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팅플로터를 이용한 페인트 마스크 자작

오랜만의 포스팅이다. 그간 새 취미(서울둘레길 순례), 보직 변경, 폭염 등 많은 핑계거리가 있기도 했지만, 작업대에 앉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귀찮음’ 때문이었다.

이미 흰색을 뿌려두긴 했지만, 톱니를 닮아 복잡한 모양을 한 F-14 톰캣의 스포일러(Spoiler)를 마스킹하는 것이 영 내키지 않은 까닭이다. 예전 같으면 마스킹 테이프를 잘게 잘라 ‘근성’으로 그 톱니 모양을 (모자이크식으로) 하나하나 다 채워갔겠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었는지 그런 작업이 참 귀찮더라. 어쩌다 한 번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집에 있는 많은 Fujimi F-14 키트를 매번 그렇게 작업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작년말에 새로 들인 커팅플로터(실루엣 포트레이트; Silhouette Portrait)를 써서 자작 마스크를 만들어보겠노라 결심을 했는데… 오늘 드디어 하루 날 잡고 작업을 했다. 제작기를 겸해 작업방법을 자세히 소개해보고자 한다.

우선, 마스킹할 곳에 마스킹 테이프(3M의 #244 또는 #2899)를 덮어준다. Fujimi F-14 키트의 경우, 스포일러가 돋을새김(양각; 陽刻)으로 몰드 돼있어 작업하기가 편하다.

몰드의 외곽선을 딴다. 이 상태에서 바로 칼질을 해도 되지만, 나는 커팅매트 위에서 잘라내고 싶었기 때문에 외곽선을 그려서 옮기기로 했다. 옮겨 그리는 것 역시 바로 쓱쓱 그려도 되지만, 나는 자(ruler)를 이용해 반듯하게 그리고 싶었기 때문에 우선 각 꼭지점들을 마킹하기로 했다.

자(ruler)를 이용하여, 마킹된 꼭지점들 사이를 반듯하게 그려준다.

몰드의 외곽선을 옮겨그린 뒤, 칼질한다.

칼질이 제대로 됐는지 검수하기 위해 부품에 다시 붙여보았다. (1차 검수)

마커펜 촉과 획의 굵기, 칼질시의 오차 등에 의해 몰드가 완벽히 맞지는 않는다. 마스킹 테이프 자투리를 이용해 땜빵(?)하고 본뜨기를 마무리한다.

본을 스캔한 뒤 실루엣 포트레이트의 작업 프로그램인 실루엣 스튜디오(Silhouette Studio)에서 불러온다. 자세한 작업순서는 다음과 같다.

  1. [파일] – [열기]에서 스캔파일을 불러오거나, [파일] – [스캔…]에서 직접 스캔 받아 본을 불러온다.
  2. 불러온 본 위에서 [선 도구]-[다각형 그리기]로 닫힌 다각형을 그린다. 처음부터 잘 그릴 필요 없다.
  3. 세부조정이 필요하면, [점 편집]으로 점(앵커)을 옮겨준다.
  4. 커팅매트에 마스킹 테이프를 붙이고 실루엣 포트레이트에 매트를 끼운다.
  5. [보내기]로 커팅을 시작한다.

실루엣 스튜디오는 기본판(Basic Edition)은 무료이고, 기능에 따라 3가지의 유료판이 있다. 페인트 마스크를 만드는 모형작업용으로는 기본판만 써도 충분한 것 같다. (Adobe Illustrator 파일을 불러오는 기능이 기본판에 없는 것이 좀 아쉽지만….)

1차로 뽑혀나온 샘플을 부품 위에 붙여본다. (2차 검수) 거의 완벽하지만, 조금씩 아쉬운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너무 작다보니 커팅시 테이프가 밀리기도 하고, 마스킹 테이프를 매트에서 떼어낼 때 늘어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너무 심하다 싶은 곳은 체크를 해서, 모니터에서 조금씩 더 수정해본다.

두번째 수정을 거쳐 자작 페인트 마스크 완성!

1차 샘플보다 완성도가 더 높아졌다.

왼쪽 주익은 아직도 좀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이 정도면 되겠다’ 싶어 이쯤에서 마무리. 정 못 봐주겠으면 1차 검수 때와 마찬가지로 마스킹 테이프 자투리를 갖고 땜빵을 해주면 된다.


같은 톰캣이라도, 타미야 1/48이나 아카데미 1/72는 이런 스포일러 페인트 마스크가 기성품으로 나와있는데, Fujimi 1/72는 이런 제품이 시중에 없다. 집에 Fujimi 톰캣 키트가 몇 대 더 있는 내 스스로가 ‘목 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격으로 직접 만들어본 것인데… 정식으로 돈 받고 팔 수준은 못 되겠지만, 처음 만든 것 치고는 잘 나온 것 같아 기분 좋다.

  • 도움을 주신 로보쌤님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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