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18C VFA-192 ‘World Famous Golden Dragons’

1:48 / Hasegawa / 제작기간 : 2009. 12. 20 ~ 2010. 3. 27

6개월간의 샌디에고 단기연수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다시 손에 잡은 1호작이다. 샌디에고에는 영화 ‘Top Gun'(1986)으로 유명한 Miramar 비행기지가 있는지라 호넷을 정말 원 없이 봤다. 구름 한 점 없는 샌디에고의 푸른 하늘 위를 날렵하게 날아가는 호넷을 올려다보면서 6개월 체류 내내 ‘한국에 가면 호넷부터 만들테다’ 다짐을 했다.

참고로, 원래 미 해군 비행대 기지(NAS)였던 미라마는 1996년 미 해병대 비행기지(MCAS)로 전환되었다. (미라마에 있던 탑건스쿨은 네바다의 NAS Fallon으로 옮겨갔다)

제작기간은 3개월 남짓(주말에만 작업)으로 직장인 모델러로서 평균적인 시간이었지만, 아이가 태어난 이후 손댄 첫 키트인지라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작업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해야했다.

아기 낳기 전까지는 모형 취미를 비교적 너그러이 이해해주던 집사람도 아기가 태어난 이후로는 내가 퇴근 후에 아기 안 보고 책상 앞에서 비행기와 꼼지락 거리는 것을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ㅠㅠ) 특히 영아가 있는 집에서 독한 라카를 에어브러싱한다는 것은 어지간한 용기 없이는 곤란한 일이어서 색칠작업이 자꾸 뒤로 미뤄지기만 했다. 결국 전체적인 자세가 잘 나오도록 각도를 맞추고 모든 접착부에 핀을 박는 등 생각지도 않게 조립단계에서 공을 많이 들이게 되었다.

이유야 어찌됐건, 호넷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종이고 그 중에서도 C형은 나의 Favorite이다. 예전에 어설픈 실력으로 모노그람 호넷을 만든 이후로 근 10년만에 다시 만들어보는 기체인지라 각오가 남달랐다. 없는 실력에 허접하나마 디테일업을 해보겠다고 끙끙대던 모노그람 호넷 제작 당시의 초심(初心) 그대로, 이번에는 ‘괜찮은 녀석’ 한 번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호넷을 가장 좋아한다고 하면서 변변한 F/A-18C 하나 완성되어 있지 않은(= 포스팅 되어 있지 않은) 데 대한 약간의 책임감(?)도 발동했고.

하세가와 호넷은 이미 D형으로 만들어본 적이 있지만 그때는 정면승부를 약간 피해간다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호넷은 기수가 길고 날렵한, ‘땡벌’이라는 이름에 가장 어울리는 C형이다.

한편, 이번 작업에는 갖고 있던 Daco사의 Uncovering F/A-18A/B/C/D 자료집이 큰 도움이 됐다. 이 Uncovering 시리즈의 명성이야 모르는 모델러가 없겠지만, 모형제작시에 엄청나게 쓸모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서적 자체’로 볼 때와는 또 다르다) 이번 호넷 제작의 일등공신은 이 Daco사 자료집이다.

훌륭한 키트에 훌륭한 자료를 갖다 썼으니 만들기 수월해야 정상인데, 이번에도 몇 번의 크나큰 삽질이 있었다. 제작 초기에는 기수 옆에 Aires제 애비오닉스 베이 별매품을 심겠다고 덤볐다가 동체부품 하나를 날려먹어 그 비싼 하세가와 호넷 키트를 (부품수급용으로) 하나 더 구매했다. 밑칠 직후 필터링 단계에서는 잘 안 마른다던 유화물감이 반나절만에 싹~ 말라버리는 바람에 키트 표면이 송진으로 코팅한 듯 번들번들 + 단단하게 굳어버렸다. 그걸 벗겨낼 요량으로 하루 휴가까지 냈다. (-_-) 그런 역경을 헤치고 이렇게 완성된 녀석을 보고 있자니 뿌듯하기 그지 없다.

