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 / Idea

이미 데칼리뷰를 통해 눈치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캐나다 갔다와서 최초로 뜯은 키트가 바로 이것이다. 아이디어의 골동품 키트로, MiG-23S와 함께 친구 정OO군이 사준 것이다. 고맙다~
상자에는 시즌4의 주인공들 사진이 나와있다. 시즌4는 도미니크 산티니의 조카와 스트링펠로우 호크의 형이 나오는 등 이전까지의 시즌들과는 완전 다른 내용으로 전개가 됐는데 촬영기법면에서도 미니어쳐나 RC헬기를 이용한 촬영보다는 컴퓨터그래픽이 많이 가미되어 재미가 없었다. (에어울프 기수에서 레이저빔이 나오다니, 젠장) 역시 나는 CG보다는 스톱모션과 미니어쳐를 많이 쓴 영화가 더 좋다.

아시다시피 7월 내내 날씨가 좋지 않아서 내부도색을 해야하는데 그냥 대충 처리해버렸다. 내부좌석 부품들을 모두 조립하고 동체에 붙인 뒤 타미야 아크릴페인트 스카이그레이(XF-19)를 에어브러싱했다. 날씨탓인지 타미야 아크릴페인트 탓인지 피막이 아주 약해 고생했다.
유리창들은 모두 타미야 에나멜 스모크를 안쪽에서 에어브러싱해서 색칠을 허접하게 한 내부가 안 보이도록 태닝(Tanning) 효과를 줬다. 사실 드라마 속의 에어울프는 태닝이 되어있지 않다.

키트는 에어울프의 모체가 된 Bell 222 기체를 조금 개수한 거라 내부의 좌석배열 등이 에어울프와는 전혀 다르다. 앞좌석에 호크가 앉고 뒷좌석에서 도미니크가 전자장비를 만지는 그런 모습은 재현할 수 없다. 이제는 만성이 되어버린 귀차니즘 덕분에 내부개조는 꿈도 안 꿨다. 어차피 유리창 대부분이 증가장갑(??)에 가려서 안이 보이지도 않으므로 비용 대 효과면에서도 내부를 개조하는 건 ‘삽질’ 같다.
키트에는 파일럿 인형이 2명 들어있는데 에어울프에 나오는 그 특이한 헬멧이 조각되어있는 등 나름대로 깜찍한 맛이 있다. 그러나 두 놈의 덩치가 차이가 나서 여기서는 쓰지 않았다. (솔직히 파일럿 색칠하기도 귀찮았다!!)

동체를 결합해주고 케이블타이(이거 이름이 맞나?)로 결박해준다. 단차도 좀 있고 내부를 에어브러시로 색칠하면서 좁은 외곽접합면에도 페인트 피막이 덮히게 되므로 주의해서 단단히 접착해야한다. 여기서는 순간접착제를 많이 썼다.

이 키트는 표면에 리벳자국이 많고 패널라인도 도랑 수준이라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번쩍번쩍한 표면의 에어울프와는 차이가 있다. 결국 테스터즈 레드퍼티를 락카시너에 녹여 표면에 한번 발라줬다. 어차피 동체 양 옆의 공기흡입구/기관포 베이 등이 세트된 증가장갑(??)을 붙이면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틈이 생겨버리므로 이걸 메워주기 위해서라도 락카시너에 녹인 퍼티는 꼭 필요한 것 같다.
회전익 양쪽에도 밀핀자국이 있으므로 이곳도 잊지 말자. 유리창은 모두 마스킹졸로 마스킹을 한 상태. 그러나 이렇게 표면작업이 험할 때는 귀찮더라도 마스킹테이프를 써서 마스킹하시길 권한다. 마스킹졸 잘못 쓰면 주변 페인트피막이 ‘뜯겨나가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기관포는 사실 40mm 캐논 위에 30mm 체인건 2정이 세트된 형태다. 이게 발사되는 모습처럼 촬영하기 어려운 장면은 한번 잘 찍어놓은 다음에 그 필름을 매 에피소드마다 다시 돌리는데 (마치 일본전대물의 로봇필살기 장면이나 세일러문 변신 장면처럼) 그래서 인터넷 돌아다녀봐도 내 기억에 익숙한 ‘정면샷’밖에는 구할 수 없었다. 따라서 기관포 베이 내부의 디테일은 전혀 알 수가 없고 정단면을 드라마에서와 같이 플라스틱판으로 막아주는 정도로 그쳤다. 왼쪽이 단면을 막아준 것이고, 오른쪽은 정단면이 뚫려있는 키트 원판 그대로다.

배면에는 그 유명한 헬파이어/레드아이/코퍼헤드 3연장 포드가 달리게 된다. 그러나 키트에는 포드 하나 넣어주고 동체배면에는 어떠한 디테일도 없다. 그냥 인터넷에서 사진 보고 런너 늘인 거랑 플라스틱판 쪼가리들로 대충 비스무리하게 꾸며줬다.
기수 앞코에 달린 볼록한 부분은 레이저빔 조사기다. 시즌4부터 추가된 건데 CG티가 너무 나서 볼 때마다 속으로 욕을 바가지로 해댔던 기억이 난다.

