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MS/USA National Convention 2024 (2)

내가 머무른 곳은 행사장에서 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Days Inn & Suites by Wyndham Madison. 아침식사가 포함된 옵션으로 2박 3일 총 232달러 정도를 지불했다. 아침식사는 전형적인 미국식이지만, 여행할 때는 꽤 도움이 된다. 아침식사를 하는 다이닝 홀을 둘러보니 나처럼 IPMS/USA 전국대회를 관람하러 온 IPMS 멕시코 회원들이 보이더라.

오늘도 쾌적한 날씨. 오늘의 행사일정(행사 셋째날)은 다음과 같다.

  • 09:00 : 행사 및 출품작 등록 개시
  • 10:00 : 각종 세미나 시작
  • 12:00 : 출품작 등록 마감
  • 17:00 : 메이커 시장(Vendor Room) 폐장, 전시회장 폐쇄
  • 21:00 : 시설 전체 폐쇄 (일반관람 중단)

다시 차를 몰고 모노나 테라스로 출발. 모노나 호수 위에 뜬 구름들도 예쁘다.

행사 3일째 날. 오늘은 옥외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가장 오른쪽에 보이는 회색 소렌토가 나의 렌터카.

어제는 메인 홀을 관람했으니, 오늘은 부속 홀(Hall of Ideas)을 둘러보기로 한다. 이곳은 AFV 출품작들을 중심으로 꾸며져있다.

멋진 베이스는 작품의 격을 높여준다.

제작과정을 담은 소책자는 AFV 작품들에서 더 도움되는 것 같다. 디테일업 할 여지가 많아 그럴 것이다.

IPMS/USA 전국대회는 다양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몇 개의 이벤트룸에서 시간대별로 다양한 세미나가 열린다. 주제는 모델링 기법 뿐만 아니라 밀리터리 역사, 작품세계 회고 등 다양하다. 대부분 무료이지만, 일부 세미나는 소정의 참가비(및 사전등록)를 요구한다. 세미나 일정표가 사전에 공지되기 때문에, 관심 있는 주제가 있으면 일정과 동선(動線)을 이에 맞춰 짜야 한다.

오늘 11시부터는 내가 관심 있는 1/72 비행기 디오라마 강의가 있다. 오늘날 가장 유명한 비행기 디오라마 빌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Steve Hustad씨가 직접 발제자로 나서서, 자신이 만든 디오라마들을 소개하고 기법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로 역사적 사진에서 모티브를 얻으면서, 섬세함과 끈기를 발휘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 점잖고 매너있는 태도로 프리젠테이션을 하면서, 중간중간에 청중들과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가지며 소통하는 모습도 좋았다.

너무나 멋진 작품이어서 사진을 찍었는데… 이 글을 쓰며 찾아보니 이 작품이 Figure 부분 대상(Best Figure Award) 수상작이라고 한다.

비행기 디오라마 부문에 출품된 Steve Hustad씨의 작품.

역시 Steve Hustard씨의 작품.

AFV 디오라마는 예상 외로 출품작 수도 적고 수준도 그리 높지 않다. 그 와중에 발견한 보석 같은 작품. 시리아의 러시아군 디오라마.

액자식 디오라마로 재현한 스타워즈 데스스타 침투씬.

자동차 문화가 깊은 나라다보니, 클래식 카 장르도 볼거리가 많다.

이 작품의 출품자도 그렇다는 보장은 없지만… 여성 출품자도 꽤 보인다. 비단 IPMS/USA 전국대회까지 오지 않더라도, 동네(미시간 디트로이트 인근) 모형샵에서 처음 만난 그 동네 모형인도 자동차를 주로 만드는 여성 모델러였다. 아버지에게 모형을 배워 취미로 즐긴지 오래 되었다는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정밀공예와 세밀화의 전통이 남아있는 유럽 모형계에도 인형(피겨)이나 이러한 액자식 단품쪽을 중심으로 여성 모델러들이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2차 대전 추축국(樞軸國, Axis)의 프로토타입만을 만들어 출품한 사람도 있다. 이 경우, 전체가 하나의 심사대상이 된다.

재래식(Legacy) 호넷(F/A-18) 팬으로서 안 찍을 수 없던 출품작. 전반적으로 현용 제트기의 인기가 적어 좀 아쉬웠다.

다시 1층의 메이커 시장(Vendor Hall)으로 돌아와 마지막 추수(?)에 나섰다. Eduard 부스에서 이것저것 보고 있었는데, 타미야 1/48 F-14용 인테리어 키트 시제품이 참고출품으로 전시돼있더라. 관심 있게 보고 있으니 원형제작자라는 사람이 와서 말을 걸더라. 그의 이름은 John Bubak. 20여년 전 캐나다에서 공부했다고 하니 자기도 캐나다에 산다고 하더라. (체코계 캐나다인)

이야기를 나누다가 둘 다 MiG-23의 팬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했는데, 알고보니 내가 18년전 MiG-23M만들 때 사용한 Kazan 업그레이드 세트를 개발했던 사람! (MiG-27K를 만들며 사용했던 Miku Models 컨버전 세트그의 오리지널 제품을 무단복제한 것이라는 사실도 알려줬다) Mr. Bubak은 현재 20년전 자신이 운영하던 Kazan 브랜드를 Kazan Model Dynamics로 리뉴얼해 운영하면서 자신의 제품은 물론, 간간히 외주제작도 받아가며 여전히 모형에의 열정을 놓지 않고 있단다.