기수의 AOA 프로브는 HobbyDecal의 별매품을 사용했다. 키트에 든 부품은 비교적 초기생산분에서만 보이는 형태로서, 요새는 별매품이 재현한 단순한 형태의 것만 쓰는 것 같다. 일본 FineMolds사가 개척한 이 선반가공 피토관/프로브 시장과 제품군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데(‘굳이 이런 것까지 별매품을 쓸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 HobbyDecal의 제품을 사용하고 마음이 바뀌었다. 작은 부품이지만 붙여놓으면 실감나는데다 국산이라 구하기도 쉽고 저렴하다. 재질이 금속인만큼 단단하게 붙일 수 있어 내구성에서도 안심이다.

그외에, 기수 아래의 ㄴ자 모양 피토관과 ECM 안테나 등은 모두 키트 부품이지만 꽃철사를 박아넣어 접착시의 강도를 확보해주었다.

캐노피는 미국에서 사온 퓨처(정식명칭은 ‘Pledge with Future Shine’)로 코팅하고 Eduard 마스크를 써서 마스킹했다. 캐노피를 자세히 보면 내가 사포질을 잘못해서 생긴 흠집이 조금 보이는데, 퓨처 코팅 때문에 그런 흠집마저도 치유돼보이는 느낌이다. 퓨처의 탁월한 성능에 감탄했다. Eduard 마스크 역시 F-4 팬톰 때와는 달리 키트 부품과 완벽히 맞아주어 캐노피 작업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콕피트는 Aires제 별매품을 사용했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제작 첫 단계부터 힘을 빼게 만드는 콕피트 별매품 이식작업이 슬슬 싫어지긴 하더라만, 나의 Favorite이니까 눈 딱 감고 꾹꾹 참아가며 만들어줬다. 역시 Daco사의 자료집이 큰 도움이 됐다.

사출좌석은 인형과 함께 맨 마지막에 칠했다. 콕피트 작업이 비행기 모델링의 첫 단추라고 하지만 게을러서인지 별도부품으로 되어있는 사출좌석 색칠은 항상 맨 마지막 작업이 되고 만다.

사출좌석 역시 Daco사의 자료집을 참고로 세부색칠에 공을 들였다. 검은색 프레임은 라카 무광검정을 뿌리고 에나멜 페인트 저먼 그레이(XF63)로 마른붓질을 해주어 양감을 살렸다. 시트는 등받이와 방석(?)의 색을 달리하여 칠했다. 카키(등받이)와 올리브그린(방석)을 기본색으로, 밝은색과 어두운 색을 블렌딩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꼼꼼히 처리했다.

사출좌석 헤드레스트 옆에 붙은 데이터마크도 색칠로 일부 ‘흉내’를 내주었다. 이런 데이터마크들도 데칼로 있었으면 싶은데 이쪽은 아직 별매품 시장에 나온 게 드물다. (Fightertown F-14A/B/D 스텐실 데칼처럼 일부에서 재현한 게 다다) 사출좌석 자체는 별매품 중에서도 역사가 오래 된 축에 드는데, 데칼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다소 아이러니다. 온갖 것들이 별매품으로 나오는 작금의 상황에서, 이처럼 사출좌석이나 랜딩기어 같은 ‘조연’들의 데이터마크를 별매데칼로 내놓는다면 꽤 팔리지 않을까?

파일럿 인형은 코리모형의 1:48 스케일 미해군 현용기 파일럿 인형(현재 레전드 프로덕션즈에서 나오고 있음)을 썼다. 탑승사다리를 잡고 있는 자세를 만들기 위해 오른쪽 팔은 부품창고를 뒤져 조종간을 잡고 있는 다른 인형의 부품을 붙여주었다.

누차 ‘비행기 모델링에서도 인형을 부속시키는 것을 나만의 스타일로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인형 칠하는 게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일단 만들어 놓으면 비행기 단품만 있는 것보다 더 아기자기하고 실물감이 높아지는 것 같다. 한편, 이제까지 비행기를 ‘베이스’ 삼아 인형을 부속시키던 것과 달리 비행기 외부로 인형을 처음 세워보았다. 기존 방식과 비교할 때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는 것 같다. 어쨌거나 벌써부터 다음 인형을 어떻게 세팅할지 계획을 세운 상태다. 이제까지 어디서도 보지 못한 새로운 스타일이 될 거라는 것만 말씀드리겠다. (^^)

왼팔에 헬멧을 안고 있는 모습이 굉장히 특이하다. 호비스트의 F-14 톰캣 자료집에 따르면 미 해군은 헬멧 표면적의 80% 이상이 흰색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1980년대 중반부터 도입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바이저 하우징 부분에만 색을 살짝 칠하고 말았다. (영화 Top Gun에 나오는 알록달록한 화려한 헬멧들은 규정 도입전, 하이비지 시대의 유물일 가능성이 높다)

