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f 109E-3 ‘Adolf Galland’

1:48 / Tamiya / 2007. 4. 17 ~ 2007. 10. 14

이 녀석 역시 참 오래도 걸렸다. 그 쉽다는 Tamiya 1/48 Bf 109 키트를 만들면서 제작기간이 6개월이라는 건 대체…

내 기억으로 이 타미야 Bf 109E-3 키트는 몇년전 서초구의 어느 오프라인 벼룩시장에서 구한 것이다. 딸랑 1만 5천원에 팔길래 ‘싸다!’ 하면서 냉큼 집어온 건데 그러한 충동구매가 항상 그렇듯, 키트를 개봉하여 제작에 착수하기까지는 그만큼 더 오래 걸리는 법이다.

Bf 109를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이 F형 이후의 후기형이 보여주는 유려한 곡선에 매혹을 느끼는 듯하고 나 역시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E형은 (F형 초기까지 이어지는) ‘노란색 엔진카울’이 색채미학적으로 영 마음에 안 들어 더 싫어하는 편인데, 단 하나 예외가 있으니 바로 이 RLM 02/65/71의 배색이다. 위장무늬도 직선의 스프린터 위장이니 색칠하기도 쉽다.

비행기만 만들기가 아쉬워 Andrea Miniatures의 Adolf Galland 메탈인형까지 구입해 붙여주었다. 타미야 키트는 이 아돌프 갈란트의 탑승기를 주된 마킹으로 제공하고 있으니 더욱 좋은 일이다.

비행기 본체에 사용된 별매품은 캐나다 Ultracast의 Bf 109 초기형 시트와 배기머플러다. 작은 부품인지라 키트부품 그대로 써도 상관은 없지만 또 이런 부분에서 사뿐하게 돈을 좀 발라주는 것이 유년기에 배곯아가며 가난하게 모형 만들던 돌모(돌아온 중년모형인)들의 로망 아닌 로망.

조립은 정말 거저먹기라(퍼티 한번도 안 썼다) 색칠에 좀 신경을 썼다. 난생처음 시도해본 에어브러시 웨더링은 그럭저럭 괜찮게 됐는데, 붓칠로 처리한 기본웨더링은 너무 소심했는지 덜코트 뿌리고 나니 별로 티도 안 난다.

기관포구에는 에어브러시로 에나멜페인트 무광검정을 살짝 뿌려 포연을 표현. (아주 간단한 건데 여태 동안 소심해서 밑칠 망칠까 봐 시도를 못 했다!!)

배기머플러 뒤로 흐르는 그을음은 역시 에어브러시(2호)로 에나멜페인트 레드브라운을 뿌려준 후, 그 중앙에 그보다 더 좁게 무광검정을 에어브러싱하여 표현. 아무리 새카만 그을음이라도 100% 검은색은 아니라는 모형지의 가르침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예쁘고 아기자기한 모형’을 좋아한다. 비행기 위에 사람을 올려놓는 걸 선호하는 것도 그러한 취향의 발로다. (이런 걸 내 나름의 모형제작 스타일로 해두고 싶다) 하지만 여태 상황이 여의치 않아 시도를 못 해보고 있었는데 이번에 Andrea Miniatures에서 이 키트에 딱! 맞는 인형이 나와 시도해보게 되었다.

아무리 잘 만든 비행기모형이라고 하더라도 장난감 같아 보이는 것은 그것이 ‘기계’, 즉 ‘物’로서만 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람을 하나 앉혀놓으면 그것이 정말 ‘축소된 세계’의 주인공으로 보이게 된다.

예전에는 색칠, 데칼 붙이기, 코팅까지 모든 절차를 휴일 하루에 다 끝내려는 생각에 모든 게 급했는데, 이번에는 좀 여유를 갖고 임해봤다. 즉, 프리셰이딩 >> 색칠 >> 유화물감 필터링 >> 유광코팅 >> 데칼 붙이기 >> 무광코팅 >> 붓질 웨더링 >> 유광코팅 >> 에어브러시 웨더링 >> 최종 무광코팅의 순서를 차근차근 거친 것이다. 이렇게 해도 워낙 위장무늬가 단순한 기체이기 때문에 시간이 별로 안 들었다. (오후 2시부터 자정까지 약 10시간 남짓)

덜코트로 무광코팅을 해서 효과가 많이 죽긴 했지만, 동체에는 특별히 에나멜페인트 붓질을 이용한 웨더링을 시도해보았다. 유화물감 필터링 이후에 무광코팅을 하고, 다시 그 표면에 밑칠과 비슷한 색조의 에나멜페인트로 얼룩덜룩 터치를 가해주고 나서 시너를 살짝 묻힌 키친타올(주방용 휴지)로 붓자국의 테두리를 살짝살짝 문질러주는 방법을 썼다. ‘키친타올로 하는 거친 느낌의 블렌딩’이라고나 할까?