나는 휴대폰을 열어 내 블로그에 올라온 MiG-23MMiG-27K를 보여줬다. 20년전 자신이 젊었을 때 개발했던 제품으로 만든 완성작을 생면부지의 동양인이 보여줬으니… Mr. Bubak도 감개무량한 표정이었다. 우리 둘 다 추억에 젖어 이 놀라운 인연에 감탄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진 셈이다. Eduard 부스에서 헤어진 뒤에도 메일을 교환하며 이 인연을 계속 유지하기로 약속했다.

메이커 시장과 콘테스트 행사장을 다시한번 샅샅이 훑은 뒤, 또다시 식사는 매점(Concession)에서 해결. 오늘은 샐러드를 하나 추가했다.

매디슨 Nats 팀에서 주최하는 그룹투어는 가지 않더라도, 내 나름대로 매디슨 투어는 해봐야지. 회사 동기 중 한 명이 학창시절에 University of Wisconsin(UW, 매디슨 소재)에서 교환학생을 해서 UW와 매디슨 관광정보(?)를 듣고 오긴 했는데, UW 캠퍼스에 주차하기도 힘들고 체력도 달려서 모노나 테라스부터 주정부청사까지만 도보로 둘러보기로 했다. 모노나 테라스를 나와 모노나 호수쪽을 쭉 걸어봤다.

모노나 호수쪽으로는 Capital City Trail이라고 하여 산책길이 잘 조성돼있다.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도 많이 보인다.

트레일을 거슬로 올라와 다시 모노나 테라스로. 이번엔 주정부청사쪽으로 향해본다.

하필 도로공사를 하고 있어 돌아다니기가 조금 불편했다.

랜싱(Lansing)에 있는 주정부청사와 비슷하게 생겼다.

주정부청사 좌측에 있는 BelAir Cantina라는 식당. (찾아보니 멕시칸 레스토랑이란다) 혼밥체험 하기에는 조금 어색하여 외관만 보고 지나치는 걸로.

맞은편에 있는 크고 위압적인 건물이 인상 깊어 사진을 찍어왔는데… 찾아보니 매디슨이 속한 데인 카운티(Dane County) 청사라고 한다.

그 맞은편에는 좀더 고풍스러운 느낌이 드는 매디슨 시청.

다시 모노나 테라스.

행사 폐장시간이 다가오니 옥외주차장도 많이 비었다. 4일 행사 중 3일째 오후인데다 금요일이니… 나도 숙소로 돌아가 일찍 쉬어야지 했는데…

숙소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을 하다 알람이 와서 확인해보니, 내일 디트로이트로 돌아가는 Delta 항공편이 취소됐단다.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쾌적한 여행을 위해 내일 항공편을 미리 체크인 하라”고 안내메일까지 보내놓고 저녁에 갑자기 이게 뭔 소리??? 어제 뉴스에서 ‘윈도 보안패치 업데이트 오류 때문에 전세계 항공편에 문제가 생겼다’는 뉴스를 봤는데, 이게 나한테 영향을 끼친 게 틀림 없다. 이른바, 클라우드스트라이크 대란의 시작이었다.

침대에 누워 뒹굴뒹굴 하다가 벌떡 일어나 갑자기 비상사태에 돌입. 우선, 휴대폰으로 Delta 앱과 Delta 웹사이트를 오가며 대체 항공편을 찾았다. 위스콘신에서 더 서쪽으로 날아가 미네소타(미니애폴리스)나 유타(솔트레이크 시티)까지 간 뒤 수 시간을 대기한 뒤, 디트로이트로 복귀하는 대체편들이 보였는데, 그나마도 순식간에 매진. 가격도 비쌌고, 경유지에서 수 시간을 대기하다가 귀환 항공편이 지금처럼 예고 없이 취소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미시간도 아니고 미네소타나 유타에서 노숙자가 될 순 없다!

그 다음으로는 지금 빌린 렌터카를 미시간까지 몰고 가 거기서 반납하는 방안을 생각해봤다. (one way rental 또는 drop-off in a different location) Budget에 전화해서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긴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6시간을 내리 운전할 엄두가 안난다. 추가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 같고. 일단 ‘다시 전화하겠다’하고 끊고, Nats 2024에 와있는 C.A.M.S 친구들에게 구원요청을 했다.

숙소는 다르지만, 현재 매디슨에 와있는 다른 회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사정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다행히 모두가 도와주겠다고 화답한다. Chris K와 Chris L이 같은 차로 왔는데, 두 Chris의 신세를 지기로 했다. 내일이 아니라 그 다음날(일요일)에 돌아가기 때문에 숙소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지만, 다른 대안보다는 훨씬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다. 전국대회 마지막 날인 내일, 행사장에서 만나 어떻게 할지 논의하기로 했다.

집에 돌아가는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밤 11시가 넘었다. 그래도 올해 Nats가 미시간 옆 위스콘신에서 열렸기에 망정이지 비행기로 몇 시간씩 걸리는 다른 주(州)에서 열렸으면 어땠을지… 천만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뉴멕시코나 조지아, 캘리포니아 같은 데서 여기로 온 IPMS 회원들은 어떡하지? 아, 모르겠다… 거기까지 생각하기엔 밤이 너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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