바이저 하우징 부분은 VFA-192의 부대색깔인 금색을 타미야 에나멜 XF-3 무광노랑으로 표현해주었다. VFA-192의 부대색깔이 금색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채도가 높은 노란색이 맞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으면 조색도 하고 블렌딩도 하면서 공들여 칠했겠지만, 아기가 자는 틈을 타 짧은 시간(그래도 3~4시간 걸렸다)에 승부를 보려다보니 요령을 피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머리와 플라이트 재킷은 레드브라운(머리)과 무광검정(플라이트 재킷)을 밑에 그늘로서 깔고 무광노랑+금색(머리), 올리브그린(플라이트 재킷)을 거칠게 마른붓질하는 식으로 처리했다. (플라이트 재킷에는 옷주름이 큰 부분에 카키색을 한번 더 마른붓질) 제품의 몰드가 워낙 섬세해 머리와 플라이트 재킷은 이렇게 변칙적으로 처리해도 꽤 효과가 그럴싸 했지만, 평소와 같이 공들여 칠했어도 원래의 잘생긴 외모를 ‘최홍만’으로 만들어버린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 실력이 부족함을 절감케 된다.

하세가와 기본 데칼에는 LERX의 워크에이리어 데칼이 없고 탑승사다리 위치를 표시하는 작은 빗금데칼만 들어있다. LERX에 워크에이리어가 없는 기체도 많으니까 별 문제 아니다 싶기도 하지만 상자의 사진에 따르면 이 VFA-192 기체는 분명히 워크에이리어가 있으니 이걸 재현해주는 게 문제다.

많은 고민을 한 끝에 새로운 기법을 ‘발명’해서 재현해봤다. 처음에는 2000번 사포의 표면이 딱 좋아 그걸 워크에이리어 모양대로 잘라보기도 했으나 아무래도 단차를 극복 못할 것 같아 포기했고… G코트를 발라볼까, 피그먼트를 에나멜 페인트에 개어 발라볼까 생각하다가 ‘파우더 상태 물질이라면 뭐든지 상관없지 않을까?’ 싶어 GSI 크레오스의 웨더링 파스텔을 에나멜 페인트에 개어 ‘죽’ 상태에서 쿡쿡 찍어 발라줬다. (굳이 파스텔이 아니더라도 파우더 물질이라면 뭐든지 OK) 결과는 대성공! 이 경우 ‘죽’ 상태가 마르면서 파스텔 분말이 울퉁불퉁한 표면을 만들게 되어 효과가 썩 괜찮다. 참고로, 에나멜 페인트가 파스텔 분말을 붙드는 ‘접착제’ 역할을 하므로 별도의 접착제는 필요 없다.

다만, 비행기 모형작업에서 사용빈도가 높지 않은 녹(rust) 표현용 오렌지색 파스텔과 저먼 그레이 에나멜 페인트를 섞었더니 갈색빛이 되어버렸다. 그 위에 저먼 그레이 에나멜을 몇번 더 겹쳐 올리고 최종 클리어코팅 후 다시 덜코트(Dullcote) 붓질로 무광마감을 하느라 원래의 거친 질감이 무뎌진 것은 아쉬운 점.

탑승사다리 위치를 표시하는 빗금데칼은 하세가와 기본 데칼에 든 것을 이용했다. 워크에이리어를 데칼보다 폭을 좁게 칠하는 바람에 데칼을 중간에 잘라내어 폭을 줄여주었다. (데칼 갖고 꼼수부리기는 이제 신의 경지에 이른 듯? 하하~)

색칠 전에 목욕(세척)을 시켜주는데,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해야겠다. 고등학교 때 가장 못했던 과목이 ‘화학’이었던만큼, 여태까지는 ‘중성세제’가 뭔지 몰라(ㅠㅠ) 대충 비눗물을 바르고 샤워를 시켜줬다. 모형지에서 세척작업 사진이 나오면 항상 ‘하이타이’를 옆에 놓고 찍던데, 모형작업을 위해 쓰지도 않는 ‘하이타이’를 사다놓기도 뭣하고… (우리집은 물세제로 세탁한다) 그냥 세숫비누를 거품내어 목욕시켜줬던 거다.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낡은 미세모 칫솔에 주방세제를 묻혀 써봤는데… 결과는 대성공! 목욕을 시켜도 어딘가 찜찜했던 비눗물과 달리 ‘뽀득뽀득’ 소리를 내는 것이 바로 ‘이거다!’ 싶었다. 마스킹테이프 떼어내면서 가끔씩 피막을 날려먹던 기억도 이젠 영원히 안녕이다. (^^)