사진촬영에는 역시 내 모형생활의 든든한 후원자 동생이 수고해주었다. 아버지가 사은행사 경품에 당첨되어 아끼시던 Kodak DC3400을 멋대로 팔아버리고 벼룩시장에서 Coolpix 2500을 사서 아버지한테 욕을 무지하게 얻어먹었지만 역시 Coolpix가 좋긴 좋은 거 같다.
조립 첫 단계인 노즈기어 조립시 부품을 잃어버려서 본의 아니게 비행상태로 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주기상태를 선호하지만 사실 이 키트는 노즈기어, 랜딩기어 부품이 허약해서 서있기가 불안하다는 게 초등학생 때 이 키트를 두 세번 사서 만들어본 본인의 경험이다.

기수는 실기보다 조금 통통한 것 같다. 드라마 속 이미지의 영향이겠지만 에어울프 기수는 Bell 222 기체보다도 더 날렵하고 공격적으로 보인다. 기수 가운데의 돌출부도 키트의 것은 너무 두껍다. 되도록 얇게 다듬어준 뒤 붙여야겠다. 기수 주위의 탐침자와 공중급유구(헬기도 이런 게 있나?)도 실제보다 엄청 크고 굵다. 특히 2개의 탐침자는 모양마저 틀려있으므로 수정해주는 것이 좋겠다. (물론 나는 다 그냥 그대로 만들었다)

주무장이라 할 수 있는 기관포들. 앞서 말한대로 아래의 굵은 1정이 40mm 캐논포고 위의 2정이 30mm 체인건이란다. 디테일이 그저 그런 편이라 구경(mm)이 같은 부품을 아카데미 전차키트 중에서 따올까 생각했는데 스케일이 달라 관뒀다. 기관포 자체뿐만 아니라 기관포 베이에 결합되는 방식도 영 마음에 안 들지만 내가 참아야지 어쩌겠어~~
기관포 베이에 달린 항법등은 투명부품으로 바꿔주고 투명녹색을 칠했다. 동체쪽 기관포 베이 내부는 인터넷에서 인테리어 그린인 것을 확인하고 해당색을 칠해줬다. 튀어나오는 쪽 기관포 베이 내부는 자료가 없어 라이트고스트그레인가? 그냥 그 색을 쓱쓱 붓질했다.

에어울프의 동체색은 사실 무척 오묘하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색감이 달라진다는 고려청자의 비색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억 속에 남은, 그리고 인터넷 사진자료로 판독할 수 있는 색의 가지수만도 청동색, 파란색, 녹색, 검은색 등 너댓개가 넘는다. 설명서에는 검정 70%, 청색 30%, 은색 극소량의 혼합을 제시하고 있는데 꽤 설득력 있는 설명이긴 하지만 이대로 섞으면 청동색 내지는 청록색의 느낌이 살지 않는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청록색의 느낌을 죽이고 군제락카 H326 썬더버드 블루에 검은색을 적당량, 은색 극소량을 첨가하는 것으로 타협을 봤다. 사진자료의 청록색 느낌이란 건 뜨거운 미국사막의 햇살이 반사되어 그런 게 아니었을까…라고 자위를 해보면서. 조색하면서 채도가 떨어질 게 무서워 저 정도만으로 혼합을 한 건데 아직도 조금 아쉬움이 남긴 한다.

동체 아래 흰색 도장 – 마스킹 후 동체 위 검은청색 도장 – 테스터즈 글로스 코트(유광) – 러빙 콤파운드로 광내기… 이렇게 나갔는데 광내기 작업이 아직도 미숙한지라 표면처리에서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 러빙 콤파운드를 이용한 광내기 작업을 중단하고 아버지 자동차 물왁스를 사용하여 표면연마 없는 광내기를 시도, 간신히 위기를 벗어났다. GMM에 전시된 이 작품을 보신 분들은 표면처리의 미숙을 목격하실 수 있었을 것이다.

동체후부 사진이다. 엔진부 뒷쪽으로 개구리 눈처럼 생긴 금색부품이 배기통이다. 원래는 Su-27 노즐처럼 다양한 변색효과를 구사해야하나 여기서는 금색으로만 간단히 칠해줬다.
그 아래, 증가장갑(?) 뒷꼭지에는 터보인지 애프터버너인지 순간가속을 시켜주는 노즐이 달려있다. 실제로 헬리콥터는 그 구조상 음속을 돌파할 수 없다니까 이 장치는 ‘거짓말’인 셈인데 그래도 내 기억 속에는 <전격 Z작전> 키트(Knight2000)의 터보점프와 더불어 매력넘치는 기능으로 남아있다.
수직미익 로터는 흰 바탕 위에 빨간 줄이 가 있다. 타미야 에나멜로 몇번씩 그려넣다가 실패하여 결국 빨간 데칼을 이용해 ‘붙여’준 것이다. 수직미익 아래에 디귿자로 굽은 것은 착륙시 바퀴가 빠져나오지 않을 때 동체가 뒤로 넘어지지 않게 지지해주는 역할, 뭐 그런 거 같다. 잘 부러지므로 항상 주의해야한다.

