세가와 키트용이다. 같은 아이템이 하비보스 키트용(#4368)으로도 나와있으므로 구입시 주의해야 한다) 원래 이렇게 인테리어 세트를 심을 때에는 점검창 부분을 뜯어내고 가조립을 충분히 하면서 줄(file)로 조심스레 다듬는 게 정석인데, 이처럼 다듬어야 할 부분이 ‘길고 넓다’ 보니 전동공구로 꼼수를 쓴 것이 화근이었다. 드릴과 니퍼로 대충 따낸 부분을 줄로 조심스레 갈아내지 않고 전동공구에 연마석(…)을 꽂아 드르륵~ 갈아버렸더니 저렇게 단면이 우둘두둘해진 거였다.

낑낑대며 휘고 접고 한 에치부품들이 딱 맞아주지 않고 헐렁해진 것을 만회하겠다고 에폭시 퍼티까지 동원했는데 이것이 날카롭게 각을 세우는데 쓰는 물건이 아니다보니 역시 또 실패. 결국 복구작업에 실패하고 벼룩시장을 통해 그 비싼 하세가와 호넷을 1대 더 구해 점검창 개조 없이 만들기로 했다. (키트 판매해주신 김덕래님께 감사드립니다)

… 생각해보면, 호넷은 기수가 날렵한데다 기수까지 LERX가 길게 이어지기 때문에 그 아래에서 점검창이 열리는 모습이 그렇게 멋있어 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예전에 만들었던 (그리고 얼마전에 결국 판매해버림으로써 내 모형생활 최초의 판매작이 되어버린) F-14A VF-21 Freelancers도 그렇게 기를 쓰고 만든 후에는 어딘가 정이 가지 않았던 걸 생각해보면, ‘기수의 점검창을 재현한다’라는 작업은 생각했던 것만큼 내가 그렇게 열광하는 작업은 아니었던 것 같다. AFV보다 디테일업 요소가 적은 비행기 모형의 특성상 이 점검창 재현작업에 관심을 기울였던 건 사실이지만, 내가 비행기 모형에서 정말로 좋아하는 요소는 그러한 ‘디테일’보다는 ‘실루엣’이 아니었나 싶다. 비행기의 실루엣을 파괴하는 점검창 재현작업은 이제 그만 해야할까 보다. (곧, 재고품 방출 들어갑니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동체 상하판을 결합하기 전에 수직미익이 들어가는 부분에 폴리캡을 꽂아넣어주었다. 예전 2006년 시즈오카 하비쇼 갔을 때 하세가와 부스에서 벌크로 구한 폴리캡 뭉치에서 지름이 꼭 맞는 것이 있어 끼워주었다. (아무래도 마크로스에 들어가는 부품이겠지?) 주위에는 에폭시 퍼티(파란색)과 순간접착제를 함께 발라 확실히 고정시켜줬다.

오랜만에 만드는 나의 Favorite, 호넷을 그냥 만들 수는 없기에, 점검창 재현 작업을 포기한 뒤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모형적 취향이 무엇이냐에 대해 고민을 잠시 했다. 결론은 ‘인형’이었다.

이미 Bf 109E-3, F-4J VMFA-232 등에서 밝힌 것처럼 비행기 모형을 하면서도 그 위에 인형을 함께 싣는 것을 ‘나의 모형제작 스타일로 삼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나는 비행기 모델러로서는 특이하게도 파일럿 인형, 그것도 적당한 포즈가 있는 인형을 좋아하는 편이다. 외국 웹스토어를 돌아다니면서도 신기하게 생긴 1:48 스케일 인형이 있으면 냅다 모아대기도 하고…

이러던 차에 이번에 mmzone에서 이대영 선생님이 비행기 모델러를 위한 인형 시리즈를 내볼까? 하고 시장성을 묻는 글을 올리셨더라. 1:32 스케일을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가급적이면 메인스케일인 1:48로 부탁드리고 싶다. ^^

마음 같아서는 파일럿 인형을 호비스트 F/A-18 호넷 자료집에서 이대영 선생님이 만드신 VFA-37 Bulls 기체에서처럼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포즈로 만들어볼까 했는데 그건 너무 따라했다는 티가 나는 것 같아 자제하고, 이번에는 땅 위에 서있는 비교적 평범한 포즈로 가기로 했다. 코리모형의 미 해군 파일럿인형 제품을 탑승사다리를 잡는 모습으로 팔만 적당히 개조해서 쓰기로 한다. (사다리를 잡지 않은 채 그냥 세워두면 어쩐지 비행기와의 연결고리를 잃어버릴 것 같은 느낌이라서…^^) 역시 결합부에는 황동봉을 박아 강도를 확보해주었다.

개인적으로, 코리모형의 미 해군 파일럿 인형은 동일 아이템을 다룬 전세계 어느 메이커의 1:48 스케일 인형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크기가 약간 작고 팔이 조금 가늘며 세웠을 때 짝다리(?)를 짚는다는 등의 단점이 있지만, 전체적인 디테일과 무난하면서도 확장성 높은 옵션(머리 2종, 헬멧 2종, 팔 2종)이 그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 것 같다.

참고로, 코리모형은 예전에 K1A1, 오소리오 등을 발매했던 꼬레모형의 후신(後身)격인 회사다. (영어로는 Coree로 동일함) 꼬레모형이 문을 닫았다가 다시 사업을 재개하면서 이 제품을 내놓은 것으로 안다. (상자에 ‘코리모형’이라고 적혀있음) 당시에 이 제품을 구하고 그 뛰어난 품질에 너무 감동해서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가 꼬레모형과의 관계도 듣고 1:48 헤드세트 내줄 생각 없냐고 아이템 제안도 하고 그랬는데…^^ 그 이후로 후속작 없이 다시 문을 닫은 것으로 아는데 다행히 이 파일럿 인형세트는 지금 레전드 프로덕션 제품으로 나오고 있으니 시중에서 구하기에는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다.

3 comments

  1. 역시 작업은 계속되는군요…^^

    예전에 레진 제품들이 쏟아질 땐 그게 멋져 보여서 사긴 했는데
    실제 작업하려면 여간 귀찮은 게 아니라…점점 눈에 띄는 부분만 ㅋㅋ
    아주 공감합니당…그게 어쩌면 행기 모형을 하는 이유겠죠…

    이번엔 팔 길이 조절에 성공하길…^^
    (종이에 그려놓고 길이를 맞추던데 그게 꽤 정확하게 작업할 수 있다는군요.)

    1. 역시 남들 다 갔던 길을 그대로 걷고 있습니다. ^^;;; 인형 팔은 저 상태에서 에폭시퍼티 발라주려고 하는데, 현재 상태로도 괜찮아보이는가요? (제 눈에는 대충 길이 맞는 것 같아 보여서요)

    2. 전에 작업을 해보니 결과물이 생각했던 거랑 다르더라구요…확인 차원에서…^^
      책에서 가르쳐주는 대로 관절에서 늘어나는 부분을 잘랐는데도 자꾸 길어지길래 왜 그런가 했더니…
      이게 “연결되는 부분”을 기준으로 절개 길이를 다르게 해야 하는 거더라는…
      그래서 아예 관절 부분을 자르고 종이에 길이를 대고 하는 사람이 많았던 듯…^^

      근데 오복이는 이제 괜찮아졌나요?
      영아들은 아무래도 환경에 적응력이 떨어져서
      특히 겨울에 너무 추워지거나 여름에 너무 더워지거나 하면 감기에 걸리는 듯…
      모유 수유했는데도 이런 것 앞에선 별 수 없는 걸 보면…
      급격한 기후변화가 더 무서운 것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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