색칠은 항상 그렇듯이 검은색 밑칠을 올려 프리셰이딩을 하고 GSI 라카 307(상면), 308(하면)을 사용해 덮어주었다. 307, 308번은 매번 쓸 때마다 ‘어둡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것 외에 딱히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SMP에서 비행기 모델링 특색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역시 이 GSI 라카와 큰 색감차이가 없는 것 같다. 완성후 수퍼클리어를 스프레이 했는데 날씨 좋은 날 뿌려서 그런지 아주 곱고 맑게 코팅이 되어 만족스럽다.

데이터는 이글스트라이크 데칼에 든 호넷 스텐실 데칼을 사용. (에어로마스터의 호넷 스텐실과 똑같은 제품이다) 안테나에 ‘Do Not Paint’까지 붙어있는 모습을 보면 ‘이 맛에 데이터 마크 한다!’하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다.

과도한 자뻑은 위험하지만 이번 밑칠은 정말 잘된 것 같다. 단순히 프리셰이딩 후 307, 308만을 써서 얼룩효과를 내본 건데 그간 작업했던 것들보다 훨씬 잘 된 것 같아 뿌듯하다.

리벳자국은 철필이 아니라 0.3mm 핀바이스 드릴로 하나하나 뚫어주었다. 아기 때문에 색칠작업을 계속 미루고 조립에 신경을 쓰면서 벌어진(?) 일인데, 결과적으로 훨씬 깔끔하게 되었다. 패널라인도 숫돌에 갈아 날을 세운 스크라이버로 하나하나 다시 파주었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다시피 유화물감으로 필터링을 하다가 대형사고를 쳤다. 일요일 낮시간에 필터링 작업을 하면서 항상 쓰던 테레핀+린시드유 혼합제를 용제로 유화물감을 발랐는데, 건조가 느려 평소에서는 며칠씩 걸리던 것이 반나절만에 다 말라버린 것이 아닌가?? 그냥 마르기만 했으면 문제가 없겠지만, 테레핀+린시드유 혼합제가 단단하게 ‘굳어버려’ 마치 송진이나 니스로 코팅한 듯 되어버린 것이다.

급한대로 붓빨이용액으로 녹이면서 닦아내보려 했으나 어지간히 힘을 주지 않고는 힘들었다. 날개 한 쪽만을 간신히 벗겨내고 다음날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는데, 월요일 출근 후에도 이 생각 때문에 일이 손에 잘 안 잡히더라. 밑칠 잘 해놓고 거의 말아먹을 위기에 봉착한 셈이니… -_-

결국 (아기 예방접종도 있고 해서…^^) 수요일 하루 연가를 냈다. 하루 반나절, 아무 생각 없이 붓빨이용액으로 박리작업을 하다보니 수행(修行)을 하는 기분이었다. 사실 짧은 붓을 사용해 ‘벅벅 긁어내야 하는’ 물리적 작업인지라 힘도 엄청 들었다. (다른 키트 같았으면 이 정도 사고가 발생하면 포기하고 버렸을텐데, 이제까지 온 게 아까워 성격 죽이며 작업하느라 마음고생도 심했다)

눈물 뿌리며 막일을 하고 있는 남편을 불쌍히 여겨 가만히 놔둬준 집사람과, 그 험한 박리작업에도 별 문제 없이 단단한 피막을 유지해준 라카 밑칠이 아니었더라면 이 박리작업은 실패로 돌아갔을 것이다. (라카 피막 문제는… 아마도 색칠 전 세척을 말끔히 해서 그런 게 아닐까?)

매버릭 미사일과 어댑터는 하세가와 무장세트에 든 것보다 훨씬 정밀한 키네틱 F-16I Sufa에 든 것을 사용했다. (지금 기준에서 볼 때 하세가와 무장세트는 전반적으로 디테일이 떨어지는 게 사실인데, 이 매버릭은 그 정도가 특히 심한 것 같다) 데이터는 Flying Leatherneck의 USN/USMC 무장 데이터 별매데칼을 사용.

