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4B VF-103 제작기 03

어린이날이 낀 주말의 야간작업 결과물들을 올린다.

우선, 지난 목~금요일의 결과물인 노즐이다. 조금 공들여 색칠했는데 지난번 포스팅에서 쓴 대로 속은 하나도 안 보인다. 그저 눈에 보이는 부분만 조금 나아졌다는 데 위안을 삼아야할 것 같다. 실기(實機)에서 세라믹으로 돼있다는 이 노즐 안쪽을 많은 분들이 흰색으로 칠하곤 하시는데, 자료집을 보니 거무튀튀한 색감이어서 조금 다르게 칠해봤다. 흰색 에어브러싱 → 스모크 에어브러싱 → 검은색 워싱 → 닦아내기의 순으로 거칠게 칠해봤는데, 썩 잘 된 것 같지는 않다. 다음에는 잘 해야지…생각하지만 이석주님 말씀마따나 ‘다음’이란 게 언제 또 올지는 나도 모르고 여러분도 모른다. ㅡㅡ;;

비행기 모형을 조립할 때 보통 콕피트부터 시작하는데, 요새는 설명서 무시하고 관심있는 부분부터 손을 대는 편이다. 이번 F-14B의 경우는 공기흡입구와 덕트의 재현에 먼저 관심이 갔다. 지난번 포스팅에서 (삽질을 하며) 완성한 인테이크 부품을 동체 아랫판 부품에 붙여주고 덕트, 유량조절 램프, 랜딩기어 하우징 등 자잘한 부품들을 세팅했다. 동체 윗판에는 가변익 수납부의 캔버스 부품을 먼저 붙여주었다.

가변익은 편 채로 만들 예정이라 수납부 캔버스 부품도 주익 가동부 글러브에 밀착되는 부품을 붙여주었다. (하세가와 키트는 가변익을 접을 것인지, 펼 것인지에 따라 2종의 캔버스 부품이 따로 제공된다) 그런데, 금형이 오래되어서일까. 부품 위에 새겨진 몰드가 가동부 글러브에 딱~ 밀착되지 않고 엉성하게 붙는 것이 아닌가. 몰드와 캔버스 표면질감을 손댈 수는 없어 동체와의 접착부를 깎고 다듬는 방법으로 겨우 맞출 수 있었다. 이런 데서 시간을 빼앗기면 안 되는데, 이 키트는 이렇게 손이 가는 부품들이 참 많다. 1/72니까 참고 가는 것이지, 1/48이었으면 성질 부렸을 것 같다. ;;;

위에서 눈치 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동체 위/아랫판을 접착하기 전에 가급적 많은 부품들을 붙여놓았다. 이것은 부품분할이 많고 복잡한 이 키트의 특성상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부품간의 단차를 가급적 줄이기 위함이다. 이런 부품들을 설명서 순서 그대로, 동체를 접착하고 붙이면 단차가 심하게 나서 후가공이 매우 번거로워진다. (사포질에 몰드가 날라간다든지…)

위 사진의 인테이크 부품, 엔진베이 부품 결합사진에서 보듯이 표면의 몰드를 기준으로, 부품간의 단차를 최소화하여 붙여주는 것이 요령이다. 접착제 역시 몰드가 새겨진 표면이 아니라 완성후 보이지 않는 안쪽에서 무수지접착제를 흘려넣어줘야 한다. 부품이 뒤틀려있거나 힘을 받는 부분이라면 (안쪽에서) 순간접착제를 발라 부품을 강제로 고정시킨 다음에 무수지접착제를 발라주기도 한다. 이러한 작업의 결과, 인테이크 부품과 엔진베이 부품으로 2분할 되었음에도 단차 없이 매끄럽게 이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이 과정들은 설명서의 순서를 무시하기 때문에, 조립 전에 설명서를 숙지하고 머리 속으로 조립순서를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머리 속에서 3D 프로그램을 돌려보듯 부품들을 붙였다 떼었다 해보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이 ‘조립순서 재구성’은 실제 모형작업 못지 않게 재미있는 작업이다. 사고실험(思考實驗; thought experiment)이라고나 할까? ^^

보통 수평미익 가동부에 폴리캡이나 보강재를 넣어주지만, 하세가와 1/72 키트는 그럴 필요가 없다. 안쪽으로 보강재 역할을 하는 몰드가 새겨져있어 수평미익 가동축을 위 아래로 잡아주기 때문이다. 덕분에 일거리 하나 줄었다!

어쨌거나 이래저래 완성된 인테이크 내부. 동체 윗판 안쪽을 흰색으로 칠해야 하는 작업이 남아있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하세가와 키트는 유량조절 램프 사이로 동체 윗판 안쪽이 많이 보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흰색으로 칠하도록 지시해놓고 있다)

손도 많이 가고 이제는 경쟁제품도 많아 빛이 바랜 듯 하지만, 여전히 하세가와 키트를 사들이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은 바로 이 ‘자세’ 때문이다. (관련 포스팅은 여기) 가장 최근에 나와 몰드가 환상적인 하비보스 키트나 저렴하고 괜찮은 아카데미 키트의 구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1/72에서는 하세가와 키트와 함께 후지미, 레벨, 이탈레리 키트 정도가 이 부분의 아웃라인을 비교적 바르게 잡아내고 있다. (단, 이탈레리 키트는 (+) 몰드)