이러한 방식이 가장 흡족하게 된 부분은 RLM65 단색으로 된 하면이다. 프리셰이딩으로 밑칠을 곱게 처리하고(모든 밑칠은 GSI 래커를 사용) 타미야 에나멜페인트로 붓질 웨더링을 시도했는데, 타미야 에나멜 XF-23 Light Blue는 GSI래커 H115 Light Blue와 궁합이 잘 맞아서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다.

아참, 데칼에 대해서도 한 마디. 키트에 포함된 Invisa-Clear 데칼은 ‘물에만 넣으면 산산조각난다’라는 얘기가 많아서 굉장히 걱정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라 실험해보니 대성공! 그것은 바로 ‘대지만 적시기’ 였다.

우리는 성급해서 그런지 대개 데칼을 물에 ‘텀벙’ 통째로 빠뜨리곤 한다. 그러면 더 빨리 필름과 대지가 분리될 것으로 믿고… 하지만 Invisa-Clear 데칼은 필름이 너무나 얇아서 물에 젖어 불게 되면 그 불어난 표면넓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산산조각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Invisa-Clear 데칼처럼 필름이 극도로 얇고 탄성이 없는 경우에는 대지만 적셔서 (필름은 가만히 있고) 대지만 스르르~ 슬라이드식으로 떨어져 나가도록 하는… 데칼링의 기본기가 무엇보다도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나도 종종 실수하여 몇 개를 찢어 먹고서 데칼상자를 뒤져 여분의 데칼로 땜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기가 아예 없는 모형 표면에 Invisa-Clear 데칼을 그대로 올려놓으면 위치를 옮기려고 시도하는 순간 필름이 찍- 찢어지므로 데칼을 붙이기 전에 마크세터 같은 것을 발라 물기를 공급해주는 편이 바람직한 것 같다.

이제까지 만든 Bf 109 시리즈. (일명 ‘떼샷’??) 뿌듯하고, 멋있다~ 모든 사진은 역시 동생이 수고해주었다. 전문찍사의 섬세한 터치가 작품(?)을 잘 살려준 것 같다.

이 작품이 아마 현재의 집에서 만든 마지막 완성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올 12월에 새 가정을 꾸려 새집으로 이사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좋은 사람을 만나 제2의 삶을 설계하고 모형취미에 대한 동의도 얻게 되었다. (식음을 전폐하고 작업하는 걸 봤다면 동의 안 했을지도…)

새집에 가서는 전용 작업실, 전용 진열장을 갖추고 좀 더 편하고 안정된 환경에서 모형을 만들고 싶다. 쇼팽도 조르주 상드와의 연애시절에 가장 멋진 작품들을 쏟아내었다지 않는가.

10 comments

    1. 감사합니다…비행기도 좋지만 저도 종훈님처럼 초절정 귀염둥이 같은 아들/딸을 빨리 만들고(?) 싶네요 ^^

  1. 오랜만에 보는 현중님의 완성작이군요 ^^ 잘 봤습니다. 그리고 재미난 글도 잘 읽었습니다. 무엇보다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새로운 출발을 축하드리고 훨씬 안정된 공간에서 더욱 멋진 작품이 나올꺼라는 기대를 합니다.

    1. 요즘 많이 힘드실텐데…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만든다고 만들긴 했는데 수원님의 열정만큼 열심히 뽑아내질 못해서 조금 부끄럽지요.

  2. 어허… 가시는군요. 청첩장 기다리겠습니다. ㅡ,.ㅡ

    1. 먼저 가서 죄송함다 -_-;;; 결혼선물은 울프팩 출시제품 모듬세트로…??

  3. 오우 멋지네요. 프럽기도 참 잘하십니다. 현중님때문에 프럽기도 시작할지 모르겠습니다. 결혼축하요? 총각이셨습니까? ㅡㅡa 저만 몰랐네요. 그것도 늦었지만 추카 추카 드립니다. ^0^

    1. 프롭기도 아주 재미있답니다. ^^ 결혼은…아직 안했으니까 축하말씀 늦은 게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

  4. 새 가정을 꾸려 새로운 공간에서 제작을 하신다면 완성작 촬영은 어찌 하실 생각이십니까? 동생분의 사진 실력으로 인해 현중님의 작품이 더욱 빛을 발하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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