수직/수평미익은 공을 많이 들인 부분이다. 이 기체를 만드는 거의 절대적인 이유가 된 수직미익의 유머러스한 용 그림은 이미 별도의 포스팅을 통해 제작과정을 밝힌 바 있다. 동체에 끼우는 삽입핀이 널찍하고 크지만 동체 안에 별도로 지지해주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그냥 꽂아버리면 ‘덜렁덜렁’ 거릴 수가 있다. 내부에 지지하는 부품을 붙여 강도를 확보해줬다. (실은 동체 내측벽과 삽입핀 사이의 갭을 플라스틱판으로 메워준 것에 불과하다)

수평미익 역시 예전 포스팅에서 소개했던 대로 폴리캡을 박아 가동 될 수 있도록 했다. 주기상태에서는 유압이 빠져 저렇게 위가 들리게 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이륙상태에서처럼) 뒤가 들린 모습으로 바꿀 수 있다. (갖고 노는 재미가 쏠쏠하다 ^^)

동체 후부 옆면의 저명도편대등 자리는 키트 상하판 부품이 붙는 접합부다. 그래서 편대등 자리가 위 아래로 2분할 되는데, 그것이 보기 싫어 접합선 수정 겸 원래 몰드를 갈아내고 플라스틱판을 붙였다.

실기체가 이럴 리는 없을 것 같은데… 수직미익에 그려진 용의 발이 보강판과 일부 겹친다. 제작과정 중에 수직미익과 보강판을 꾸준히 맞춰보면서 이처럼 그림이 겹치는 부분을 보강판에 살짝 리터칭해주지 않으면 이런 부분을 무심히 넘어가고 완성도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리터칭은 사실 ‘눈속임’에 불과하긴 하지만 그 결과는 현저히 다를 수밖에 없다. (앞쪽 보강판에 미처 닦아내지 못한 유화물감 ‘똥’이 보이는데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

노즐은 요새 나름대로 개발한 방법을 쓰고 있는데 꽤 효과가 좋은 것 같다. 우선 설명서 지시대로 GSI 라카 61번 Burnt Iron을 칠한 후 무광검정 에나멜 페인트로 골진 부분에 그림자를 넣고 검정색이 튀어나온 부분을 라이터기름을 써서 거칠게 닦아낸다. 마지막으로 흑철색 에나멜 페인트로 마른붓질을 해서 몰드를 강조하고 표면질감을 내준 후 덜코트 코팅을 하면 완성.

데칼은 예전에 밝힌대로 하세가와 한정판 키트(VFA-192 ‘Golden Dragons’)와 이글스트라이크 데칼을 함께 사용했다. 둘다 1998년의 VFA-192 대장기(CAG)를 재현하고 있는데, 시기적으로는 1998년 1월 항모 인디펜던스 탑재기를 재현한 하세가와 키트 데칼이 이글스트라이크 데칼보다 앞선다. (이글스트라이크는 1998년 8월 일본 주둔 항모가 키티호크로 바뀐 이후의 기체를 재현)

이번 호넷의 경우, 하세가와 한정판 키트의 데칼을 주로 사용하기 위해 시기적으로 좀더 앞선 인디펜던스 탑재기를 기본으로 했다. 하지만 수직미익은 금색 용의 색감이 더 뛰어난 이글스트라이크 데칼을 쓰는 바람에 수직미익 러더 앞의 용 발톱을 생략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고증적으로는 조금 오류가 있는 셈이다)

파일런을 비롯하여 기수 아래, 주익 상면 등 곳곳에 수축자국이 있다. 보통은 귀찮아서 손을 대지 않지만, 조립단계를 끌면서 이런 부분들을 모두 퍼티로 메우고 표면정리작업을 해주었다.