사실 이번 주말에 한 작업은 이게 전부인데…ㅡㅡ;; Aires F-14B 콕피트를 세팅해준 것이다. 1/72에서는 가급적 콕피트 별매품을 쓰지 않고 쉽고 즐겁게 작업하기로 했는데, ‘제대로 된 F-14’라는 차원에서 도전해보았다. (그리고 지쳐가고 있다 ㅠㅠ)

원래 목표는 이번 주에 에어브러시로 콕피트 기본색을 올리고 주중에 붓질로 깨작깨작 대는 거였는데, 레진 별매품과 키트 부품이 하도 안 맞아서 레진을 깎고 갈고 다듬고 하는 데에 주말시간을 다 보냈다. 일례로, 키트의 왼쪽 기수(‘port’라고 한다) 부품에는 탑승용 사다리, 탑승용 발판을 재현하기 위해 안쪽으로 들어간 몰드가 있다. (총 3개) 레진 콕피트가 밀착되려면 이 안쪽 몰드가 닿는 부분에 홈이 파여있어야 하는데 홈이 1개만 파여있다. ㅡㅡ;; (그 1개의 홈마저도 잘못된 위치에 파여있다) 결국 키트 부품이건, 레진 별매품이건 가공을 해줘야 한다는 소리인데… 덕분에 ‘이젠 별로 쓸일 없을 거야’ 싶던 전동공구 신나게 돌렸다. (모르긴 몰라도 레진가루도 좀 먹었을 거다. 내 폐…ㅠㅠ)

어쨌거나 이렇게 주말시간을 다 바쳐 fitting을 완료한 결과물. 하세가와 1/72 F-14 키트와 Aires 1/72 F-14B 콕피트는 분명히 처음 만들어보는 건데 웬지 모르게 느껴지는 기시감(Deja vu)…ㅡㅡ;;

1/48에서 그랬던 것처럼, 1/72 콕피트 역시 캐노피 잠금장치 겸 격벽이 키트부품 두께를 무시하고 몰드돼있으므로 키트부품을 거의 종잇장처럼 얇게 갈아내주었다. (두 부품 사이의 틈도 나중에 퍼티로 메워줘야 한다) 그리고 앞쪽 계기판 커버가 꽤 커서 윈드실드 부품(투명부품)이 잘 닫히지 않는 문제가 있으므로 이 역시 요령껏 맞춰주는 것도 잊지 말 것. (내 경우에는 앞쪽 계기판의 접착면을 갈아내어 원래 높이보다 낮게 접착하는 방법으로 해결) 레진 별매품과 기수부품과의 fitting만을 신경쓰고 윈드실드 부품을 간과해버리다가는 나중에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톰캣 키트를 만들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가장 첫 단계가 이 때 아닐까? 기수와 동체를 붙여 전체적인 외형이 드러나기 시작할 때 말이다. 물론, 진짜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콕피트 색칠을 끝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 레진 콕피트 위에 키트에 든 데칼(인쇄상태가 꽤 좋다!)을 붙이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4 comments

  1. 72로 전향하시고는 작업속도가 상당하신 것 같습니다. 시작하신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톰캣의 실루엣이 보이고 있네요. 사실 저런 개조, 디테일업 작업이 가미되면 스케일에 관계없이 오래걸리고 고생스럽기는 매 한가지인데 시간도 많이 투자하시고 무엇보다 즐기면서 꼼꼼히 해나가고 계시는 것이 느껴집니다. ^^

    여러 비행대의 톰캣을 만들어 전시하는 것은 웬만한 에어로 모델러들이 모두 꿈꾸는 바일테지만 한대 만드는데도 워낙에 진을 빼놓은 기체라서 항상 생각으로 그치고 마네요.저도 사실 72는 하세가와제 형식 별로 다 쌓아놓고 있어요. 아이리스 콕핏 까지도. 근데 매끈한 적용이 저렇게 힘든 놈이 었군요. T_T

    멋진 작업기 꾸준히 기다리겠습니다. ^^

    1. 스케일도 스케일이지만, 날씨가 좋아서 베란다 작업에 무리가 없어 그런 것 같습니다. 이제 조금만 지나면 여름이 올텐데, 그 전에 조립작업을 서둘러야겠습니다. ^^

      톰캣이야, 팬들이 워낙 많지만 저는 1/72로 끝장을 보는 이 영국 모델러의 사이트에 관심이 가더군요.

      http://www.andysmodels.me.uk/models/index.htm

      저도 이 양반처럼 비행대별로 다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

  2. 얼마전 오랜만에 Top Gun을 다시 봤는데 여전히 매력 있더군요. 다시한번 F-14의 추억을 더듬는 시간이었는데, 마침 좋은 작업을 하고 계시군요. 어떤 작품이 나올까 기대 됩니다. 일이 고되시겠지만 빨리 완성해 주세요 ^^

    1. 탑건, 저도 가끔 심심할 때 다시 보곤 합니다. 특히 톰 크루즈와 켈리 맥길리스의 러브씬,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그 이후에 커밍아웃을 하긴 했지만 당시 켈리 맥길리스, 엄청 매력 있었죠! ^^

      톰 크루즈 뿐만 아니라 발 킬머, 마이클 아이언사이드 등등… 조연들도 좋구요. 심지어 무명시절의 멕 라이언도 여기 나오죠. ㅋㅋ OST도 한곡 한곡이 모두 명곡이구요. 아, 오늘 제대로 추억 돋네요…;;;

      괜히 콕피트를 레진 별매품으로 바꿔다는 바람에 힘 빼고 있는데, 빨리 진도 빼도록 하겠습니다. ^^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