로터회전축은 앞에서 봤을 때 위가 좁은 사다리꼴이어야 하는데 키트는 반대로 아래가 좁은 사다리꼴이다. 그리고 축 위에 로터를 올려놓고 축 양 옆에 보조축을 붙이려면 보조축 길이가 너무 길어 맞지 않는다. (a) 보조축 길이를 줄이거나, (b) 주축 길이를 늘이거나, (c) 주축을 꽂는 로터구멍을 약간 메워주는 등 꼼수를 써야하는데 여기서는 가장 간단한 (c) 방법을 썼다. 가동부위이므로 때가 탄 효과를 위해 웨더링에도 신경을 좀 썼다.
이 로터주익은 상면 흰색, 하면 동체색인데 중간의 주익-회전축 연결부만큼은 위아래 구분없이 모두 흰색이므로 마스킹할 때 좀 난감했다. 대충 마스킹테이프 덮고 구석은 마스킹졸로 처리를 했다. 로터는 원래 돌아가게 되어있으나 디스플레이하다보니 로터가 덜렁덜렁 거리는 것 같아 순간접착제를 동체와 로터회전축 사이에 조금 흘려넣어 고정시켜버렸다.

3연장 포드가 달린 동체 하면. 쪼가리들을 이용해 디테일을 재현해준 것이 하면을 심심하게 보이지 않게 한다. 그냥 3연장 포드만 달아놓으면 하면이 썰렁하기 그지 없다. 3연장 포드도 핀바이스를 이용해 구멍을 뚫어주었다. 막혀있는 채로 두면 의외로 눈에 잘 띤다.
흰색과 검은청색 경계면의 마스킹이 잘 안되어 조금씩 색이 침투한 것이 보인다. 면봉에 라이터 기름 묻혀 닦아내면 이렇게 ‘날아들어온’ 락카가루(?)도 닦이긴 하지만 이곳들은 면과 면이 만나 골짜기가 생기는 부분이라 면봉이 들어가기 곤란했다.

비행상태 재현을 위해 지름 3mm 아크릴봉을 꽂아주었다. 그러나 아무런 보강재/보강부품 없이 아크릴봉을 동체에 직접 꽂으면 좌우로 접착된 동체의 얇은 접합면이 무리하게 힘을 받아 양쪽으로 쩌억~ 쪼개지는 사태가 발생한다. 귀찮더라도 직접적으로 힘을 받아 버텨낼 수 있는 보강재/보강부품을 매개로 하여 꽂아주는 편이 좋다. 여기서는 두꺼운 플라스틱판 2장을 겹쳐 3mm 구멍을 뚫은 뒤 동체 하면에 붙이는 방식을 썼다. 이외에도 아크릴봉 자체에 캡을 씌워 붙이는 등 생각해보면 방법은 많을 것이다.


베이스는 납작하고 넓은 샤알레 형태의 화장품통 뚜껑이다. (니베아 핸즈크림이었던가?) 속에 예전에 A-4F 만들면서 사뒀던 너트뭉치를 가득 넣고 우레탄을 부어 무겁게 만들었다. (우레탄 부어넣는 것은 역시 동생이 수고) 그 위에 플릭스톤(FleckStone)이라는 스프레이 마감재를 뿌렸다.
플릭스톤은 예전 취미가 초창기 ‘디오라마 강의실’에 소개된 적도 있으므로 아시는 분들도 꽤 있으리라 생각한다. 주로 DIY용 마감재로 이용되는데 대형문구점이나 화방에서 구할 수 있다. (반포 고속버스터미널 지하 H문구점에서 구입) 가격은 1만 몇천원 한다. 뿌리면 돌처럼 다양한 색이 자잘자잘 입혀지면서(fleck=주근깨) 표면은 울퉁불퉁~ 굳는 신기한 상품이다. 언젠가 한번 써봐야지 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사용하게 되었다. 단, 한번에 전체를 덮을 수 있는 게 아니므로 여유를 갖고 몇번씩 뿌리고 굳히고 뿌리고 굳히고 해야한다. 나는 너무 두텁게 뿌려서 굳는 데 이틀은 족히 걸렸다. (귀차니즘과 성급하니즘의 조화…)

한국 돌아와 첫 작품으로 만든 것치고는 솔직히 수준 이하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표면처리에서 실패한 것이 아쉽다. 기억 속에 좋게 남아있는 기체인만큼 조금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하는데. 선천적인 비재(非才)함에 기인한 미진함도 비판받는 마당에 하물며 게으름과 나태함에 의한 미진함이야 오죽하겠는가.
제3회 GMM에 출품하는 날까지도 이것 때문에 무척 고민을 했다. 그렇지만 내 실력이 만천하에 뽀록나는 한이 있어도 GMM 콘테스트를 살리는 것이 더 대의에 부합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에 쪽팔림 무릅쓰고 출품해보았다.
앞으로 개최되는 국내 모든 대회에 출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려 한다. 매 작품, 매 대회마다 좀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것을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