AGM-88 HARM은 갖고 있던 Cutting Edge제 레진 별매품(어댑터 포함)에 TwoBobs 데이터 데칼을 썼다. 예전에는 하세가와 무장세트에 든 HARM의 모양이 완전히 틀려있어서(AIM-7 스패로마냥 끝을 뾰족하게 만들어놨다) 이 Cutting Edge의 레진 별매품이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하세가와나 타미야 F-16CJ 키트를 통해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기를 쓰고 구할 물건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윙팁의 AIM-9 사이드와인더는 하세가와 별매무장세트 또는 아카데미 F-14의 것을 썼던 것 같다. 데이터 마킹은 HobbyDecal의 건식데칼을 쓰려고 했으나 예상대로 좁고 가는 탄체에 제대로 붙이질 못해 통상적인 습식데칼(TwoBobs 데이터 데칼)을 쓸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나는 손이 둔해 HobbyDecal과는 인연이 없나보다.

원래 기수 옆에 애비오닉스 베이 별매품을 심으려 했으나 실패했다는 것은 몇번 말씀드린 바와 같다. 지금은 그런 인테리어 세트 없이 저렇게 날렵한 기수 실루엣을 살려두는 것이 훨씬 낫지 싶다.

이제서야 알게 된 건데, 하세가와 C형 키트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바로 노즈기어 커버의 ECM 안테나가 거꾸로 달려있는 것. (!!) 사진에서 보듯, 기수방향을 향해 안테나 – 네모돌기가 달려있어야 하는데, 하세가와 키트는 이 방향이 완전히 반대다. 웨더링하면서 발견한지라 뜯어고칠 수도 없어 난감했다. 울프팩의 F/A-18C/D 업데이트 세트에는 제대로 된 레진부품이 들어있는 것으로 안다.

노즈기어에 달린 캐터펄트 런치바(항공모함 사출기구에 노즈기어를 결속하는 부품)는 사출기구와 각도를 맞추기 위해 1/3 지점에 검은색으로 색이 칠해져있다. 실기사진을 보고 그대로 재현해보았다.

하세가와 호넷을 만들어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키트의 가장 큰 난관은 여러 부품이 맞물려 붙는 공기흡입구 ~ 랜딩기어 격납부 부분이다. 국내 모형지에 소개된 대로 안쪽에서 플라스틱봉을 세워 부품간 발생하는 틈을 최소화하고 퍼티를 써서 잘 마무리지으면 된다. (말은 쉽다 -_-)

무장 조합은 ‘Desert Storm – From Air Modeller’s View’라는 걸프전 관련 사이트를 참고했다. 걸프전 참전 기체들의 무장탑재예가 나와있어 꽤 도움이 된다. 동체 중앙의 Mk.83 통상폭탄은 하세가와 무장세트에서 따왔다.

아시다시피 하세가와 호넷의 노즈기어/랜딩기어는 화이트메탈이다. 하지만 지난번 F/A-18D 때 겪은 바로는 동체에 그냥 붙일 경우 전체적인 자세가 한쪽으로 기울게 된다. (기우뚱~) 가조립을 해보니 이번에도 기울어지는지라 동체 접착부를 수정하거나 바퀴 연결부를 휘는 식으로 견고하게 수평을 맞출 수 있도록 애를 썼다. (화이트메탈이라 비교적 쉽게 휠 수 있지만 부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특이하게도 랜딩기어 일부는 노란색으로 되어 있다. 마치 노란 신발을 신은 듯 화려하고 이색적이지만 그 덕분에 랜딩기어 색칠도 쉬 끝낼 수 없다. 평소 같으면 흰색을 에어브러싱 하는 것만으로 끝날 일이지만, 마스킹을 하고 노란색을 또 뿌려주는 단계가 추가된다. 메탈부품 위에 마스킹테이프를 붙였다가 피막이 뜯겨나갈까봐 걱정도 되고 마스킹이 귀찮기도 해서 노란색을 그냥 붓으로 칠했는데, 유광라카(흰색) 위에 원색의 에나멜 페인트를 붓질하는 것도 그리 만만한 작업은 아니었다. 충분히 말린 후 클리어코팅을 하고 에나멜 페인트 저먼 그레이로 먹선을 넣었고, 사진을 참고하여 랜딩기어에 붙은 각종 데이터마킹들을 데칼 + 붓질을 사용해서 ‘흉내’내 주었다.

랜딩기어 커버에 글자가 적혀있는 것도 이색적이다. 부대 모토인 SSHWFGD와 BBSOB가 각각 오른쪽, 왼쪽 랜딩기어 커버에 적혀있다.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각각 ‘Super Smoking Hot World Famous Golden Dragons’와 ‘Big Bad Son of a Bitch'(…)라는 뜻이란다. 당연히 데칼로 재현되어 있는데 랜딩기어 커버 부품과 약간 크기 차이가 나기 때문에 데칼을 붙인 후에 잘 말려서 커터칼로 넘치는 부분을 다듬어주는 ‘후가공’이 필수적이다.

