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 F/A-18C 제작기 02

바로 앞 제작기가 2012년 5월 27일 올린 것이었으니, 6개월도 넘어 새 제작기를 올린다.

항상 그렇지만, 그간 회사일, 집안일로 바빴다. 5월말까지 만들다 중단했던 호넷은 봄, 여름, 가을을 지나 겨울로 들어설 때까지 베란다에 방치돼 있었던 건데, ‘이대로는 해를 넘기겠다’ 싶어 11월말부터 오리털잠바를 입고 베란다 작업실로 나가 다시 조금씩 작업을 시작했다.

1/48 스케일보다는 훨씬 작다고 생각한 1/72 키트였지만, 2대를 동시에 작업하다보니 에어브러싱도 조금 버겁게 여겨졌다. 회사일과 가정일이 우선이 되다 보니 작업대에 앉는 것도 잠깐씩 짬을 내서 하는 일이 되어 버린 까닭이다. 앞으로는 좋아하는 기체, 만들고 싶었던 기체라 하더라도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은 자제해야겠다.

데칼은 일본 Platz에서 나온 USD-4, USD-5 데칼을 사용했다. 일본 아츠기 기지의 1대 치피-호(1995년), 2대 치피-호(1996년)을 재현한 데칼인데, 아카데미 1/32 키트에 든 도안을 그대로 사용한 것 같다. 1, 2대 치피-호를 모두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1/48로는 영 마땅한 것이 없어 고민하던 차에 이 Platz 데칼이 나왔다. 1/48을 버리고 1/72로 옮겨오는 데도 이 데칼의 존재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데칼은 아카데미 1/72 키트를 위해 만들어진데다 아카데미 1/72 F/A-18 키트 기본 데칼의 스텐실이 고스란히 들어있어 굉장히 활용도가 높다. 아카데미 기본 데칼은 핀트가 어긋난 것도 많고 색감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널찍한 독수리 머리를 원뿔형의 기수에 붙이는 작업은 그리 쉬운 게 아니다. 내 경우에는 1장을 초벌로 붙이는 데만도 약 1시간 가량이 소요되었던 것 같다.

우선, 조립시에 독수리 머리 데칼 위에 다른 데칼이 겹쳐 올라가는 부분(저명도편대등, AOA베인, 기수 안테나 등)을 제외한 나머지 패널라인들을 모두 퍼티로 메워주었다. 데칼 작업시에는 눈에 띄지 않을 곳에 칼금을 내어 원뿔형 기수에 잘 밀착되게 해주어야 하고, 데칼연화제를 충분히 써야 한다. (데칼연화제를 써도 수습이 안되는 곳에는 무수지접착제를 미량 사용하여 ‘완전히 녹아붙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렇게 초벌을 붙여 놓고 베란다에 그대로 두고 회사에 다녀왔더니, 실내외의 온도차 때문에 베란다에 습기가 차 데칼에 주름이 생기고 난리도 아니었다. 부랴부랴 키트를 서재로 옮겨온 뒤 (생각지도 않은) 2차 데칼작업을 시작했다.

2차 데칼작업은 습기로 늘어난 데칼 표면을 정리해주는 작업이다. 이미 초벌작업시의 데칼연화제로 약해진 데칼 위에 다시한번 데칼연화제를 바르면 데칼 표면이 더욱 부드러워지는데, 이 성질을 이용하여 기수에 좀더 타이트하게 밀착시킬 수 있었다. 늘어난 주름 위에 작은 칼금을 내어 데칼연화제(마크세터)가 스며들게 하는 게 기술이라면 기술이겠다. 데칼링이 완료된 뒤에는 따뜻하고 건조한 방(안방…^^)에 두어 데칼표면이 팽팽해지도록 해주었다.

두 번에 걸친 데칼작업으로 데칼은 완벽히 밀착이 되었지만, 데칼 위에 인쇄된 잉크색이 옅어지는 부작용이 있었다. 최종 탑코팅 전에 다시한번 살펴보고,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에나멜 페인트로 조금씩 터치-업을 해줄 생각이다.

사실은 독수리 머리 데칼링보다 무장 작업을 더 먼저 끝냈다. 윗줄이 1대 치피-호에 붙일 무장이고, 아랫줄이 2대 치피-호의 무장이다. 대부분의 무장은 키트 무장이지만, AGM-88 HARM은 아카데미 1/72 KF-16 키트에서, AGM-84D Harpoon은 Kinetic 1/72 무장세트에서, AGM-84E SLAM은 하세가와 1/72 무장세트에서 따왔다. 붙여놓고 나니 정밀해보여 좋긴 하지만, 데칼 작업할 때 고생 좀 했다. 1/48과 달리 1/72는 무장도 그만큼 작기 때문에 무장 데칼 작업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

4 comments

  1. 오호~ 실로 오랜만이로군요^^
    1/72다보니 한층 더 정밀해보이는 것 같네요.
    그런데 랜딩기어는 어떻게?? 괜찮던가요?
    현재로선 이탈레리 E형에 들은 넘으로 교체한 게 제일 나아보이던데…
    (그런데 왜 E형용이 C형에 제일 잘 어울리는지는 미스테리라면 미스테리…ㅡㅡ;)
    예전 화이트 호넷 이후 갑자기 1/32 T1을 해볼까 싶기도…
    단좌형의 형상으로 봐선 복좌도 잘 맞아들어 갈 듯…그러나 그 많던 복좌 매물들은 어디로 갔는지…^^;

    1. 아고…이게 누구십니까…^^; 랜딩기어는 뭐, 다 아시다시피 ‘직각’이죠, 직각…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만들었습니다. 저도 웹에서 이탈레리 호넷 랜딩기어를 이식한 사례를 보기는 했습니다만, 겉으로 보기엔 예뻐보이면서도 고증이 틀렸다는 생각에 시도는 안했습니다. (실은 그 ‘다리 부품’ 때문에 이탈레리 호넷을 구하기가 좀 안 내켜서요)

      T1는 아니고, 양산형 프로토타입과 몇가지 테스트기체들을 제가 1/72로 키트를 구해놨습니다. 웹을 다 뒤져서 서로 다른 3가지 기체를 구해놨는데 언제 기회가 되면 리뷰를 해보도록 하지요. (과연 언제…??)

  2. 안녕하세요. 많이 바쁘셨나 봅니다. ^^
    이미 지금 상태에서도 완성도가 짐작이 갑니다. 멋진 작품 보여주시기를… 🙂

    1. 요새 틈날때마다 조금씩 데칼 작업중이에요 ^^;; 그런데 데칼이 너무 많네요. 1/72 정도면 no step 데칼은 안해도 될 것 같은데, 막상 이게 있으면 빼먹을 수가 없더라구요 🙂

뽀~* 에 응답 남기기응답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