기수부터 동체 허리까지 밋밋한 로우비지 스킴을 고수하면서 수직미익에만 한껏 멋을 낸 파격이 이 기체의 매력일 테다. 샐러리맨들이 양복을 입으면서도 넥타이를 통해 멋을 부리고, 중고생들이 교복을 입으면서 운동화로 개성을 드러내는 것처럼 이 기체 역시 꽉 짜여진 규율 속에서 수직미익을 캔버스 삼아 화려함을 한껏 뽐내고 있다.

어릴 때 해문출판사의 종이공작 시리즈를 통해 호넷이라는 기체를 처음 알았던 것 같다. 지금 보면 참으로 보수적인 설계임에도 당시에는 무척 참신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잘 생긴 기체라는 첫 인상에는 변함이 없었다! ^^) 특히 수평미익보다 앞으로 튀어나온 수직미익은 영 당황스러워서 만들 때 내 마음대로 뒤로 물려 붙여버릴까 생각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이야 호넷(C형)의 모든 것이 다 예뻐보이지만.

장차 수퍼호넷 패밀리가 미 해군 항모항공단의 주역을 맡게 되겠지만, 나는 여전히 일반 호넷이 좋다. 이렇게 아름다운 기체가 차츰 사라진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날렵하면서도 도톰한 레이돔부터 쭉 뻗은 기수, 중간에 약간 잘록하게 텐션을 준 LERX, 균형잡힌 날개들까지… 어느 하나 버릴 부분이 없다.

하지만 호넷은 어디까지나 경량전투기가 기본개념인지라 그냥 만들면 조금 여리고 약해 보인다. 캐노피와 에어브레이크를 열어 스파인의 실루엣을 흩뜨려주고, 러더와 날개를 꺾어 기체의 Streamline을 어그러뜨리면 그러한 연약함이 다소 상쇄되면서 색다른 매력이 생긴다.

울프팩 윙폴딩은 현존하는 호넷 윙폴딩 세트 중 가장 뛰어난 디테일과 용이한 조립성을 갖고 있다. 날개를 접었을 때 안쪽으로 각이 생기는(‘안짱날개’랄까?), 호넷 고유의 특징을 재현하기 위해 이 제품도 윙폴딩 접착부를 기울여 놓긴 했는데 이게 실제 제작시에는 원래 키트의 날개부품들과 간섭이 생겨 뜻한 것처럼 안으로 각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이 안짱각도가 없이 수직으로만 접혀있으면 호넷이 야물어보이지 않고 어딘가 엉성해보인다)

최종적으로 날개를 붙인 뒤에도 원하는 안짱각도가 생기지 않아서 고민고민하다가 다시 외측 날개를 뜯어냈다. 끌과 전동공구를 사용하여 접착부와 주익 간섭부를 자비심 없이 엄청 갈아내어 간신히 안짱날개를 만들었는데, 역시 수직으로 그냥 붙어있는 것보다 훨씬 야무져보인다. 좌우 각도를 똑같이 만들지 못하고(자세히 보면 오른쪽이 더 접혀있음), 추가작업 과정에서 날개 앞쪽에 붙이게 되어있는 코딱지만한 부품을 잃어버린 것이 아쉽긴 하다.

호넷에 대한 애정을 줄줄이 주억거려봤는데… 그에 걸맞는, 나름대로 만족할만한 녀석을 완성시킬 수 있어 다행이었다. 조립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만큼, 호넷 제작시에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본 것 같다. 제작기간 동안 뾰루퉁해있던 집사람도 완성작을 보고 ‘예쁘네’ 한 마디 해주었으니 이제 여한이 없다. (여보, 그리고 오복아, 미안해!! ㅠㅠ)

역시 타미야 미니 포토스튜디오에서 촬영. (^^) 어쩌다보니 사진기 2대로 번갈아 찍게 되어 색감이 다른 사진이 간간히 있다. 이해해주시면 고맙겠다.

2002년 겨울, 캐나다 밴쿠버에 어학연수를 갔을 때 자주 들르던 FineScale Models라는 모형점이 있다. 2000년 겨울, 모형 만들기를 재개하고 한창 불 붙을 때 어학연수를 가는 바람에 모형에 대한 아쉬움을 그곳에서 달래곤 했는데, 그곳 주인인 Mr. Martin Riehl은 영어도 서투른 이 동양인 학생을 참 친절하게 맞아주었다. (안 사고 재고만 뒤적뒤적 거려도 언제나 Welcome!이었다) 그때 고마운 마음도 들고 이 제품이 궁금하기도 해서 이 비싼 제품을 덜컥 사버린 건데, 그런 8년전 밴쿠버의 추억이 어려서인지 키트를 완성한 후에도 상자를 버리기가 참 망설여지더라. 한국 돌아와서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 한 번 취한 적이 없지만 Mr. Riehl이 여전히 건강히 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Dear Mr. Riehl. Eight years ago, I was a student learning English at Vancouver and, above all, a regular of your hobby shop. (Do you still remember “Ken” from South Korea?) This is my latest work, F/A-18C Hornet, which is built from Hasegawa kit that I bought at your shop. I hope this would help you recall me. Thank you for friendship you’d shown to me every time I visited FineScale Models, located at 1st St, North Vancouver.

귀국하고 직장에 복귀하면서 집사람과 약속을 하나 했다. (실은 마누라의 투쟁의 결과물 -_-) 퇴근한 후 2시간은 내가 아기를 돌보면서 하루종일 아기와 함께 있었을 아내에게 자유시간을 주겠노라 한 건데, 처음에는 잘 지키는 듯 하다가 모형작업이 막바지에 이르자 조금씩 약속을 어기기 시작했다. 결국 이 녀석만 완성한 후 한 달동안 모형에 손을 안 대기로 합의했다. 한동안 차기작에 착수할 순 없겠지만 나 역시 이걸 만들면서 하도 힘을 뺀지라 별 불만은 없다. (^^) 읽을 책도 많고, 회사 통신연수도 공부해야 하고… 모형 말고도 할 일은 많으니까 한 달은 휙~ 지나가겠지.

어쨌거나 정말 오랜만에 포스팅을 했는데 (사진도 이제까지 올린 제작기 중 가장 많은 46장!) ‘이 정도면 됐지, 뭐’ 싶어 나름대로 만족스럽다. 이 쪽 취미에 새로운 고수분들이 많이 등장(유입?)하셔서 반가운데, 나 역시 아직 이 세계를 떠나지 않고 있다는 ‘인증’ 정도로 봐주시면 고맙겠다. 물론, 1:48 스케일 F/A-18C 호넷 같은 경우는 나의 Favorite으로서 그분들에게 질 수 없다는 약간의 자존심이 있었기에 더 공을 들인 측면도 있다. (이 정도 자존심이라면 그리 얄밉지 않은, 깜찍한 수준 아닐까요? 하하~ ^^)

6 comments

  1. ㅎㅎ 드뎌 완성!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라니 소홀할 수도 없고…
    취미는 취미일 뿐…(이라지만..ㅡㅜ; )
    돌 지나면 또 상황이 달라지니 계속 희망을 가지시라는…ㅎㅎㅎ^^

  2. 드디어 완성하셨군요! 정말 대단한 작품입니다
    이걸보니 저도 호넷한대 더 잡고싶어지네요 ^^

    1. 저는 중원님 F-4B VF-111 때문에 다음에 같은 기체 잡고 싶던데… 서로서로 inspiring 하는 분위기군요. ^^

  3. 저에게 영원한 마음속의 베스트로 남아있는 금룡이(?) 호넷이네요. 기분이 들뜨기도 하고 뭐 이제 전 모형 접어야 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ㅋㅋ 경찰시험 준비한답시고 요즘 모형을 멀리하고 있는데, 이걸 보니 만들고 싶어지네요.

    1. 아, 시험공부 중이시군요. 취미란 건 하고 싶을 때 하고, 하기 싫거나 하기 어려울 때 안 하면 그만인 거겠죠. 잠시 미래를 위해 쉬었다가 다시 손이 갈 때 잡으시면 되죠 뭐. 그래도 작업대 앞에 앉으면 한두시간 쉬 흘러가도 모를 정도로 재미있는 취미인데 너무 빠지지만 않으면 언제 다시 시작한대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

이중원 에 응답 남기기응답 취소